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흑인 여가수)

이 글은 과거 popi.com 시절 JH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친히 써주신 칼럼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바이다.

Whitney Houston Welcome Heroes 7 cropped.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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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는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흑인 가수들이 차지했습니다. 40년이 넘는 빌보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는군요. 언제부터인가 메인스트림에서 흑인음악이 대단한 강세(거의 독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를 보이고 있는데 바야흐로 지금이 그 절정인 듯… 요새 인기있는 싱글 가운데선 ‘댄스’곡은커녕 성인음악풍의 발라드조차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 정도로 현재 흑인음악은 절대적인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불과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차트에서는 흑백이 적절히 공존(물론 기본은 백인 가수들의 우세)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죠. 그래서인지 백인가수이면서도 흑인음악을 하는 가수들(블루 아이드 소울로 대변되죠)도 있었고 반대로 흑인이면서도 백인음악을 하는 가수들(주로 댄스가수가 많았죠)도 있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흑백을 갈라  ‘아, 흑인가수는 이래야만 돼~’하고 생각한다거나 – 사실 흑인음악, 백인음악이란 용어 자체도 좀 그런 뉘앙스를 풍기죠 – 하는 게 어찌보면 편견이겠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다 보면 역시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느낌이 다르다는 건 부인할 수 없더군요. (물론 애상미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한국가요도 있습니다…^.^) 흑인음악은 분명 백인음악처럼 쉽고 멜로디컬하지는 않지만 반면에 백인음악에서는 느끼기 힘든 깊이(이것도 恨의 정서겠죠)가 있어 많은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죠. 뭐, 저야 매니아라고는 할 수 없어도 흑인가수들의 음악 – 특히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많은 흑인 가수들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위 가창력파 여가수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문자 그대로 예술이라는 생각뿐… 아무튼 그녀들의 매력을 표현하는데는 ‘흑진주’ 이상의 적합한 표현도 없는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 하얀 진주보다 훨씬 비싸다지요…)
흑인여가수로서는 Janet Jackson이나 Karyn White 같은 댄스가수들도 좋고 Grace Jones나 Sheila E. 같은 튀는 가수들도 좋습니다만 역시 흑진주는 잘 세공된 황금의 리듬 앤 블루스 발라드 위에서 제일 빛이 납니다. (이 무슨 삼류스러운 비유인고…) 이런 발라드풍의 흑인음악은 80년대 코드와 다소 안 맞는 감은 있지만, 가을이 되니 분위기 있는 음악들이 땡기는 고로 – 그런 음악을 하는 흑진주들 좀 감정해보죠.

1. Patti LaBelle – On My Own (Featuring Michael McDonald) (1986)
▶ Aretha Franklin과 함께 미국 흑인음악계의 대모라는 평을 듣는 패티 라벨의 곡으로 Doobie Brothers 출신의 마이클 맥도날드와 함께 불러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곡입니다. A/C 차트에서 말 그대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곡… 멜로디는 단순하지만(다소 무식할 정도로 단순해요: 도대체 노래 전체에 걸쳐 ‘On my own’ 이 구절만 몇 번이 나오는건지)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곡으로 패티 라벨의 폭발적인(이 표현이 딱이죠 ^^) 고음과 마이클 맥도날드의 힘있는 목소리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 패티 라벨의 목소리는 음폭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이번 주엔 한자식 표현이군요 -.-) 깊이나 성량면에서는 역시 아레사 프랭클린에 뒤진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6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활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레사 프랭클린만한 평을 듣지 못하는 건 히트곡이 별로 없다는 게 그 원인인 듯 싶구요. (이 곡과 LaBelle 시절의 “Lady Marmalade”가 그녀의 단 두 곡뿐인 Top 10 히트곡입니다. 솔직히 목소리가 좀 부담스럽긴 하거든요. 너무 날카롭다는 생각도 들구요…)

2. Dionne Warwick – Heartbreaker (1982)
▶ Burt Bacharach 사단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디온 워윅의 80년대 히트곡입니다. Bee Gees의 Barry Gib이 코러스로 참여하고 있는 곡으로 경쾌한 소프트 팝… 가볍고 부드러운 곡이지만 디온 워윅의 소울풀한 보컬 덕분에 곡 전반에 걸쳐 힘이 느껴집니다. 약간 트롯트같다는 느낌도…^^
▷ 제게 디온 워윅은 80년대 중반 “That’s What Friends Are For”라는 곡으로 감동을 때려준 가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정작 이 곡에서 디온 워윅이 부르는 부분은 별로 많지도 않은데도 이 곡이 ‘Dionne & Friends’라고 발표된 데는 역시 Burt Bacharach의 입김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기도… 아무튼 빽이 중요하군요.

3. Aretha Franklin – Freeway Of Love (1985)
▶ 몇 년 전 VH1 채널에서 ’20세기 최고의 여성가수 100인’을 선정했을 때 Tina Turner와 Janis Joplin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 G모 음악잡지에서 ‘혹시 몸무게 순으로 뽑은 것이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던 아레사 프랭클린의 멋들어진 곡입니다. 80년대 초반의 뉴웨이브 열풍에 떠밀려 이리저리 무거운 몸 떠밀려야 했던 소울의 여왕님께서 (한동안의 고민 끝에) 마침내 젊은 뮤지션들과 손잡고 야심차게 발표한 “Who’s Zooming Who?”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목소리가 현대적인 댄스 리듬과 만나 보기 드문 수작이 되었고, 이 곡으로 아레사 프랭클린은 이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또’ R&B 부문 최우수 여성가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명실공히 Original Diva답게 시원스럽게 불러제낍니다. 넘치는 힘과 풍부한 성량, 듣는 사람의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다이나믹함까지 한 마디로 완벽합니다. (역시 ‘뱃심’은 무섭군요.) 이후에도 그녀의 젊음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어 ’87년에는 George Michael과 손잡고 “I Knew You Were Waiting”이라는 80년대 최고의 듀엣곡을 발표하여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하죠.

위에서 언급한 연륜있는 가수들의 계보는 이후 후배들에게 이어집니다. 곡 스타일은 좀 더 대중화되고, 음악 또한 정통 흑인음악에 멜로디컬한 요소를 넣어 앞세대보다 한층 더 폭넓은 인기를 얻게 되죠.

4. Whitney Houston – Saving All My Love For You (1985)
▶ 80년대 중반 화려하게 데뷔하여 이후 90년대 후반까지 미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스타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휘트니 휴스턴의 첫 번째 싱글차트 1위곡입니다. 전직 모델로 활동했던 그녀는 힘있고 아름다운 목소리, 뛰어난 외모, 게다가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등에 업고 실로 대단한 활약을 했었죠. (화무십일홍이라고 어디까지나 과거형) 개인적으로 휘트니 휴스턴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하는 이 곡을 시작으로 이후 일곱 장의 싱글을 연속으로 싱글차트 정상에 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그녀를 두고 혹자는 80년대 이후 흑인음악의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가수라고도 하고, 또 혹자는 ‘진정한 흑인음악의 퇴보 현상’에 앞장선 일등공신이라고도 하지만 아무튼 가창력면에서는 제가 아는 여성가수들 가운데 최고임은 부인할 수 없군요. ‘Diva’라는 단어가 현재의 ‘노래 잘하는 여가수’의 의미로 쓰이는 데 가장 공헌한 인물이자 ‘흑진주’란 별명을 처음 달았던 스타라는 것도 확실하구요.
▷ 이 곡이 리메이크곡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더군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휘트니 휴스턴은 리메이크로 재미 본 가장 대표적인 가수이기도 합니다. 흑진주의 대히트곡 ‘웬 다이아?’를 비롯, “All The Man That I Need”, “Greatest Love Of All”, “I’m Every Woman” 등이 모두 리메이크곡…

5. Natalie Cole – Miss You Like Crazy
▶ 얼마 전 내한공연을 가졌던 나탈리 콜의 아름다운 발라드곡. 휘트니 휴스턴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디바형의 가수로서 이 곡과 함께 “This Will Be”, “Our Love”, “Pink Cadillac” 등의 히트곡으로 70년대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재즈풍의 곡들을 발표하고 있는 유장한 가창력의 소유자. 이 곡은 너무 멜로디컬해 좀 부담스럽긴 해도 참 예쁜 곡이죠…
▷ 제가 기억하는 그래미 역사상 가장 어이없던 순간 중 하나가 나탈리 콜이 아빠 노래에 목소리 좀 덧입힌 걸로 제너럴 필드 3개 부문 싹쓸이 했을 때… 정말 ‘못잊을’ 순간이었답니다. 이게 그렇게 혁신적인 기술이었나요…-.-; 아무리 곡이 좋아도 그렇지 프로듀서상도 아니고 나온지 수십년 된 구닥다리쏭이 ‘올해의’ 레코드상까지 받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긴 콜 부녀는 그나마 양반이죠. 같이 후보에 올랐던 Amy Grant의 ‘아가야 아가야’가 수상했다면 그래미 사상 가장 코믹한 순간이 되지 않았을라나…)

흑인 여가수 하면 대충 떠오르는 이미지는 위의 가수들과 같이 힘있는 가창력을 소유한 아줌마들이겠죠. 그러나 개중에는 아주 부드러운데다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아주 예쁜 보이스의 소유자들도 있습니다. 정통 리듬 앤 블루스보다는 팝 발라드에 더 잘 어울리는 가수들이죠.

6. Charlene – I’ve Never Been To Me (1982)
▶ 모타운 출신의 여성가수 샬린(샬렌인가?)의 80년대 초반 히트곡. 대학 다닐 때 친구의 추천으로 이 곡을 처음 들었는데 곡을 듣자마자 그녀의 목소리에 홀딱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한동안 앨범 구하려고 쩔쩔매기도…. 이 곡 외에 별다른 히트곡은 없는 듯 한데 이곡에서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캬~ 죽음입니다. 원히트원더로 끝나긴 너무 아깝군요.
▷ 가사 내용으로 봐서 이 곡도 페미니스트들이 좋아할만한 곡 같은데… 영화 “프리실라”에 삽입되기도 했다는군요. 이 영화를 보지 못해 잘은 모르겠지만 여장남자들에 대한 영화라죠. 한 번 보고 싶네요.

7. Diana Ross – Upside Down (1980)
▶ 다이아나 로스의 80년대 초반 빅히트 싱글.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 리듬을 적절히 활용한 곡으로 다이아나 로스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상큼한 곡 분위기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기에 다이아나 로스가 가졌던 공연을 예전에 EBS에서 방영해줘서 본 일이 있었는데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우아한 무대매너,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끈하기도 한(^^) 다채로운 공연이라 꽤나 감동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녹화 못해서 아쉬웠죠.
▷ 재작년인가 Divas Live에서 Diana Ross Tribute 공연이 준비되어 그녀는 후배 가수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50대 중년 부인이 된 Supremes 시절의 멤버들과 함께 옛 히트곡을 부르는 장면이나 까마득한 후배 Mariah Carey와 듀엣곡(두 사람의 의상이 정말 인상적)을 부르는 모습 등을 보면 이미 예전의 인기는 사그라든 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답게 우아함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시 4인조였던 Destiny’s Child가 불러줬던 “Upside Down” 공연도 훌륭했죠.

8. Patti Austin – Baby, Come To Me (Duet with James Ingram) (1983)
▶ 패티 오스틴은 이렇다할 솔로 커리어는 없지만 특유의 맑고 고운 목소리 때문에 미국에서는 각종 CF에 그녀의 곡이 자주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곡들을 듣고 있노라면 사람을 살살 녹이는 부드러움와 그러면서도 결코 느끼하지 않은 유연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다이아나 로스처럼 간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보이스 컬러 자체가 워낙 고와서 어떤 곡을 불러도 그저 예쁘다는 느낌을 주더라구요… “Baby, Come To Me”는 그런 미성이 잘 드러난 곡은 아닌 것 같지만 그녀의 곡 가운데 가장 크게 히트했던 곡이라 골라봤습니다. 이 곡에서 패티 오스틴의 보컬은 곱고 예쁘다기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쓸쓸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제임스 인그램의 거칠고 힘있는 목소리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 이 곡은 드라마 “General Hospital”에 삽입된 곡이라는데 전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장면에서 나오곤 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요즘같은 가을 날씨에 사람 옆구리 꽁꽁 얼리는 노랩니다.

9. Vanessa Williams – Dreamin’ (1988)
▶ 예전에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요… 어느 잡지사에서 미국 연예인들을 상대로 연예인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묻자 Pamela Anderson은 가슴성형수술, 바네사 윌리암스는 누드사진이라고 대답했다네요. 당시 우리나라 스포츠 신문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최초의 흑인 미스 아메리카는 사진 한 장으로 왕관을 빼앗긴 사건 이후 몇 년간 침묵하다 ’88년 “The Right Stuff”란 앨범을 통해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대형 디바가 나타났다’라는 거창하다 못해 엽기적인 선전문구와 함께… “Dreamin'”은 그녀의 첫 번째 Top 10 히트곡으로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의 R&B 발라드곡입니다. 바네사 윌리암스는 가창력이 좋은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부드럽다 보니 이런 풍의 발라드곡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보컬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미스테리한 이 곡의 도입부는 정말 환상입니다.
▷ 그러나… 90년대로 접어들자 그녀는 이런 풍의 흑인음악에서 벗어나 “Save The Best For Last”라는 감미롭지만 뻔뻔스러운 발라드를 히트시켰고, 이 결과 흑인음악계에선 그녀에게 무늬만 흑인이라는 비난을 퍼부었죠. 가수로서의 인기가 사그라들 무렵에는 연기로 눈을 돌려 토니상을 거머쥔 거미 여인이 되기도 했고, 영화 ‘지우개’에서 아놀드 ‘주지사’ 슈왈제네거와 멋진 액션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고운 점도 있고 미운 점도 있지만 예쁘니까 용서해줍시다.

이외에도 리듬 앤 블루스에 기본적인 코드를 두고 있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한 멋진 곡들을 발표하며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가수들도 있죠.

10. Anita Baker – Giving You The Best That I Got (1988)
▶ 애니타 베이커는 여타의 흑인 뮤지션들과는 달리 대중성에 미련두지 않고 정통 흑인음악(아까부터 이 말을 계속 쓰면서 유식한 척 하고 있긴 한데 사실 정통 흑인음악이 뭔지 필자는 잘 모른다죠)을 고수하는 옹고집. 거칠면서도 유연한 그녀의 목소리는 확실히 팝발라드보다는 묵직한 소울 음악에 더 잘 어울립니다.
▷ 애니타는 여타 가수들의 넘치는 듀엣 제의까지 단번에 거절할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가수라죠. 가수가 돈에 신경쓰다보면 자신이 하고픈 음악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토록 고집이 센 걸로 봐서 아마도 밥줄 걱정은 없는 모양입니다. (괜히 Baker 집안이 아니겠죠 ^_^)

11. Tina Turner – Private Dancer (1984)
▶ 위에서 언급한 VH1 설문조사에서 아레사 프랭클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사자부인 티나 터너의 80년대 재기곡입니다. 현재 팝계에서 대모로 불리우는 연륜 있는 흑인 여가수들 대부분이 소울과 R&B 풍의 곡들을 발표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솔로 데뷔와 함께 흑인음악에 과감히 록을 도입, 감칠맛나면서도 파괴력 있는 곡들을 히트시키며 8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죠. 이 곡은 티나 터너의 재기작이었던 동명앨범에 실린 곡인데요, 도입부의 낮게 깔리는 긴장감 있는 목소리에서 후반부의 감정을 토해내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변화하며 한 곡만으로 실로 千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 티나 터너를 이번 테마에 넣기에는 무리한 감이 있지만 빼먹으면 무섭게 화낼 것 같아서… 티나 터너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80년대 내내 대단한 화제를 모았는데 그녀의 섹시한(?) 각선미가 거액의 보험에 들었다는 둥, Bryan Adams와 찐한 사이라는 둥 소문이 많았다고 하네요… 아울러 C.C.R. 시절 함께 활동했던 전 남편이었던 Ike Turner와의 이야기는 나중에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주연이었던 Angela Bassett을 스타덤에 올리기도 했죠.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역시 조영남의 ‘물레방아 인생’의 원주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더군요. -.ㅜ

12. Brenda Russell – Piano In The Dark (1989)
▶ 브렌다 러셀도 매니아층이 많은 가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녀는 뛰어난 싱어 송라이터일 뿐 아니라 키보드와 프로듀싱까지 다재다능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군요. 제목처럼 밤중에 불 다 꺼놓고 이 곡을 들으면 분위기 쥑입니다…^.^ 그녀의 거친 목소리와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잘 어울리는 명곡이죠.
▷ 얼마 전 그녀의 두 번째 베스트앨범이 발표되었는데 살까말까 고민중… 첫 번째 베스트였던 “Greatest Hits” 앨범은 예전에 점포정리하는 매장에서 미개봉 CD를 단돈 5000원에 팔길래 눈도장 찍어뒀는데 며칠 후에 가보니 매장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던 쓰라린 기억이…흑흑ㅠ.ㅠ

13. Oleta Adams – Get Here (1990)
▶ 이 곡은 원래 브렌다 러셀이 1988년에 발표한 동명앨범의 수록곡이었는데 별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이후 올레타 아담스가 리메이크하여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르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두 곡 모두 들어봤는데 저 역시 올레타의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운치가 있는 곡이라 확실히 브렌다 러셀의 거친 목소리보다는 올레타 아담스의 우아한 목소리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역시나 영롱한 피아노 반주를 도입부에 깔고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올레타 아담스의 가창력이 일품인 곡… 코러스 부분의 열창을 들으면 눈물이 찔끔찔끔…-.- 우리 나라에서 그리 잘 알려진 곡은 아닌데 아직 모르시는 분들 계시면 꼭 들어보세요. 정말 좋은 곡이랍니다.
▷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AFKN에서 고3 때 딱 한 번 봤었죠. 어두컴컴한 방세트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올레타 아담스의 모습을 분위기 있게 담아낸 뮤비였는데요, 곡 자체보다는 올레타 아담스의 배추머리가 너무 인상적이라 한참 웃었다는…^^ 새 American Teen Idol인가 하는 팝스타 발굴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Justin Guarini란 가수도 그 프로그램 출신으로 이 곡을 리메이크했더군요. 들어보니 영 아니더라구요. 원곡의 감동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나…

이쯤에서 끝낼까요. 가을타서 그런지 분위기 있는 목소리가 참 많이 땡기네요…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흑인 여성가수 중 딱히 맘에 드는 가수가 있다면 Alicia Keys 정도… (거참 나온지가 언젠데 최근이라니) 확실히 저도 나이드나 봐요. (아직까진 만 나이 따지고 생일 따지고 해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20대라고 우겨왔습니다만 내달이면 꼼짝없이 30대가 되는군요. 정말 나이먹고 싶지 않습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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