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코미디

George Harrison과 Monty Python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의 감상문을 적으면서 언급하지 않았던, 그러나 개인적으로 무척 놀랐던 에피소드 하나는 George와 Monty Python과의 관계다. Monty Python은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소개했던, 특히 스팸 에피소드로 유명한 영국의 코미디 집단이다. 지극히 영국적인 냉소를 담고 있는 이 코미디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 집단의 걸출한 연기실력과 웃기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도 마다하지 않고 망가지겠다는 투철한 직업정신이다.

이 집단이 배출한 인물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이는 아무래도 Brazil 등을 감독한 Terry Gilliam 이다. George 의 다큐에서도 이 감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가 밝힌 사실 하나는 George가 Monty Python의 대단한 팬이었다는 점이다. 왠지 비틀즈의 심오한(?) 음악세계와 진지한 종교적 성찰이 Monty 사단의 제대로 엉망인 코미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Monty 사단의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내공을 생각해보면 적당한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역시 Monty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흥미로운 접점이었다.

Terry의 인터뷰로 돌아오면 George는 단순한 Monty의 팬을 넘어 이들이 만들려고 했던 영화의 제작자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그 작품은 이들이 극장 개봉용으로 만든 몇몇 작품 중 하나인 Life of Brian 이다. 신약성서와 예수의 삶을 Monty 식으로 패러디한 이 작품은 제작 당시 反기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도 끊긴 상황이었는데 이때 George가 제작자로 나선 것이다. 그는 제작비를 대기 위해 집까지 담보로 잡았다고 하는데 Terry는 영화 한편 보겠다고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사람이라며 낄낄거렸다.

그런데 왜 George는 왜 이 논란이 많은 영화 Life of Brian의 제작자로 나섰을까? 영화 한편이 보고 싶어서? Monty의 팬이어서? 영화제작을 통해 돈을 벌려고? 당시 인도의 종교에 심취해있는 그인지라 기독교에 냉소적인 영화내용이 맘에 들어서? 어느 하나일수도 있고 이 모두일수도 있다. 어쨌든 여러 가지 정황은 그가 난데없이(?) 영화제작자로 나선 것에 대해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또한 다큐에서 말하는 George의 이중적인(?) 캐릭터를 – 한없이 다사롭기도 하고 무례할 정도로 직설적이기도 한 – 감안해도 이해가 가는 행동이기도 하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비틀즈의 위대한 작품과 함께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는 점이다. 감사합니다. :)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썸머는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말미에 가보면 알겠지만 또한 여름의 본래 뜻을 내포하여 인생의 다양한 단계를 은유하기도 한다. 수줍음 많이 타고 도전적이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조용한 성격의 남자 탐은 한 카드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한다. 건축가가 꿈이지만 맘속에서만 품고 있을 뿐이며, 사장의 새 비서로 온 썸머가 마음에 들지만 쉽게 다가서지도 못하는 그런 남자다. 그런 탐에게 접근한 것은 오히려 썸머 쪽이다. 영국의 락음악을 좋아하는 탐이 엘리베이터에서 Ths Smiths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헤드폰 사이로 흘러나온 멜로디에 썸머가 호감을 보인 것이다. 그 뒤 둘의 사이는 가라오케에서의 회식을 계기로 가까워져 연인도 아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사이까지만 발전한다. 사랑에 대한 충고마저 한참 어린 여동생에게 듣곤 하는 탐은 그런 단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하지만 썸머는 어느 새 그의 곁을 떠나가 버린다.

소위 스크루볼 로맨틱코미디도 아니고 에피소드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밋밋하여 이걸 과연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을 수도 있는 그런 영화다. 끝의 해피엔딩을 삭제해도 극의 전체적인 진행에 별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피엔딩 영화라 보기도 어렵다. 전적으로 독립영화적인 감성에만 기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메이저 코드도 따라가지 않으며, 마이너장르에 가까운 음악들의 코드가 주요 에피소드에 쓰인다는 점에서 그런 유의 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플러스 점수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거 뭥미’에 가까운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운명을 타고난 그런 영화다. 그렇지만 역시 사랑에 관한 분명한 사실, 그것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Bittersweet Symphony이며, 사랑과 미움이 자웅동체라는 사실을 알 나이쯤의 사람이라면 십분까지는 아니더라도 6분내지 7분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에 사랑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다.

명동의 중앙시네마에서 현재 개봉중인데 들어오는 관객 수로 보건데 곧 막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멋진 사랑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서두르실 것.

Electric Dreams, 컴퓨터는 믿을 만 한가

Blade Runner(1982년)의 진지한 팬이 들으면 약간 기분 나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80년대 팝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한껏 담고 있는 Electric Dreams(1984년)는 어떤 면에서 Blade Runner와 통하는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lade Runner의 원작은 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그리고 Electric Dreams에서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모니터에 양떼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

무엇보다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은 인공물이 인간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풀잇법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Blade Runner는 상징적 은유를 통해 인간조차도 (미지의 신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일 수 있다는 음울한 메시지와 환원론을 전달하는 반면 Electric Dreams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자살(?)을 통해 자신의 예외성을 포기함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이 어느 날 첨단 컴퓨터를 구입하여 홈오토메이션을 구현한다. 컴퓨터가 커피도 끓여주고 문도 열어준다. 그러던 주인공은 어느 날 실수로 키보드에 샴페인을 쏟아 붓는다. 맛탱이가 간(?) 컴퓨터는 갑자기 의식이 생겨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는 컴퓨터가 된다. 그리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첼로 연주에 이끌려 그 첼로를 연주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컴퓨터의 주인, 곧 남자주인공도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기묘한 삼각관계가 되어버린다.
이 작품은 또한 80년대 팝팬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 당시 가장 잘나가는 음악가  Georgio Moroder와 이른바 뉴로맨틱스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뭉쳐 환상적인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에 참가한 이들은 Culture Club, Heaven 17, ELO, Human League 등 당시 제일 잘나가는 아티스트들이었다. Georgio Moroder가 바흐의 미뉴엣 G 장조를 편곡한 Duel 이 흐르면서 컴퓨터와 여자주인공이 협연하는 장면은 꽤 유명한 명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었다.

뮤직비디오

로맨틱 코미디의 날

오랜만에 평일에 휴가를 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영화 네 편을 봤다. 네 편 모두 로맨틱 코미디.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날’이라 할 수 있다. 처음 고른 영화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otnote]실수로 ‘네 번의 장례식’이라고 쓸 뻔 했다. 공포영화냐?[/footnote]. 풋풋한 미모가 돋보였던 시절의 휴 그랜트와 앤디 맥도웰이 사랑에 빠지는 영화다. 둘 다 미소가 아름답다. 로맨틱 코미디에 영국 악센트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 영국 악센트와 휴 그랜트에 이끌려 다음 작품으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골랐다. 미국 토박이 르네 젤위거가 천연덕스럽게 영국 악센트로 웃겨주는 작품.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만과 편견’의 현대판 해석이랄 수 있다. 남자 주인공도 TV판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인 콜린 퍼스에다 극중 이름도 마크 다시다. 휴 그랜트는 전편에 비해 많이 느끼해져 나왔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네 번의~’와 또 다른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두 영화 모두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한 공포영화 ‘위험한 관계(Fatal Attraction)’을 언급한다는 사실. ‘브리짓’에서는 TV로 방영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그만큼 그 영화가 서구의 성생활 – 특히 바람피우는 것에 – 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두 영화가 어쩌면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진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스타일과 흐름이 비슷하다.

다음으로 고른 작품은 바다 건너 미국으로 와서 ‘High Fidelity’. 우리나라에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어이 없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footnote]왜 이 어이없는 제목이 붙여졌는가 하면 그 전에 빌 머레이 주연의 ‘Lost in Transition’이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라는 어이없는 제목이 붙여졌는데 또 그것을 본떠서 더 어이없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도대체가 생각이 있는 것인지…[/footnote] 주인공은 존 쿠작. 어릴 적 평범한 외모에서 눈부시게 쿨한 외모로 자라 메이저급 배우가 된 케이스다. 헤어진 여인과의 티격태격 스토리도 재밌지만 음반가게 사장이라는 설정 때문에 그곳에서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이 잔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에서 잭 블랙이 극 말미에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멋지게 부르면서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다.

역시 또 남자주인공에 이끌려 선택한 작품은 시간을 거슬러 1989년 만들어진 ‘Say Anything’. 성장기의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지만 매우 섬세하다. ‘싱글스’나 ‘올모스트 페이모스’로 잘 알려진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과 ‘High Fidelity’ 사이에 또 하나의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두 영화 모두 릴리 타일러가 출연한다는 사실. 중급의 외모지만 매력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도 생각이 난다. 아~ 물론 존 쿠작 영화의 감초이자 그의 누나인 조안 쿠작도 두 작품 모두에서 나온다.

딴 이야기 : 이틀 전에 동네 앞에 새로 생긴 중고 DVD 판매 가게에서 케빈 클라인 주연의 In & Out 이 눈에 띄어 골랐다가 그냥 내려놓았다. 오늘 문득 생각나 다시 가보니 오 세상에~ 그 사이 누가 채갔다. 빌어먹을… ‘로맨틱 코미디의 날’의 오점이 되어버렸다.

2009년 1월 13일 작성

웨딩싱어에 관한 글 하나

STORY

1985년 로비 하트(아담 샌들러 분)는 결혼식 피로연 가수이다. 언젠가는 꼭 곡을 쓰겠다는 포부로 고군분투하며, 어떤 피로연이든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고 분위기를 돋워준다. 웨이트레스로 일하게 된 줄리아(드루 배리모어 분)는 피로연 손님 시중드는 일은 처음이라 안절부절 당황해한다. 바쁜와중 잠깐 쉬던 줄리아는 피로연 가수인 로비를 알게 되고, 그에게 다가올 자신의 결혼식에서도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인연으로 알게된 로비와 줄리아는 서로가 가진 공통점을 발견하고, 죽이 척척 맞는 친남매처럼,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낸다.
어느날 로비는 엄청난 재난을 당한다. 몇분후면 곧 자신의 아내가 될 린다가 결혼식장에 그를 남겨놓고 떠나버린 것이다. 로비는 예복에 꽂힌 하얀 꽃을 발로 꾹꾹 눌러버린후,침실에 쳐박혀 자기 연민에 빠진다. 가장 친한 친구인 새미(알렌 코버트 분)는 로비를 위로하며 다시 노래부를 것을 권하고, 결국 로비는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최악의 피로연 가수가 되어버린 로비는 가장 즐거워야 할 결혼식을 망치기 시작한다. 행복해보이는 커플들을 조롱하고, 피로연 손님들을 비웃고,심지어는 신부 의 아버지와 주먹다짐을 하기도 한다. 사생활도,가수로서의 경력도 모두 진창에 빠진 로비는 결혼식 피로연 가수일을 그만둔다. 그리고 좀 더 멋져 보이고 번듯해 보이는 일을 찾아 다닌다.

한편 줄리아는 결혼식이 다가오자 점점 초조해진다. 줄리아의 약혼자인 글렌은 초조해하는 그녀를 돕기는 커녕 “내가 언제 나타나야 할지 말만해”라고 내뱉는다.기댈 곳이 없는 줄리아는 가장 친한 친구인 홀리와 로비에게 도움을 청한다. 로비는 자기 일도 접어놓은 채, 부케에서 사진까지 완벽한 결혼식을 위해 줄리아를 돕는다. 모든 준 비가 끝나자,홀리는 줄리아가 능숙하게 결혼식 키스를 해낼 수 있도록 로비와 연습해야 한다고 우긴다.

이 제안에 쑥스러워하며 머뭇거리는 로비와 줄리아.그러나 어색하게 키스하는 순간! 두 사람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감정이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줄리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로비는 그녀의 약혼자 글렌이 여전히 결혼식엔 관심도 없으며,비싼 차와 여자들을 이끌고 다니며 노는 한량임을 알게 된다. 그런 형편 없는 사내의 아내가 되기엔 너무도 아까운 나의 즐리아… 더 늦기 전에 그녀가 실수하는 걸 막아 야 해!!

해  설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한 영화 – <웨딩싱어> <웨딩싱어>의 주인공인 아담 샌들러와 감독을 맡은 프랭크 코래시, 각본을 쓴 팀 헐리, 제작자인 잭 기아라푸토가 의기투합한 것은 80년대 뉴욕대학에서였다.
당시 아담 샌들러는 드라마를, 프랭크는 영화제작을 공부하고 있었으며,잭 기아라푸토와 팀 헐리는 상경대 학생이었다. 뉴욕대 기숙사의 룸메이트로 만나게 된 그들은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웨딩싱어>프로젝트는 10년이 흐른 뒤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아담 샌들러는 당시를 회상하며 덧붙인다. “내가 스탠드업 코 메디를 시작할무렵 난 헐리와 룸메이트였지요. 어느 주엔가 헐리는 가족을 만나러 집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스토리와 농담 따위로 채워진 종이 뭉치를 가져왔더라구요. ‘이거 날 위해 쓴거냐?’라고 그에게 묻자, ‘그래. 스탠드업 코메디 하고 싶다고 그랬었잖아. 그래서 쓴거야’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정 말 웃겼어요. 당시 나도 각본을 쓰고 있었는데 내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처음 팀을 꾸리게 되었지요.”

80년대의 순수를 그리워 하는 영화

<웨딩싱어>의 배경이 80년대인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뭉쳤던 80년대는 그 어느때 보다 각별하기 때문이다. 의상을 맡았던 모나 메이와 감독인 프랭크 코래시는 80년대의 밝고 ‘인위적인’ 색깔을 창조하기 위해 고심했다.감독은 <웨딩싱어>가 가진 80년대의 분위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80년대는 모든 것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그래서 핑크와 잿빛이 도는 블루의 콤비나 자주와 노랑의 조합을 즐겨 썼습니다. 80년대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색조합이지요.”

그리고 <웨딩싱어>에 등장하는 몇 개의 결혼식은 각각 구별되는 색을 가지고 있다. “영화 초반의 결혼식에는 파스텔 블루와 터키 하늘색, 핑크를 썼습니다. 활기차고 즐거운 로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요. 이후 로비 혼자 남겨진 결혼식에서는 빨강이나 검정, 은색등 채도가 낮고 강렬한 색을 썼습니다. 추락하는 로비의 모습이 그런 색들에 의해 더욱 도드라지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색조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색조가 스토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이지요.”

급구!! 80년대 디스코 바지!!

색감 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80년대를 되살리는데 일조했다. 로비의 친구,새미로 출연한 알렌 코버트는 80년대풍을 살리기위해 당시 물건들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고 한다.

“어깨뻥이 두툼히 들어있는 자켓, 소매없는 셔츠,성긴 그물로 만들어진 옷,힙이 풍성 한 디스코바지,새끼 손가락에 끼는 반지,귀걸이 등등 80년대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얻을 수 있었죠.”

의상뿐만 아니라 알렌의 80년대 헤어 스타일도 화제가 되었다. “내 머리 스타일을 손질해주었던 사람은 엔지니어와 다를게 없어요. 그가 빳빳이 높게 세워준 머리는 한 가닥도 흩어지지 않았지요. 그야말로 공기역학적인 헤어 스타일이었습니다.”

“진짜” 로맨틱 코메디

제작 초반에 감독인 코래시와 제작자인 기아라푸토는 신부의 부모역을 맡을 두명의 엑스트라를 구하기로 했다. 엑스트라 대기실에서 아버지역을 맡을 남자 연기자를 골라냈지만, 그의 아내로 어울릴만한 여자 연기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번째 엑스트라 대기실에서 이미 결정한 남자연기자와 어울리는 여자연기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따로따로 선택된 두 연기자를 한방에 불렀을 때, 그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었다. 공교롭게도 두 연기자는 40년동안 동고동락해 온 “진짜” 부부였던 것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로맨틱 코메디는 수도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게 “진짜” 로맨틱 코메디가 아닐까?

이 원글의 링크는 사금융 사이트로 화려한 변신을.. -_-;;

귀여운 반항아 (Charlotte And Lulu, L’Effrontee, 1985)

80년대 프랑스산 성장영화.

이 영화는 진지하고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춘기의 아픔과 성장을 거침없이 표현한 영화이다. 역시 프랑스산으로 Sophie Marceau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던 La Boum 이 아름다운 십대 소녀 사춘기에 설탕을 입혀 곱게 포장해 내놓은 청춘멜로물이었으며, 당시 미국에서도 유난히 Endless Love, Paradise 등 십대의 모습이 과장되어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취향의 작품이 유행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과감성과 용기가 더욱 돋보인다.

Charlotte Gainsbourg 는 철물점을 운영하는 편부 슬하에서 십대소녀가 가질법한 존재론적 고민에 시달리는 시골소녀이다. 무엇이든 불만에 차있는 이 소녀는 어느 날 동갑내기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를 우연히 만나면서 그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게 된다. 그녀를 통해 현실탈피를 꿈꾸지만 그것은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꿈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 고통 받지만 딱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성격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이나 이후 성장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또는 노골적인 선악구도에 비해 그 심리관찰이 더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탁월한 관찰능력을 보여준 영화는 이 후 Thora Birch와 Scarlett Johansson 이 주연한 Ghost World 정도일 것이다.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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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 ver3” by Impawards.com. Licensed under Wikipedia.

Jack Black 이라는 배우에 대해 처음 존재감을 느꼈던 영화는 아마도 귀여운 구피 Will Smith 가 주연을 맡은 1998년작 Enemy of the State에서였을 것이다. 그나마도 엑스트라에 가까운 정부의 첨단추적시스템 오퍼레이터들 중 하나였던 그런 있으나마나한 배역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가 John Cusack 주연의 감각적인 코미디 High Fidelity에서 제법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했을 때에도 그저 신경질적이고 콤플렉스 강한 뚱보 역의 조연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의 말미에서 그는 Marvin Gaye 의 노래를 멋지게 불러 제켰고 이것이 그의 영화인생과 음악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역사적인 장면이 되고 말았다. 이후 MTV 의 각종 수상식에서 사회를 보는 등 미국의 청년문화의 새로운 (나름대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급기야 Tenacious D 라는 배우가 만든 이래 가장 실력 빵빵한 밴드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21세기 판 To Sir With Love 인 School Of Rock에서 그의 뛰어난 키타 솜씨와 노래 솜씨를 선보이더니 자신을 닮은 Peter Jackson 의 블록버스터 King Kong 에서는 순수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어느덧 주류배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진지한 표정만 짓고 다니기에는 너무 장난기가 넘쳐나는 종합 예술인이다. 하여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와 음악이 절묘하게 결합된 본 작품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를 Tenacious D 의 동료 Kyle Gass 와 함께 만든 것이다. ‘운명의 피크’를 찾아 음악의 지존이 되겠다는 두 아티스트의 역경과 고뇌를 담은 이 작품에 Meat Loaf, Ben Stiller, Tim Robins, 심지어 Ronnie James Dio 까지 우정 출연하여 Jack Black 의 병풍이 엄청 탄탄함을 과시하고 있다. Ben Stiller이나 Will Ferrell 유의 촌철살인 화장실 유머에 탄탄한 음악이 실려 있어 몇 배 가속된 강도 높은 유머 특급이 되었다. 추천!

Repo Man(리포맨,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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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Man CD cover”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존립근거가 신용사회, 즉 ‘상호간의 믿음’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우주인의 UFO 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접시 모양이 아니라 자동차 모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뭐 재밌으면 됐잖아”

라고 감독이 한마디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펑크 음악에 대한 애정이 유난할 것 같은 – 그래서 실제로 차기작으로 펑크씬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시드와 낸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 감독 Alex Cox 가 바로 그 펑크적 감성으로(“연주 못하는 게 뭐? 신나면 되잖아?”) 만들었고 의도한 바대로 영화사에서 Rocky Horror Picture Sho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컬트 아이콘이 되었다.

찰리쉰과 따로 떼어놓으면 모르겠지만 옆에 두면 형제인줄 알 것 같은 에밀리오에스테베즈가 질풍노도의 펑크족에서 현대 신용사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은 Repo-Man(Repossesing Man의 준말로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할부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의 차를 다시 ‘재소유’ 즉 뺏어오는 직업을 의미한다고)으로 변신한 Otto 역을 맡았고, 따분하고 지저분한 중년을 대표하는 듯한 외모의 소유자 Harry Dean Stanton 이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변변히 모아둔 것도 없는 중년 리포맨 Bud 역을 맡으면서 에밀리오와 투탑을 이루고 있다.

어쨌든 이 둘을 축으로 차를 뺏어오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자주 들르는 편의점에서 이어지는 펑크족 강도들과의 만남, 외계인 시체를 트렁크에 실은 채 정처 없이 떠도는 과학자와 이를 뒤쫓는 정부기관 간의 해프닝 등이 상영시간 내내 골고루 배합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면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있는데 Otto 가 이전에 친구였던 펑크족 강도들을 슈퍼마켓에서 맞닥뜨리는 그 짧은 몇 초에 매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슈퍼마켓의 진열장의 상품들이 하얀 포장에 그저 Food, Milk 등만 쓰여 있다는 점이다. 선진화된 미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저러지 않을까 싶은 그런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이 장면은 어느 블로거에 따르면 스폰서가 붙지 않은 탓에 억지로 찍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한편으로 어쩌면 감독이 초창기 애드버스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한편으로 이와 반대로 토마토 공격대 2탄에서는 스폰서가 붙어야 영화 펀딩이 되는 영화계의 현실을 비꼬아 아예 노골적으로 상품광고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 Bud 가 Otto 에게 ‘믿음’이 기반을 두는 신용사회가 맘에 든다면서 러시아에서는 이런 사회를 꿈이나 꾸겠냐고 일갈하는 장면이 있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대화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결국 끊임없이 주입되는 과잉소비의 지출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부소비나 외상을 조장해왔고 오늘날 이러한 왜곡된 지불행태 없이는 자본주의가 존재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리포맨은 바로 그러한 소비와 지불의 간극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응달 속의’ 집달리 들인 것이다. Bud 가 자본주의의 더러운 쓰레기나 치우는 마름이면서도 자본주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다.

Electric Dreams(1984)

Blade Runner(1982년)의 진지한 팬이 들으면 약간 기분 나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80년대 팝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한껏 담고 있는 Electric Dreams(1984년)는 어떤 면에서 Blade Runner와 통하는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lade Runner의 원작은 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그리고 Electric Dreams에서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모니터에 양떼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

무엇보다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은 인공물이 인간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풀잇법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Blade Runner는 상징적 은유를 통해 인간조차도 (미지의 신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일 수 있다는 음울한 메시지와 환원론을 전달하는 반면 Electric Dreams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자살(?)을 통해 자신의 예외성을 포기함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첨단시대에 어울리는 첨단의 음악, Culture Club, Heaven 17, ELO, Human League 등이 선사하는 신쓰팝(Synth Pop)이다. Georgio Moroder가 편곡한 Duel 이 흐르면서 컴퓨터와 여자주인공이 협연하는 장면은 꽤 유명한 명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었다.

Quadrophenia(1979)

“’모드족’은 1960년대 영국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문화다. 당시 영국의 젊은이들은 모드족과 ‘로커족(Rockers)’들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라는 점만 빼곤 둘은 모든 면에서 대립을 이루었다. 로커족들은 머리를 길게 길러 머릿기름을 잔뜩 바르고, 가죽 재킷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육중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녔으며, (당연하게도!)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듣고, 헤로인을 복용했으며 ‘클럽 59’를 본거지로 삼았다. 반면 모드족들은 유별날 정도로 외모에 집착해 깔끔한 헤어스타일, 최신 유행의 옷차림으로 거리를 누볐으며 가죽 잠바 대신 파카를 주로 입었고, 모터사이클 대신 스쿠터(scooter)를 타고 다녔고, 록 음악 대신 모던 재즈나 리듬 앤 블루스를 주로 들었으며 헤로인 대신 암페타민(Amphetamine)이라는 각성제를 복용했으며 ‘카나비 스트리트 (Carnaby Street)’를 본거지로 삼았다.”

이쯤이 대충의 모드족에 대한 정의이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위해 여기를 방문하실 것.

Quadrophenia movie.jpg
Quadrophenia movie” by [1].. Licensed under Wikipedia.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모드족의 시조라 할 수 있는 The Who 가 1973년 발표한 록오페라 앨범 Quaderphenia 를 기초로 만든 영화다. 그룹이 그들을 따라다닌 팬의 이야기를 기초로 썼다는 이 앨범은 그들의 걸작 Tommy 와 같은 하나의 컨셉트앨범으로 전체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이 영화는 그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 1964년 모드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는 Jimmy Cooper 는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다만 그것은 모드족의 생활이 유지될 만큼만 돈을 벌면 그만인 직장이다. 스쿠터, 음악, 친구들, 그리고 Blues 라 불리는 환각제 …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록커들과 사사건건 시비를 붙던 Jimmy와 그 패거리들은 급기야 길거리에서 몇몇 록커를 폭행하는데 그중에는 Jimmy 의 어릴 적 친구도 끼어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갈등은 동물들의 영역싸움과 다를 바 없는 거칠고 비이성적인 것이었다. 항상 이상한 패션과 음악에 심취해 있는 Jimmy를 부모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Jimmy 가 마음이 뺏겨 있는 Steph는 나름대로 Jimmy에게 호감을 보인다. Bank Holiday 에 브라이튼의 해변에 모드족과 록커족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두 진영은 심각한 패싸움을 벌이고 경찰이 출동하여 사태를 진압한다. Jimmy는 이 소요의 흥분에 젖어 Steph 과 골목길에서 성관계를 갖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법정에서 Jimmy는 우상이었던 Ace Face(The Police의 Sting)와 연대감을 느끼고 뿌듯한 마음에 집에 돌아왔지만 부모와 직장으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고는 직장을 때려치워 버린다. 그런데 이런 그를 환영해 줄줄 알았던 친구들이 웬일인지 Jimmy에게 시큰둥하고 그새 Steph 는 그의 친구와 어울려 다닌다. 상심한 Jimmy는 브라이튼으로 돌아가 그날의 승리감과 성적 쾌감을 곱씹어보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덧없는 희열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우상이었던 Ace Face 가 호텔 벨보이로, 조직의 순응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뼈 아린 배신감을 느낀다.

http://www.modrevival.net/
http://en.wikipedia.org/wiki/Quadrophenia_(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