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번 내한공연 후기

그가 한국에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1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도 옆 나라 일본에는 토킹헤즈 활동 초창기부터 공연을 위해 수시로 드나들었고,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일본인 아내와 결혼했었고, 솔로 활동 시절에도 공연을 했었음에도 우리나라는 오지 않았었다. 그나마 한국에 방문한 흔적을 남긴 것은 오래전에 그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한 음악 활동과는 관계없는 방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드디어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런 만큼 개인적으로는 감개무량한 첫 공연이었다.

익히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데이빗 번 개인과 토킹헤즈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공연 기획사의 계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토킹헤즈의 현역 시절에는 한국에는 그러한 시장이 없었다.2 어제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관객층의 나이는 토킹헤즈 시절에 음악을 즐겼을 만한 중장년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락페스티벌 및 스탑메이킹센스의 극장 상영으로 신규 유입된 듯한 젊은 팬들이 많았다.3


(이미지 출처)

공연장은 경희대학교에 있는 ‘평화의 전당‘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건물(외관도 거창하다4)이었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트위터에서 공연장이 걸어가기 어렵다고 푸념하는 위치였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안젠치타이 공연을 감상했던 추억의 장소였지만,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에게는 불만이 나올만한 나쁜 접근성의 공연장이었다. 사실은 그만큼 우리나라 공연 문화가 척박한 것이다. 전문 공연장도 아니고 접근성이 후진 대학교 부속건물을 쓰는 공연 인프라. 그게 2026년 K-컬처의 현재다.

이제 공연 이야기를 해보자. 개인적인 감회가 있어 공연 수준의 뛰어남을 논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공연이 아니었다.5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밴드 둘을 꼽자면 The Smiths와 함께 탑으로 꼽을 밴드인 토킹헤즈, 그 밴드의 프론트맨이었던 번옹이 생애 처음으로 공연을 펼치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경험은 냉정함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 처음 그들의 음악을 접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 어떤 아련함과 벅참의 감정이 솟아오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6


(이미지 출처)

인터넷에 올라온 셋리스트 숫자를7 세어보니 번옹이 공연에서 들려준 노래는 총 21곡이었다. 공연시간은 대략 1시간 40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번옹이 토킹헤즈 곡들 사이사이에 솔로 곡들을 빼곡하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솔로 앨범의 곡들은 총 10곡이다. 거의 비중이 50대 50인 셈이다. 본인의 솔로 활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번옹의 솔로 활동 곡보다는 모리씨의 솔로 활동 곡을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을 보며 선입견이 좀 바뀌었다.8

조금 냉정을 유지하고 그의 공연을 평하자면 그의 컨셉트는 확실하게 동적(動的)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락 공연이라기보다는 뮤지컬 혹은 댄스 퍼포먼스에 가까운 공연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트위터에서의 각종 감상 트윗) 그간 영상으로 느꼈던 그 역동성이 육안으로 다가오자, 확실히 그 공연의 다이나믹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기술의 발전과 본인의 천재성으로 만든 13인조 오케스트라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적인 건물 안에 우리 관중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게 번옹의 의도였다.


(이미지 출처)

번옹은 사견으로 본인을 뮤지션이 아닌 퍼포먼서 내지는 종합 예술인이라고 자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캐릭터는 그가 음악이 아닌 미술 전공의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에 다녔던 이력에서부터 형성되었을 것이다.9 그리고 이후 뮤지션으로서의 활동한 이후에도 공연계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서 그는 무대를 하나의 종합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여 왔고, 토킹헤즈 초기 활동에서의 그 컨셉트의 정수는 바로 스탑메이킹센스 홍보 공연과 조나단 드미의 영화화에서 꽃을 피우게 됐다.

즉, 번은 로버트 윌슨, 트와일라 타프, 토니 실 등 종합예술인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찌감치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뮤지션이 단순한 소리의 전달이 아닌 다양한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번 내한 공연을 포함한 그의 공연 포맷은 그러한 신념이 반영된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그간 그의 작업은 뮤지컬로 확장되기도 했었고, 때로는 건물 자체를 악기로 사용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요컨대 번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이번과 같은 마술 같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폰카메라를 꺼내게 만든, 그 유명한 Make America Gay Again(이미지 출처)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나를 포함한 관객들을 마법적인 황홀감에 빠지게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치트키는 사실 그런 독특한 공연 컨셉트나 고령을 무색하게 하는 그의 노익장 뭐 그런 것도 아니고 – 그런 것도 있겠지만 – 토킹헤즈 및 그의 솔로 곡들이 가지고 있는 독자성에10 있었다. 누가 – 다른 곡들보다 호응은 덜 했던 듯하지만 – 그 시절에 어떻게 Air와 같은 곡을 만들고 공연할 수 있었을까?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지금 들어도 ‘뭐야 이건?’ 할만한 독창성을 뽐냈던 뮤지션, 그들이 토킹헤즈다.

어떤 사용자는 티나가 오지 않는 공연이어서 공연에 올지 망설였다는 트윗을 올렸던데, –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고민은 과거 실시간으로 유명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즐길 수 없었던 환경의 나라에서는 다소 배부른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창 그들의 음악을 듣던 시대가 아닌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이제야 가까스로 시장이 형성된 때에 찾아오는 뮤지션들. 그런데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고 공연에 안 간다고? 당연히 가야지! 인생은 그런 것이다. ㅎㅎㅎ


(이미지 출처)

뮤지션들이 순회공연을 하면서 전성기 시절의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이 이에 호응할 수 있는 환경, 이건 문외한인 내가 생각해도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추억팔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그런 추억팔이도 시장이 있고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마저도 쉽지 않은 수많은 뮤지션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번옹은, 슬기롭게 그런 추억팔이와 본인의 솔로 커리어를 조화롭게 팬들에게 선보여서 팬으로써 너무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번옹.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위시리스트가 몇 개 있다. 이제 나 역시도 이미 장년을 바라보는 비루한 처지라서 신진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이 꿈은 아니고, 어린 시절 감히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그런 뮤지션들을 그나마 K-컬처의 유행 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마도 … ㅎㅎ 어렵겠지. Joe Jackson, Paul Weller, Depeche Mode, ABC 등등의 뮤지션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한 축으로 번옹의 공연을 이번에 본 것이다. 그래서 감사해야겠지. 건강하세요 번옹. ㅋㅋㅋ

공연 영상 


  1. 한국 가수의 나이와 비교하면 나훈아가 내한 공연하는 수준
  2.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발매된 그들의 스튜디오 앨범은 리틀크리쳐다.
  3. 그런 의미에서 소간지님 고맙습니다. 님이 한국에 멋진 서브장르를 만들어주셨습니다.
  4. 벨기에의 생 미셸성당을 모델로 만들어진 고딕 건축물이라고 한다.(출처)
  5. 그저 눈물이 주루륵
  6. 예전에 모리씨 공연을 보고 이제 번옹의 공연을 봤으니, 버킷리스트의 두어 개 정도는 지워도 될 것 같다
  7. 참고로 일본 썸머소닉 공연 셋리스트와 동일하다
  8. 그래서 공연을 직접 봐야 작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겠지.
  9. 잘 알다시피 크리스와 티나 역시 그 학교에 다녔고 번은 이후 중퇴하지만, 그 둘은 끝까지 남아 학교를 졸업했다.
  10. 이러한 독자성은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넘사벽의 독창성으로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을 극히 희귀하다. 개인적으로 꼽자면 일단 토킹헤즈, 스미쓰, 스트랭글러스, 엑스티씨, 조이디비전 정도가 생각난다. 지금 Bros를 듣고 있는데 그들도 독자성이 있을까? 좋아하는 밴드여서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ㅎㅎ

데이빗 번 내한 공연 소식

미국의 전설적인 뉴웨이브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작가인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이 데뷔 약 50년 만에 첫 내한공연한다. 20일 공연기획사 프라이빗 커브에 따르면, 번은 오는 8월21일 오후 8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 ‘데이비드 번 후 이즈 더 스카이?(David Byrne Who Is The Sky?)’를 펼친다.[전설 ‘토킹 헤즈’ 데이비드 번, 데뷔 50년 만에 첫 내한공연]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인데 절대 내한공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던 아티스트 중 하나가 데이빗 번인데 그런 그가 드디어 한국에 온다.1 아마도 지난번 스탑메이킹센스 재상영에서의 의외의 흥행 성공(?!)썸머소닉에 오는 길에 같이 공연하는 여타 해외 뮤지션의 공연 루틴2 덕분에 그가 한국에 올 수 있는 동력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썸머소닉에 가고 싶었는데 – 데비잇 번과 수에이드 때문 – 일단 내한공연을 티케팅할 생각이다. 여담으로 기억하기로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은 예전에 안전지대가 공연했던 공연장이다.

  1. 번이 전에 한국에 온 적은 있는데 지인이 완도에서 결혼해서 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적이 있다.
  2. 개인적으로 예전에 갔었던 뉴오더와 티어스포피어스 내한 공연이 그런 경우다.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 내한공연 후기


공연장 입구(이미지 출처)

J-Pop의 레전드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가 데뷔 45주년을 맞아 생애 처음으로 지난 2월 22일 인스파이어 무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잘 알고 있다시피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일본의 대중문화 유입을 막아오고 있어서 범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일본의 대중음악은 한국에서만큼은 큰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대중음악의 큰 별이라 할 수 있는 마쓰다 세이코도 내한 공연을 갖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셔틀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도착했다. 처음 와보는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복합 위락시설로 세이코짱이 공연할 공연장과 함께 호텔, 카지노, 위락시설, 쇼핑몰을 갖춘 시설이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이 시설의 개발과 관련하기도 하여서 이름은 꽤 들었었지만, 많이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방문은 처음이었다. 전체적인 시설 규모는 국제공항 근처의 위락시설치고는 인상적인 기능의 시설은 아니었다. 아무려나~

시간이 되어서 입장했는데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공연의 관람자는 8천 명에 달한다고 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공연장의 규모는 대략 그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시설이었다. 우리는 S석의 1열을 예약했기에 공연장 제일 첫 줄에 앉았다. – 다만 오른쪽 끝 언저리 좌석이어서 아내가 불만이 많았다 – 거기에서 공연장을 바라보니 2층에 듬성듬성 빈 자리가 있었지만, 관객들이 나름 차곡차곡 들어차서 티켓 파워가 어느 정도는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일본 팬이 상당수 그 자리를 채워줬겠지만.


뛰어난 연주 실력을 선보인 연주자들 (이미지 출처)

공연 예정 시간인 다섯 시가 되었지만, 공연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의 팬들이 – 내 뒷자리 중년 남성 팬이 주도했다 – 갑자기 ‘세이코’를 외치면서 박자를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호응해서 – 아마도 대부분이 일본인 팬이었을 듯 – 세이코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대략 5분에서 10분 동안 쉬지 않고 세이코를 연호하여서 나는 슬슬 ‘이분들 초장부터 너무 힘을 빼시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10분이 지난 즈음에 드디어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했다.

각주 :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 중 하나가 일본의 관객들은 상당히 조용히 공연을 감상하는 편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게 이날 다 깨졌다. 세이코를 연호하는 팬들도 그렇고 내 옆자리의 중년 일본 여성은 일찌감치 ‘세이코(聖子)’라고 크게 쓰여 있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와서는 공연이 시작되자, 바로 일어나서 세이코짱의 안무를 따라 하면서 그의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미 한두 번 그의 공연을 따라다닌 것이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한 팬질이었다. 스고이~!

첫 곡은 예상을 다소 벗어나는 곡이었다. 아마 공연이 한창 달아오를 즈음에 부르지 않을까 예상했던, 한국에서 그의 인지도를 10~20%쯤 상승시켜 주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뉴진스의 하니가 불러서 유명해진 바로 그 곡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가 공연의 첫 곡이었다. 무대 디자인은 추억을 되새길 팬들을 위한 고려였는지 레트로풍의 디자인이었다. 이후 백업 보컬 등을 겸할 무용수들도 발레복을 입고 나와 춤을 춰서 다소 이색적이기도 했다. 세션들은 층이 진 무대 아래편에서 연주해 주었다.


앵콜 무대에서 손하트 날리는 세이코짱(이미지 출처)

공연은 대략 세이코짱이 대략 3곡 정도를 소화하고 이후 무용수들이 연주에 맞춰 춤을 추면서 세이코짱이 새로운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무대도 바꾸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락밴드의 거칠게 몰아치는 열정적인 콘서트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추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아이돌의 무대라는 느낌이 다분한 것이 사실이었다. 바뀌는 무대에 따라 세이코짱은 공주 컨셉트로 노래하기도 하고 드럼이나 기타를 직접 연주하는 락걸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열심히 하는구나!’의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연주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세이코짱과 함께 꾸민 어쿠스틱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 세이코짱의 발라드곡들을 위주로 차분하게 이어진 무대에서는 세이코짱이 (연습해 온) 한국어와 일본어로 설명을 이어가면서 무대를 가졌다. 물론 프롬프트로 읽었겠지만, 그의 한국어 솜씨는 인상적일 정도로 뛰어났다. ‘한국 공연에 대단히 정성을 들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실한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이 어쿠스틱 공연에서 내 최애곡인 SWEET MEMORIES를 불러주었던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공연은 이 어쿠스틱 공연을 포함하여 2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앞서 언급한 세션 및 무용수 등 다수의 인원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 개인적으로 봤던 해외 아티스트 공연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 일단 티켓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공연이었다. 게다가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일본 팝의 레전드가 내 눈앞에서 손하트를 날려주는 공연이었기에 – 제일 앞자리에 앉은 특혜 – 비록 추억을 쌓아 온 일본 팬만큼 아니겠지만 충분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재소환할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다.

셋리스트(출처)

青い珊瑚礁
渚のバルコニー
秘密の花園
天国のキス

時間の国のアリス
ピンクのモーツァルト
チェリーブラッサム
シェイプオブハピネス

愛されたいの
エイティーン
セイシェルの夕陽
スイートメモリーズ
ベルベットフラワー

赤いスイートピー
ロックンルージュ
裸足の季節
風は秋色
ハートのイヤリング
白いパラソル
レモネードの夏
天使のウインク
夏の扉

素敵にOnce Again
大切なあなた

“스메센의 밤”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미국에서는 A24가 토킹헤즈의 공연 필름을 복원하여 상영하고 이를 계기로 멤버들이 화해하고 넷 모두가 무대인사 등에 몰려다니는 기적이 있었지만, 밴드의 인지도 바닥인 국내에서 이 필름이 상영되는 상황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각종 독립영화를 무모하게(!) 수입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찬란에서 다시 한번 무모한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그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찬란 측에서 나도 시사회에 초대해 주어 시사회장에 가게 되었다. 상영은 7월 22일 저녁 용산CGV 15관에서 진행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IMAX가 적당한 상영관이 아닐지 생각했지만, 스크린의 크기는 그 정도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배정받은 자리가 왼쪽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영화가 개봉되면 다시 가서 봐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영화는 7시 30분 정각에 시작했다. 평소 익숙했던 그들의 공연 장면과 노래도 몇십 배는 커진 스크린과 훌륭한 음향 기기를 통해 들으니 당연히 감동은 배가 되었다. 이 필름 안에서는 공연 중 멤버들의 사소한 행동을 – 당연히 특히 Byrne의 – 즐기며 볼거리가 많은데 더 큰 영상으로 보니 이런 모습이 더 눈에 띄며 즐거움도 더 컸다.

무료표를 받고 온 시사회인 탓인지 다른 바쁜 일이 있으신 탓인지 – 아마도 이런저런 동호회에서 오신 분들도 있는 듯 – 상영 도중 몇몇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음악이 귀에 익지 않아서인 듯? 하지만 아내 좌석 옆 좌석의 관객은 상영 후 ‘당시 어떻게 이런 음악을 했지’라고 감탄했다는 말을 전했다. 취향은 그렇게 가감이 생기는 법이다.

부디 이번 영화도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한다. 그래서 찬란 영화사의 용기 또는 만용(!)이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욱 좋은 음악 관련 필름을 소개해 줬으면 한다. 아내는 그런 의미에서 어서 알란 파커 감독의 The Commitments도 수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럴 일 없겠지만, 그럴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봉은 오는 8월 13일이다.

Talking Heads의 Stop Making Sense 국내 개봉 소식

그간 <서브스턴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마와의 토크쇼>,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여름날 우리> 등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수입 및 배급을 진행해온 찬란이라는 영화사에서 Talking Heads의 걸작 공연필름 <스탑 메이킹 센스>를 수입해서 상영할 계획이다. 개봉 예정일은 오는 8월 13일.

한편 다음은 상영 예정인 CGV 앱에 올라와 있는 상영 정보

라이브에이드 40주년

1985년 7월 13일

전 세계가 하나로 모인 날이었다. 두 개의 무대, 하나의 목표, 그리고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잊지 못할 라인업. 2025년 7월 13일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과 필라델피아 JFK 스타디움에서 동시에 열린 전설적인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의 4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150개국 15억 명 이상이 시청한 이 콘서트는 생중계되었다. 제1세계 아티스트들의 제3세계 인민에 대한 수혜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담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정도의 행사를 기획하였을 때의 그 인류애적 감성은 쉽게 폄하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Stop Making Sense 공연 필름

어제 Talking Heads의 스탑메이킹센스(Stop Making Sense) 공연 필름을 66인치 TV로 감상했다. 고백하거니와, 나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었는데 나는 여태 한 번도 이 필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적이 없었다.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여태 마치 이 필름을 봤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왜 착각 속에 살아왔는지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그 공연과 같은 이름의 라이브 앨범은 지겹도록 들었었고, 파편적인 공연 영상도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계속 감상했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무의식적으로 필름 전체를 봤다고 착각하거나 볼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1 뭐 이제라도 봤으니 됐다.

한편 이 공연 필름에서 밴드의 프론트맨 데이빗번은 전체적으로 일종의 영매(靈媒, psychic) 혹은 무당과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는 굿을 하다 신들린 무당이나 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기괴한 춤을 추고 몸을 떨어댄다.2 번은 공연 시작과 함께 붐박스와 통키타로 버스킹을 하는 고독한 방랑자이다. 이후 스탭들이 장비를 옮기며 점차 무대가 만들어지고 멤버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제 그들은 그 동안의 발표곡들을 부르면서 기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안무와 – 특히 번, 백보컬, 티나 등이 선보이는 개다리춤 – 편집증적인 몸떨림 등을 통해 통상 마초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락공연과는 다른 토킹헤즈 표 공연을 선보인다.

이 필름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카메라의 독특한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는 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통상의 각도와 다른 각도에서 공연자들과 객석을 찍고 있다. 또 강렬한 조명을 통해 무대를 빛과 그림자로 분할하는 등 극적 효과가 시도된다. 공연자들의 클로즈업을 통해 그들이 마치 연극배우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스티브스케일스나 백보컬 등의 조연의 움직임도 충실히 담아내서 공연의 현장감을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객석은 많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영상 막바지에 관객들의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어대는 모습을 짧게 짧게 보여주며 공연의 양방향성을 연출하기도 한다.

한편 이 공연 필름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이 불편한 구석이 있었는데 그건 “확장한 토킹헤즈”가 되면서 생길 수밖에 없었을3 “오리지널 토킹헤즈”의 위치 설정에 대한 갈등이 영상을 통해 느껴졌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 내몰린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는 멤버는 개인적으로는 제리, 그는 오리지널 멤버 등장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기타를 치며 공연을 시작하지만, 세션뮤지션 알렉스 위어에 밀려 곧 키보드를 맡게 된다. 하지만 건반악기는 버니워렐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4 이렇듯 스탑메이킹센스 필름은 공연 필름의 걸작임과 동시에 토킹헤즈 팬이라면 맥락을 알 수 있을 컨텍스트가 내포되어있는 영상이기도 하다.

이 공연의 감독 조나단드미는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다른 필르모그래피를 통해 접하면서 ‘멋진 감독이구나’라고 늘 생각하고 있던 감독이다. 특히 ‘썸씽 와일드(Something Wild)’나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5을 보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감독인가를 잘 알 수 있다. 이토록 천재적인 영화인이 음악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고 있던 밴드의 공연을 필름에 담겠다고 생각했을, 그리고 함께 작업하기로 합의했을 그 상황은 상상만 해도 흥겨운 상황이었을 것 같다. 각자의 분야에서의 천재들이 만나서 협업을 논의하고 마침내 그 결과물이 걸작으로 인정받는 순간. 그런 상황이 스탑메이킹센스에서 실현된 것이다.

  1. 그런데 사실 이런 어이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기억력은 꽤 오랫동안의 고질병이다
  2. 이러한 안무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Crosseyed and Painless의 뮤비를 찍으면서 접한 댄스팀의 안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전통적인” 확장된 토킹헤즈와는 멤버가 달라서 또 다른 “확장한 토킹헤즈”이기도 하다
  4. 그런데 제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지금도 토킹헤즈의 유산에 대한 적자 노릇을 하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참 대단한 멘탈이다.
  5. 개인적으로는 원작 소설보다 잘 만들어진 흔치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의 첫 등장을 잊을 수가 있을까?

Bros – When Will I Be Famous?

Bros가 1988년에 런던에 있는 햄머스미쓰오데온(Hammersmith Odeon)에서 가졌던(지금은 스폰서쉽 때문에 이름이 Eventim Apollo로 바뀌었다고 함) 공연 실황 중에서 When Will I Be Famous? 영상이다. 1집 Push에서 I Owe You Nothing과 함께 가장 인기 있었던 곡 중 하나다. 이 영상은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친구가 구매한 공연 레이저디스크로 감상했을 때였는데 기억하기로 이 곡은 전체 공연의 막바지 즈음하여 연주되었었다.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둘은 (1) Luke Goss가 드럼연주에 심취하여 귀에 꽂혀있던 모니터링 용 헤드폰을 머리를 흔들어 벗겨 버리는 장면과 (2) Matt Goss가 그 장면 바로 다음에 무대 상단으로 올라가 바지를 벗고 관객들에게 자신이 입은 성조기 빤쓰를 보여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