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 – 오랜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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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근처에 헌책방이 있다. 중고서적이 대부분이지만 중고CD나 중고DVD도 판다. 이 음반은 그 가게에서 발견한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밴드 이름이지만 뭔가 나름 고심하여 지은 음악적 자세가 엿보여 웹 검색을 해보았다. 알다시피 인터넷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에 대한 정보DB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지만1 운 좋게 이 밴드의 정보는 매니아DB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 어느 일본잡지에서 본 키스의 모습에 흥미를 느낌 ‘임홍렬’은 그들의 음악에 다시 충격을 받게 되고 록음악의 길로 빠져들었다. [중략] 학교후배 ‘심종은’과의 만남으로 ‘Pure’를 출범시키게 되고 밴드경험이 전혀 없는 김재경을 합류하여 3인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Pure’는 자신들의 음악적인 방향을 국내에는 생소한 펑큰롤로 정하고 93년 가을부터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중략] 당시 ‘고호의 아침’이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히트를 기록하면서 퓨어의 음악을 찾는 매니아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미 품절되어버린 1집의 음반을 구하는 매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출처]

매니아DB 소개 글중 일부다. 국내에서 흔치않게 펑큰롤(Punk ‘n’ Roll)을 시도했던 국내밴드이고 내가 발견한 그 CD가 품절되어버린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펑큰롤을 좋아하고 품절된 음반 구입을 좋아하는 내가 안 살 이유가 없었다. 펑큰롤의 장르적 정의에 대해서는 – 모든 장르가 그렇지만 – 펑크와 락앤롤이 섞인 음악을 구사한 이들을 아우르는 애매한 개념이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펑큰롤이라는 서브장르가 입에 오르내리던 당시는 이 음악을 구사한다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밴드가 몇 있었고 그 대표주자가 E.M.F.와 Jesus Jones다.2 매드체스터, 얼터너티브댄스 등의 수혜를 받은 이들은 락밴드의 진영에 디제잉 등을 가미해서 보다 더 그루브를 강조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Pure가 바로 이런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이었다.

감상한 결과 여전히 당시 유행하던 가요풍의 락음악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지만 펑큰롤의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오랜 시간 속에서’의 인트로에서의 베이스와 건반 연주가 Jesus Jones의 연주를 연상케 하고 다섯 번째 트랙 ‘너의 곁에 있으면’ 등은 나름 훌륭한 펑큰롤 트랙이다. 다만 그루브한 리듬이 약한 것이 흠이다.

Prelude : 창세기 ~ 계시록
오랜 시간 속에서
언제라도
서로를 위한 시간
너의 곁에 있으면
내게 필요한 것
하루를 너와 함께
자아상실

  1. 그나마 엔하위키가 있어 다행이다
  2. 이들 밴드에 관한 소개는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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