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全地帶 공연후기

安全地帶를 처음 접한 것은 앨범 재킷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이화여대 앞의 레코드 파는 노점상쯤으로 기억한다. 1980년대 말, 일본음악은 아직 국내에서는 무조건 금지곡이었던 시절이라 – 그러면서 애들에게는 일본만화를 보여줬다 – 그 레코드는 불법복제 음반, 이른바 빽판이었다. 고교폭력배와 같은 멤버의 날카로운 외모가 인상적이었을 뿐 사지는 않았다.

그 뒤 그들의 음악을 접한 것은 아마도 친구가 CD로 구입한 음반을 카셋테잎으로 복제해서 들은 때인 것 같다. 그들의 베스트앨범이었거나 아니면 라이브앨범이었다. 이후로 딱히 내가 그들의 팬이다 어쩌다 생각 없이 이곡 저곡 들어왔고 어느새 그들의 노래 상당수는 내 젊은 날의 배경음악이 되어버렸다. 주윤발, 프로스펙스, 천녀유혼, 그리고 안전지대 등등.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10년 중년의 지친 몸을 이끌고(!) 경희대의 언덕배기 높은 곳에 위치한 – 내한공연이 열릴 곳인 – ‘평화의 전당’에 도착하자 대개는 내 또래쯤으로 보이는 적지 않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이들의 공연을 보는구나.’ 하는 즐거운 마음에 노점상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 입에 털어 넣었다.(3천원짜리 바가지)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서 기분도 그만이다.

다섯 시로 예정된 공연은 다섯 시 반에 시작했다. 다른 공연이 으레 늦게 시작하니 이 정도면 빨리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주최 측은 지하철 1호선의 사고로 공연이 늦어지니 이해해달라고 안내방송을 한다. 대체 ‘지하철 1호선’과 안전지대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멤버들이 지하철로 이동을 하고 있단 말인가? ㅎㅎㅎ

모두의 환호 속에 じれったい(지렛타이)로 시작된 공연은 20분여를 숨 가쁘게 리듬감 있는 락넘버로 채웠다. 타마키코지의 보컬이 나이가 들어 쇠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은 열정적인 무대를 보며 어느새 잦아들었다. 내 기준에는 보컬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세월이 흘러 예전의 그 고교 폭력배스러운 외모가 남아있지 않음이 조금 아쉬웠다.

1부라 할 수 있는 신나는 락공연이 끝난 후 2부에서는 멤버들이 관객석 가까이 의자를 가지고 모여들어 언플러그드 공연을 선보였다. 당연히 夏の終りのハ一モニ一(여름 끝의 하모니), ほほえみ(호호에미)와 같은 그들의 익숙한 발라드넘버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여름 끝의~’에선 관객들의 합창을 유도하기도 했는데 의외로 많이들 따라 불렀다.

특히 이 무대에서는 타마키가 통역을 불러들여 세상을 떠난 배우 박용하와의 우정을 반추하기도 했다. 실지로 박용하는 타마키코지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었다는데 1세대 한류 스타로서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아나갔던 모양이다. 한국의 일본으로의 문화침공이 보여준 또 하나의 희한한 풍경이다. 타마키는 그를 위해 Friend를 불렀다.

다시 이어지는 무대는 뜨거운 락 공연. We’re Alive, Lonely Far 등 초기의 히트곡과 신보의 수록곡을 적절히 섞어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I Love Youからはじめよう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환호하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지막 곡은 예상했던 대로 – 예상으로는 앵콜 피날레였으나 앵콜이 없었으므로 – 悲しみにさよなら(슬픔이여 안녕)

공연을 보고 와서, 또 이글을 쓰느라 몇몇 글을 검색해보니 타마키코지의 어두운 개인사, 다른 공연에서의 어이없는 행동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한공연으로만 보자면 타마키를 비롯한 멤버 모두들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앞서 말했듯이 타마키코지의 늙은 외모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 나머지 멤버들은 원래 늙어보였으므로 별달리 변한 걸 느끼질 못했다는 – 멋진 가창력, 완벽한 연주, 성의를 다한 무대매너는 20년을 기다려온 – 물론 손꼽아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 내 눈과 귀를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夢のつづき(꿈의 이어짐)을 안 부른 것을 빼고는.

Playlist

1. Jirettai (じれったい)
2. NESSISEN
3. Sukisa (好きさ)
4. PRUSSIAN BLUE NO SHOUZOU
5. GINN IRO NO PISTOL
6. MASQUERADE
7. Mayonakasugino Koi (眞夜中すぎの戀)
8. TSUKI NI NURETA HUTARI (月に濡れたふたり)
9. Aoi Bara (蒼いバラ)
10. Wineredno Kokoro (ワインレッドの心)
11. Koino Yokan (戀の予感)
12. AOI HITOMI NO ELISU
13. Friend
14. NATU NO OWARI NO HARMONY (夏の終りのハ-モニ)
15. To Me,
16. HOHOEMI (ほほえみ)
17. ANO KORO E
18. Lonely Far,
19. DO-DAI,
20. We’re Alive,
21. YUME NI NARE,
22. Ame (雨)
23. ORANGE,
24. HITORI BOTTI NO YELL,
25. I Love You KARA HAJIMEYOU (からはじめよう)
26. Kanashimini Sayonara (悲しみにさよなら)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