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김씨는 손님에게 한 개비씩 파는 소위 ‘까치담배’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뜩이나 비좁은 , 거기에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버스 정거장 옆 가판대 안에서의 흡연은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게재가 아니었다.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 경우는 처음이다. 급히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로또 당첨금액 점검기의 액수를 확인해 보았다.


‘삼십육억 원’


지난 주 최고금액인 것이다. 하지만 이 당첨된 로또는 김씨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조금 전에 당첨금액을 확인해달라던 어떤 초췌한 아줌마의 로또였다. 당첨금액을 확인해달라고서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서있던 그 아줌마. 당첨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김씨는 숨이 멎을 듯 했고 오만생각이 머릿속을 배회하였다. 그의 생각을 정리해준 것은 아줌마의 짧은 푸념이었다.


“꽝이죠?”


김씨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그것이 불과 30초 전이었다. 김씨의 생애에 있어 가장 긴 30초였지만 말이다. ‘어서 가서 돌려주자’라는 생각과 ‘하늘이 날 도운거야’라는 생각이 한 백만 번쯤은 머릿속을 반복 교차한 것 같다. 그리고 담배연기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담배를 휴지통에 버리고는 서둘러 가판대 밖으로 나왔다.


급히 아줌마가 발길을 옮긴 방향으로 뛰어갔다. 마음속으로 결정한 바는 있으나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여러 시나리오만이 파편적으로 흘러 지나다녔다. 한때의 직장생활, 정리해고, 아줌마가 번호를 따로 적어놓았을 가능성,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큰애, 나가기 싫은 동창회, 뛰어가는 앞을 방해하는 수다스러운 여학생들… 모두가 김씨의 적들이다.


아줌마를 발견한 곳은 500미터 쯤 가서였고 그녀는 막 후미진 골목으로 접어들려던 차였다. 조심스럽게 그녀로부터 50미터쯤의 간격을 유지한 채 따라갔다. ‘따라가서 어쩔 건데?’라고 자문하였다. 따라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로또를 돌려주자’, ‘사실대로 말하고 반씩 나누자고 하자’, ‘왜 반씩?’, ‘턱도 없는 소리’, ‘그냥 이대로 다시 돌아가자’, ‘우선 빚 2천을 갚고’….


아줌마가 그때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자리에 서서는 퍼뜩 놀라며 핸드백을 뒤지기 시작했다. ‘역시 적어놓았어 제길’ 김씨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도 모르게 손톱에서 피가 날 정도로 담벼락을 긁었다. 길옆의 돌멩이 하나가 김씨를 비웃는다. ‘헛물 켠 거야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알아?’ 돌멩이를 집어 들고 강하게 부인한다. ‘절대 아니야 이것보다 쉬운 돈벌이가 어디 있어?’


김씨는 그 뒤에 벌어진 일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돌멩이의 조소, 손톱에서 흐르던 피,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아줌마, 돌멩이, 돌멩이, 피 묻은?, 누구의 피지?, 황급히 내달려 큰길가로 나왔다. 방금 전의 인적 없는 골목길이 꿈만 같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적댔다. 서둘러 가판대로 뛰었다. 길가의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바보 같은 놈 로또를 가판대에 놓고 문도 안 잠그고! 정말 지랄한다!’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가판대 근처 치킨집의 대머리 정 사장이었다.


“어이 김씨 어디 갔다 와?”


할 수 없이 달음질을 멈춰야했다. 무릎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골랐다. 이내 고개를 들었다.


“정 사장님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무슨 소리야. 지금 김씨 가게가 난리 났어.”


“네?? 무슨 소리에요?”


“불이 나서 뼈대만 남고 홀라당 탔어. 가게에서 불 피웠어?”


‘꼬… 꽁초가….’


김씨는 맥없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꿈이라면 좋겠다. 꿈이라면…. 꿈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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