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는 알고 있다

 ◆ ‘OH, sun boy’와 ‘와! 햇님 아들’
역시 70년대 중반정도 방송된 만화영화 중에 ‘서부소년 차돌이’란 만화가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이시면 다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만화는 원래 ‘황야의 소년 이사무’란 제목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서부로 흘러들어간 일본인 소년 이사무의 얘기입니다. 이 만화는 우리나라 방영당시 주제가가 ‘와! 햇님 아들 우리들의 차돌이’로 시작했었죠.

상당히 오랫동안 원곡이 궁금했었는데, 얼마 전에 풀렸습니다. 일본에선 60~80년대 방송만화영화의 주제가들만 모아서 나온 비디오, LD가 수십장이 됩니다. 그중 몇개를 보니, 대부분의 70년대 TV방송만화가 다 있었습니다. 원곡은 ‘Oh, Sun boy 우리들의 이사무’로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Sun boy를 외치는 것은 일본의 상징이 해이기 때문이죠. 일장기의 해를 비유해서 ‘태양의 아들’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것을 번역과정에서 ‘햇님 아들’이라고 고친 것이구요.

70년대 당시 일본에만 하더라도 노래에 영어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화영화 주제가는 물론이고 일반 가요에도 영어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이 넘어서였습니다. 게다가 70년대에는 외래어 간판을 단속하던 때였습니다. 당연히 이런 주제가에 영어나 외래어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로케트 펀치’만 해도 ‘로케트 주먹’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래서 몇가지 특이한 번역이 나오게 됩니다.

슈퍼 로보트 마징가 Z ->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Z

아마노이드를 무찔러라 제로 테스터 -> 우리의 용사는 우주 삼총사

이때다 발사! 브레스트 파이어 -> 나타나면 모두모두 벌벌벌 떠네

아아아 사이보그 009(제로 제로 나인) -> 아아 무적의 009(공공구 혹은 영영구)

황금 BAT(일본어 발음으로 오곤 밧토) -> 황금 박쥐

Dash! Dash! 단단단단 Dash! Dash! 단단단단 스크램블 Dash!

->달려라 달려 찡가, 날아라 날아 찡가, 용감하게 싸워라

◆ ‘착하고’, ‘슬기롭고’, ‘인정많은’

주제가 번역과정에서, 원작에는 전혀 관계 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십중팔구는 ‘마음착한’이나 ‘착한’입니다. 아마 당시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강조하고 싶었던 가장 큰 덕목은 ‘착한’ 이었나 봅니다.

폭풍우를 향해 달리는 이사무 -> 씩씩하고 슬기롭고 ‘마음 착한’ 차돌이

마녀아이 메구는 마녀아이 메구는 -> 요술천사 꽃분이 ‘착한’ 꽃분이

무적의 힘은 우리들을 위하여 ->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쓰는 ‘착한’ 이

이러다 보니, 마음이 없는 ‘로봇’에게도 ‘착하다’는 표현을 넘어서 ‘인정많은’이란 표현을 쓰는 엄청난 사태도 벌어지게 됩니다.

79년에 나온 마징가Z 주제가 2절에서는

발사! 명중! 미사일 펀치 -> 힘세고 ‘인정많은’ 로보트 용사

사실 아톰(당시는 아텀)처럼 사람에 가까운 로봇이 아니라(아톰의 경우 원작 주제가에서 ‘마음 착한’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자동차처럼 모는 로봇에 ‘인정’이란 말을 붙이는 것은 논리에도 안맞고, 더군다나 원작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미 과거 이메일클럽에서 밝혔듯이 마징가Z의 경우, 선과 악의 구분 없는 로봇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악의 구분이 없는 로봇을 인정하기란 참 힘들었나 봅니다. 마징가Z와는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한 ‘그레이트 마징가’ 노래를 봅시다.

한국;그레이트 그레이트 마징가 지구를 위해 싸운다.

일본;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 로봇이니까. 기계(machine)이니까.

◆ 그리고.

사실, 일본만화 주제가 차용은 70년대 가장 심했고 80년대 들어서는 상당히 독자적인 행보를 걷습니다. 최소한 ‘은하철도 999’처럼 반정도만 비슷한 곡이 많습니다. 80년대 만들어진 ‘미래소년 코난’ 주제가 같은 것은 원곡보다 나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죠.

주제가는 최근에는 더욱 원곡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만, 그 내용은 70년대와 비교하면 아주 직역에 가깝습니다. 이미 원곡을 듣는 매니아들이 많아서 마음대로 번역하면 비난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최근 만화영화 주제가로 쓰이는 곡들은 상당수가 ‘만화영화용’이라기보다는 일반 가요입니다. 일본은 TV프로그램에 정통 가요쇼가 적습니다. 이때문에 상당수 가수들이 만화영화나 드라마 주제가를 불러서 자주 TV를 타게 하고 그 인기에 편승해서 선전도 합니다(타이 업이라고 합니다).

이때문에 실질적으로 만화 내용과는 아무 관계없는 내용이 주제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작년 12월~올 1월에 발매된 앨범중에 가장 히트한 앨범은 TV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의 주제가모음집입니다. 내용은 고등학생 명탐정이 악의 조직에 잡혀 모종의 약을 맞고 꼬마가 돼 버리고, 그 꼬마탐정의 추리를 그린 추리극이죠.

우리나라에서도 만화책이 번역돼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래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사랑얘기(내용에 안나오는 것은 아닙니다만)를 담은 발라드나 록, 댄스뮤직입니다. 이 만화영화는 오프닝 송과 엔딩송을 합해서 주제가가 스무개 정도 됩니다만, 가수들이 해당 기획사의 최고 인기가수들이고, 실제로 주제가중에서 빅히트한 곡이 많았습니다.

최근에 일본 신임총리가 된 고이즈미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고르라고 하니 X재팬의 ‘Forever Love’를 골랐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 노래는 1999년 지구멸망을 다룬 CLAMP원작 만화영화 ‘X’극장판의 엔딩테마입니다.

이 곳에서 퍼왔는데 링크를 눌러보니 죽은 링크로군요. 자료보존 차원에서 올려놓습니다.

2 thoughts on “주제가는 알고 있다

  1. 니케

    명 주제가가 많지만 앨범 전체를 놓고 보면 카우보이비밥이 제일 멋들어진 것 같아요.
    그나저나 JAM project가 우리 나라에 온다고 하던데… (벌써 왔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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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uordr

      일본 애니 대단한 게 영화음악도 장난아니게 신경쓴거 .. 그런거죠. 오네아미스의 날개라는 작품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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