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emiah Johnson

Jeremiah Johnson(굳이 원음대로 읽자면 제레마이어존슨이지만 우리말 표기에 따르면 제레미아존슨 정도 되겠다)은 서부극이다. 하지만 일종의 수정주의 서부극이다. 종래의 명징한 선악구도의 남성적인 서부극이 아닌 보다 깊은 곳의 인간성에 주목하며, 인디언 등 토속인종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직군인 Jeremiah Johnson이 문명세계를 벗어나 산에 들어가 홀로 살기로 결정한 이후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다룬 영화로 개봉된 해인 1972년의 최고흥행작이라고 한다. 주인공을 맡은 로버트레드포드의 인기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감독 시드니폴락의 박력 있는 연출과 장대한 풍경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정점은 어찌어찌해서 맺어진 이상한(?) 가족(마치 ‘가족의 탄생’처럼)이 제레미아의 부주의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지는 그 순간이다. 고독했던 산사나이의 가슴을 녹여줬던 인디언 아내와 양아들이 다른 인디언 부족에게 살해된 현장과 맞닥뜨린 제레미아의 황망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Love Actually에서 동생과 정분이 나버린 애인을 두고 홀로 휴양지를 찾은 남자가(브리짓존스의 그 남자) 혼잣말처럼 “alone again naturally”라고 읊조리는데(잘 알다시피 Gilbert O’sullivan 의 히트곡 제목이다) 오히려 그런 사치스런 홀로됨보다 산에 또다시 홀로 남겨진 제레미아의 홀로됨이 훨씬 처연해 보인다. 그리하여 산사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친절함과 신중함을 지니고 있던 이 사나이는 드디어 맹수가 되고 만다.

고독을 선택했다가 고독에 고통 받는 한 서부 사나이의 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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