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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Comes Your Man

“Here Comes Your Man“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락밴드 Pixies가 1989년 6월 내놓은 그들의 두 번째 앨범 Doolittle에서 두 번째로 발매된 싱글이다. 밴드의 프론트맨 Black Francis가 쓰고 직접 부른 이 곡은 당초 Black이 십대 시절 작곡하여1 1987년의 데모 테잎에 담았던 곡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밴드가 내놓은 미니LP Come On Pilgrim 이나 데뷔 앨범 Surfer Rosa에는 이 곡이 수록되지 않았다. Black이 이 곡을 발표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너무 팝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Doolittle의 프로듀서 Gil Norton이 이 곡을 너무 좋아해서 Black은 ”그에게 뼈다귀를 던져줬다“고 표현하는 식으로 이 곡을 앨범에 넣게 되었다. 이 곡이 발표되자 평론가들은 밴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곡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스핀 매거진의 Jon Dolan은 ”언더그라운드 타입의 밴드가 만든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곡“이라고 평했다. Black의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그런 쉬운 접근성의 결과로 “Here Comes Your Man“은 빌보드 모던락 차트에 3위까지 올랐다.

뮤직비디오

  1. 그는 대략 14~15살에 썼던 곡으로 회상했다

Pixies 공연후기

올해가 무슨 대중음악사적으로 특별한 해는 아닌데, (비틀즈팬들에겐 예외-_-;) 고릿적 앨범에 xx주년 타이틀을 붙이기 시작하니까 그나마 주목할 만한 해가 되었다. 올해는 Pixies의 [Doolittle] 앨범이 발매된지 꼬박 20년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픽시스는 이를 기념하는 둘리틀 투어를 벌이고 있다. 둘리틀 수록곡을 전부 부르는 그런 투어.

개인적으로는 [Surfer Rosa] (1988)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둘리틀 앨범도 좋아하고, 공연이 궁금하기도 해서 공연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소는 브릭스턴 아카데미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는데, 도저히 개장시간보다 먼저가서 줄 서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아 늦으막히 출발하였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거 보다 더 많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좋은 자리는 물 건너 갔겠거니 아쉬워했는데, 이게 왠걸, 공연장 들어가니 사람들이 술이다 화장실이다 다들 흩어져서 덕분에 펜스를 잡을 수 있었다. ‘원한다면 언제고 볼 수 있다’는 맘에서 나온 ‘현지인’들의 여유로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걸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안 보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8시쯤 되니까 서포트 밴드가 올라왔는데, 서포트 밴드치곤 참 괜찮았던 밴드였다.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펫 숍 보이즈 콘서트의 서포트를 맡았던 프랭크뮤직 이후 간만에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겠고, 보컬 목소리가 초큼 느끼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정줄 놓고 개안수면모드에 돌입했다.

근데 서포트밴드 들어가자마자 흘러나온 PA가 내 잠을 확 깨웠다. 디제이가 [Zen Arcade] (1984)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서포트밴드의 공연보다 이게 더 신났다. 이런 식으로 나름의 트리뷰트를 하는게 재밌기도 했고, 게다가 픽시스나 후스커 두는 팬 층도 많이 겹칠 것이 아닌가. 할튼 덕분에 픽시스가 등장할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어서 픽시스가 등장했다. 전부 오리지널 멤버였다. 블랙 프랜시스, 킴 딜, 조이 산티아고, 데이빗 러버링. 초반에는 생소한 곡들을 불렀는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의 반응도 의례적이었던 걸로 보아 덜 유명한 곡들이겠구나 생각했다. 처음에 간 좀 보고 둘리틀 수록곡은 뒷판부터 달려주시나 했더니 정말 그랬다. 서너곡 정도 연주한 뒤 스크린에 둘리틀 글자가 빵 찍히고 Debaser의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그때부터 관객은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했다-_-;

밴드는 둘리틀 수록곡을 앨범에 수록된 그 순서대로 연주했다. Wave Of Mutilation과 Here Comes Your Man은 그야말로 대박. 관객들이 하나되어 달렸다. Mr. Grieves도 엄청 신났고. 한동안 티비 온 더 레이디오의 커버 버전만 듣다, 간만에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으니까 정말 반가웠다. 하지만 역시 제일 좋았던 곡은 Monkey Gone To Heaven이었다. ‘사람은 5, 악마는 6, 신은 7’. 블랙과 관객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배경으로 설치된 스크린에 숫자가 둥둥 떠 다녔다.

밴드의 분위기 메이커는 킴 딜이었다. 초반에는 멤버들이 다 경직되어 보였는데, 킴 딜 언니가 농담 한 두마디씩 건내고, 곡을 하나씩 연주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한결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La La Love You를 부를 땐 정말 사이좋은 4남매 같이 보이기도 했다. 픽시스가 예전엔 이런 저런 갈등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행복해보이는 멤버들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아, 그리고 데이빗 러버링의 목소리는 여전히 멋있었다! 정말 살살 녹을 것 같은 곡이다.

둘리틀 수록곡의 연주가 끝나자 메인셋은 종료되었는데, 밴드는 그 후에 바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대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스크린에는 사전에 촬영된 멤버들이 인사하는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끝낼듯 말듯 인사를 계속하는 영상이라 조금 코믹하기도 했다. 영상 속의 멤버들이 퇴장하며 무대 위의 멤버들도 같이 퇴장하였다.

밴드는 이후에도 2번의 앵콜셋을 연주하였다. 첫번째 앵콜 셋에선 Wave Of Mutilation을 유케이 서프 버전으로 연주하였는데, 이게 라이브로 들으니까 또 색달랐다. 원곡과는 달리 잔잔한 분위기. 밴드가 두번째 앵콜 셋을 연주할 무렵에는 슬슬 내 똥줄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앞서도 밝혔듯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서퍼 로자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리버 유프라테스와 웨얼 이즈 마이 마인드인데, 밴드가 이걸 부를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이 나를 저버리진 않으셨는지, 밴드가 마지막 곡으로 Where Is My Mind?를 불렀다. 공연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이거였다. 어우 멜로디 어우.. 연주를 마치고 밴드는 다시 한번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백스테이지로 빠이빠이.

공연장의 조명이 켜지며 공연이 완전히 끝났음을 알렸고, 브릭스턴 아카데미의 요상시런 출구 구조 때문에 관객들은 굼벵이 기듯 스멀스멀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센스 좋은 DJ가 보위의 히어로즈를 틀어주어 몇몇 사람들이 흥얼거리기도 했다. 공연 직후의 들뜬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픽시스는 내가 본 날을 포함해 총 3번 브릭스턴 아카데미에서 연주했는데, 3일이나 스케쥴을 잡은 거 보니 여전히 거물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인기도 좋아서 티켓은 이베이에서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공연장 분위기도 좋았고, 밴드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다!

세트리스트:

Dancing The Manta Ray
Weird At My School
Bailey’s Walk
Manta Ray
Debaser
Tame
Wave Of Mutilation
I Bleed
Here Comes Your Man
Dead
Monkey Gone To Heaven
Mr. Grieves
Crackity Jones
La La Love You
No. 13 Baby
There Goes My Gun
Hey
Silver
Gouge Away
Wave Of Mutilation (Uk Surf)
Into The White
Isla De Encanta
Broken Face
Where Is My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