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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Cameron씨 내 노래 좋아하지 마~!”

현재 영국 수상 직을 맡고 있는 David Cameron은 여러모로 전통적인 영국 보수당의 이미지와는 다른 사람이다. 젊고 잘 생긴 외모에 대다수 보수들과는 달리 NHS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노회한 보수의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리버럴한 이미지가 더 풍긴다.(물론 그래봤자 토리~지만) 한편 그의 리버럴한 이미지를 보다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가 80년대의 전설적인 브리티시 뉴웨이브 밴드 Ths Smiths팬이라는 사실을 공언하고 다닌다는 점이다.

“보수당 당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모리시는 ‘누가 내 비참함을 알까’라구 생각하겠죠. 유감스럽게도 저는 짱팬이에요. 미안해요. (I’m sure that when Morrissey finds that he’s getting endorsement from the leader of Conservative Party, he will think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I’m a big fan, I’m afraid. Sorry about that.)”[Morrissey와의 토크쇼 중에서]

왜 이 사실이 리버럴한 이미지인가 하는 것은, 비록 The Smiths가 드러내놓고 정치적 슬로건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반골기질이 강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하다. 일단 그들의 대표적인 앨범의 제목은 The Queen is Dead다. 이외에도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Panic, There’s No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같은 곡의 가사를 보면 그들이 보수정치와 신자유주의에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영국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룹의 프론트맨은 각각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Morrissey와 Johnny Marr다. 이들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Johnny Marr의 경우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David Cameron의 애정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Johnny Marr는 작년 12월 2일 트윗을 통해 “우리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Morrissey는 지지의 뜻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David Cameron은 의회에서 The Smiths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추궁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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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iths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한 의회에서의 추궁 장면

우리로서는 이 정도의 일을 가지고 장난스럽게 구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윤도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가 트위터에서 “내 노래 좋아하지 마”라고 트윗을 했다면 영국보다 훨씬 살벌한 전개가 펼쳐졌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영국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펼칠 수 있는 풍토가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직설적인 대중문화 풍토덕분이다. 대중문화의 이렇듯 솔직한 정치참여는 순수를 가장한 현실외면보다 훨씬 더 건강한 풍토인 것이다.

한편, 우리 너그러우신 Johnny Marr 님께서는 자신이 너무 몰인정하다고 생각하셨는지 지난 2월 17일 트윗을 통해 David Cameron이 그들의 노래를 좋아해도 된다고 윤허하셨다. 문제는 단서조건이 I Started Something I Couldn’t Finish라는 단 한곡을 2주일동안만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Johnny Marr가 노래제목을 통해 또 한번 David Cameron을 조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당이 진행하고 있는 개혁은 결국 끝낼 수 없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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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캐머론과 모리시

유튜빙을 하다가 재밌는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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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중반부에 다양한 유명인사들이 모리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영상이 편집되어 들어가 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제레미 바인, 조 브랜드.. 일견 타당한 리스트처럼 보입니다. 근데 중간에 (5분 24초) 뜬금없이 현 영국 총리인 (당시엔 야당 당수였던) 데이빗 캐머론이 나와요. 놀랍네요. 그가 뭐라고 하냐면요,

“보수당 당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모리시는 ‘누가 내 비참함을 알까’라구 생각하겠죠. 유감스럽게도 저는 짱팬이에요. 미안해요. (I’m sure that when Morrissey finds that he’s getting endorsement from the leader of Conservative Party, he will think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 I’m a big fan, I’m afraid. Sorry about that.)”

헐.. 팬이라네요.
그래서 좀 더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건 가디언지의 라이브 웹 채트 질의응답 도중에 나온 발언입니다.
http://www.guardian.co.uk/politics/blog/2008/mar/04/livewebchatwithdavidcamer

스토키포키의 질문: 너 진짜 스미스 좋아하는 거야 아님, 젊은 애들한테 친숙하게 보일라구 그런 소릴 한 거야? 진짜 좋아하는 거면, 모리시의 솔로 작업물도 잘 알겠네? 특히 1988년 비바 헤잇 수록곡인 ‘길로틴에 선 매거릿’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상냥한 사람들

멋진 꿈을 가지고 있지

길로틴에 선 매거릿

왜냐면 너 같은 이들은

날 정말 피곤하게 만들거든

넌 언제 죽을래?

너 같은 사람들은

내 마음을 쪼그라붙게 만들어

제발 좀 죽어줘
캐머론: 나 스미스 레알 좋아함ㅇㅇ (I DO REALLY like the Smiths) 처음 들은 곡은 ‘디스 차밍 맨’이었어. 톱오브더폽스에서 모리시가 보청기 끼고 꽃 들고 나온 거 말야. 얼마 전에는 웸블리 아레나에서 공연도 봤음. 왜 스미스냐구? 가사 때문이야 – 물론 내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도 있긴하지만 – 가사가 정말 근사해, 재미있기도 하구.

이튼-옥스포드 라인을 밟은 상류층 자제가 10대시절, 톱오브더폽스에 나와 ‘디스 차밍 맨’을 부르며 글라디올러스를 휘두르는 모리시를 보고 팬이 되었다니 정말로 언캐니한 일이네요. 하지만 그런 걸로 사과를 하는데서 고위정치인 답지 않은 묘한 병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80년대, 대처에게 이를 갈던 모리시를 생각하면 이 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싶습니다. 모리시는 캐머론의 고백에 대해 구체적인 코멘트는 하지 않았어요. 단지, 에둘러서 “이에 대해 뭐라 코멘트를 하긴 힘드네요.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했죠. 이 말인 즉슨, 코멘트를 했다면 그 내용은 상처를 줄만한 내용이었을 거라는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