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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of the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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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of the Paradise movie poster“. Via Wikipedia.

Brian De Palma 는 Carrie, Scarface, Dressed To Kill 과 같은 공포/스릴러/액션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지만 가끔 Home Movies 와 같은 어처구니없는(그러나 배꼽 빠지게 웃긴) 코미디를 만들기도 했고 이 작품과 같이 지극히 컬트스러운 락뮤지컬을 만들기도 했다. <컬트>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만든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보다 한 해 먼저 만들어졌고, 그 영화의 주요캐릭터로 전대미문의 컬트적 캐릭터인 Dr. Frank N. Furter 와 상당히 유사한 Beef 까지 등장하니만큼 컬트적 요소는 두루 갖추었으나 그 명성은 The Rocky 에 훨씬 미치지 못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컬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음악계의 흥행사 Phil Spector 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되는 Swan 은 어느 날 자신이 직접 작곡한 Winslow 의 노래를 듣고는 그의 차기 프로젝트 Paradise 에 써먹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Winslow 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그의 악보를 훔치고 그를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앙심을 품고 감옥을 탈출한 Winslow 가 Swan 의 레코딩을 방해하려 하지만 오히려 사고로 그의 얼굴만 망신창이가 된다. 추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Swan 을 찾아가는데 Swan 은 감언이설로 그를 속여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으로 그를 옭아맨다. 그리고 Winslow 가 맘에 들어 하던 여가수 Phoenix 가 노래를 하게 하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리고 호들갑스러운 글램락 가수 Beef 가 노래를 부르게 한다. 이를 안 Winslow 의 끔찍한 복수가 시작되고 이어 Swan 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대중음악계의 이면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파우스트, 오페라의 유령 등의 에피소드와 결합되면서 좌충우돌의 컬트적 락뮤지컬로 태어났다. 영화속의 락밴드 The Juicy Fruits 나 Phoenix, Winslow 등이 들려주는 락넘버가 시원시원하다. Beef 역의 Gerritt Graham 은 Palma 의 초기작에 자주 등장하였고 후에 1979년 그의 또 다른 컬트 무비 Home Movies에서 완고하고 어이없는 청년 역으로 열연하였다.

Carrie

소름끼치는 틴에이저 공포물 Carrie 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펄프픽션의 대가 Stephen King 의 원작을 바탕으로 Brian De Palma 가 만든 작품이다. 펄프픽션의 대가와 B급 영화의 귀재가 만났으니 그 결과물은 당연히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양질의 공포영화로 귀결되었다. 거기에 Sissy Spacek 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영화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켰다.

Stephen King 의 자전적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이 원작의 탄생비화가 소개되고 있다. 애초 King 자신이 너무 진부한 소재라 생각하여 쓰레기통으로 처넣은 스크립트를 아내가 꺼내어보고 좋은 소재라며 격려해주었고 이에 분발하여 장편으로 완성한 것이었다. 또한 캐리의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이 소개되는데 King 은 그의 고교시절 왕따를 당했던 두 소녀를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다른 공포영화와 마찬가지로 King 역시 희대의 살인자 Ed Gein 을 모델로 하지 않았는가 생각했었다. Ed Gein 은 어릴 적부터 광신적인 기독교도였던 어머니의 틀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살아오다 가족들이 모두 죽은 후 여자시체의 살갗으로 옷을 해 입으며 여성이 되고자 했던 그야말로 초엽기적인 인물이었다. 그 인생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기에 그의 인생의 파편들이 각각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 싸이코, 양들의 침묵 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Carrie 를 보면 Ed Gein 의 경우와 상당히 일치하는 가정환경임을 알 수 있다. Carrie 의 어머니 역시 Ed Gein 의 어머니가 그러했을 것처럼 딸에게 극단적으로 섹스에 대한 혐오감을 강요한다. 이는 결국 Carrie 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걸림돌 으로 작용하고 왕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극단이 또 하나의 극단을 낳게 만든 꼴이 되고 만 것이다. King 에 따르면 그가 모델로 삼았던 바로 그 동급생의 어머니에게서 그러한 종교적 보수성을 느꼈다고 하니 Ed 의 어머니가 극단적이었을 따름으로 상상외로 이러한 꼴통적인 가정환경이 극히 드문 현상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감탄할만한 점은 초경의 공포과 돼지 피라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두 소재가 ‘빨간 색’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교집합으로 형성하면서 관객들에게 ‘끔찍했던 학창시절’을 상기시키는 극대화된 공포를 경험하게 만드는 연출솜씨이다. Amy Irving, William Katt 등 조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