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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狼(인랑;Jin-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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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Roh-The-Wolf-Brigade”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www.movieposterdb.com/poster/567d14c5. Licensed under Wikipedia.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감독 오시이 마로루가 기획하고 각본을 쓰고 ‘아키라’, ‘공각기동대’의 캐릭터를 담당한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감독한 1998년 작.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 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전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혼란한 일본사회에서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자치경, 수도경, 공안부라는 일종의 가상의 공안/첩보 조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를 통해 조직논리와 인간성의 상실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공각기동대나 아키라를 연상시키는 리얼리즘적인 터치와 입체적인 시점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그림으로 표현된 극영화인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이러한 표현형식은 자못 심각한 작품의 주제와 잘 매치된다. 또한 ‘빨간 두건 소녀’의 동화를 다중적인 메타포로 활용하여 자칫 빤해 보이는 조직 내 암투의 단선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로는 인간병기로 규정 지워진 특기대의 후세가 가지는 심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심도 깊지 못한 반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체력안배에 실패했다는 느낌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그러한 주제는 굳이 일본의 전후 혼란상에 빗대지 않더라도 로보캅 등 허다한 SF 를 통해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주제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Dawn Of The Dead

영화는 마치 국가연주 없는 국가대항전처럼 시작된다. 이미 좀비는 세상을 점령하고 있고 그 사실은 배우들도 알고 관객들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독 조지 로메로가 이 작품을 그가 10년 전에 만든 걸작 Night of the Living Dead 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종의 2편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판과 방송 일을 하는 여자 친구 프란세스, 그리고 경찰인 피터와 로저는 좀비들을 피해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북상한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차고 넘치는 좀비들로 인해 – 좀비들이 흔해짐에 따라 이제 어떤 사람들은 좀비들을 사냥감 또는 여흥거리로마저 생각하게 된다 – 여행길은 험난하다. 그 와중에 어느 대형쇼핑센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들은 쇼핑센터를 탈취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좀비들을 소탕하고 쇼핑센터를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마치 The Quiet Earth 의 주인공처럼 물질적 풍요를 마음껏 누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내 악당들이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고 쇼핑센터를 털 계획을 짠다.

영화에서도 설명되지만 좀비는 부두교에서 등장하는 죽었으나 저승으로 가지 못한 시체를 일컫는 말이다. 저주받은 죽음이라는 종교적 의미와 헐리웃과 만나 신종괴물로 둔갑하지만 그들은 다른 괴물들과 달리 굼뜨고 개념이 없는 그저 살아있는 시체일 뿐이다. 그런 그들로 세상이 가득차면 세상은 희망이 남아있을까? 이것이 살아남은 피터가 던지는 질문인데 그는 결국 희망 쪽을 택한다.

2004년 리메이크되었다.

King Kong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컬트영화 전문 감독에서 일약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거두로 떠오른 피터 잭슨이 고른 차기작은 1933년 만들어진 킹콩의 리메이크였다. 피터 잭슨이 왜 이 작품을 골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어린 시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 스펙터클 무비를 만들 재력과 명성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성공을 통해 이루어진 시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킹콩의 오리지널 작품은 헐리웃 영화사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 중 하나인 거대한 고릴라를 내세워 영화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획득하였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원래 온순하고 평화로운 종인 고릴라에 대한 어쩔 수 없는 – 다른 생명에 대한 애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선한 면모를 그리고는 있지만 결국은 괴수 영화의 주인공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되는 폭력성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 편견을 필름에 담았기 때문에 무지한 대중은 한동안 고릴라를 난폭한 짐승으로 오인하였고 이로 인해 동물애호가들의 비판을 감수해야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피터 잭슨이 이러한 동물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 이 대중문화에 어떻게 반영되는가가 비판적 영화관객들의 핫이슈가 된 시점에서 어떻게 킹콩을 묘사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편이다. 결과적으로 봐서는 감독은 일단 일부 세세한 묘사를 제외하고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듯싶다. 오히려 그는 관객들의 동물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 이 온순한 유인원으로서의 고릴라와 난폭한 괴수로서의 ‘고릴라를 닮은’ 거대한 유인원을 구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듯싶다.(어쨌든 섬세한 컴퓨터그래픽 덕으로 킹콩의 보다 인간적인(?) 면모는 오리지널보다 두드러질 수 있었다)

영화 자체로 파고 들어가면 이 영화의 플롯 자체는 ‘미녀와 야수’에 괴수 영화를 짬뽕한 영화이다. 애초부터 맺어질 수 없었던 이상한 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한 나락에 빠진 영화제작자의 욕망과 주위 인물들의 모험담이 결합되어 소위 ‘사랑과 야망, 그리고 모험’ 이 총망라된 버라이어티쇼로 재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스케일의 영화는 당연하게도 1930년대보다는 21세기의 최첨단 영화제작 환경에서 보다 박진감 넘치게 재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적 상상력은 반드시 상상력의 빈 공간을 오감의 만족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극대화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글로 표현된 매체만으로도 희열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상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최첨단 기술을 통해 영화화되었다고 해서 원작에서 느끼는 희열을 반드시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요컨대 원작과 리메이크 중 어느 작품이 더 맘에 드는지는 순전히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혜숙의 구미호가 좋은지 고소영의 구미호가 좋은지가 개인의 몫인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은 첨 글을 쓸 때 킹콩에서 감지할 수 있는 폭력적 자본주의에 대한 메타포에 대해 이야기할까 했으나 이런 유의 영화이야기는 이미 뻔한지라 생략.

Salaam Bombay!

혹자는 아기의 귀여운 몸동작이 어른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자극시켜 자신이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고들 말한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말이지만 나름대로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도대체 그 귀여움이라도 없었더라면 성가시고 귀찮기 만한 양육을 뭐 하러 자기 돈 들여가면서 떠안을 것인가?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양육을 부모로서의 신성한 의무로 이데올로기화시킨다. 안 그러면 이 사회의 존속은 불가능 할 테니까.

사회 절대다수의 가정이 이렇듯 자신의 피붙이에 대한 기본적인 부양의무를 어떻게 해서든 이행하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집단 수용시설에 들어가거나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Mira Nair 의 1988년작 Salaam Bombay! 는 바로 이러한 거리의 아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이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몸을 의지하던 서커스단으로부터도 버림받은 크리슈나는 자연스럽게 인도의 대도시 봄베이의 거리를 거처로 삼는다. 창녀촌 주변의 노점상의 차를 배달하는 한편으로 이런 저런 육체노동으로 푼돈을 꼬박 꼬박 모으는 크리슈나의 꿈은 돈을 모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500루피를 모으기 전에는 집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그를 떠났고 크리슈나는 이 말을 500루피를 모으면 어머니가 다시 그를 받아줄 것이라는 약속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한 가지 희망 때문에 온갖 악의 유혹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꿋꿋이 살아가지만 그런 연약한 소년을 경찰은 부랑아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집단 수용시설에 가둬버린다. 천신만고 끝에 수용시설을 탈출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수용시설 안보다 더 잔혹하다.

볼리우드라 불릴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당의정과 같은 환각적인 영화를 양산해내는 인도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리얼리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영화이면서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루이스 브뉘엘의 1950년 작 Los Olvidados 과 여러 면에서 비교될만한 수작이다. 인도의 영국의 합작 영화

Tokyo Fist

거대한 도시의 빌딩숲 안에서 바퀴벌레처럼 생존을 위해 쳇바퀴 인생을 사는 보험 세일즈맨은 항상 지쳐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자 친구와 관계를 가진지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왜 사는지 모르는’ 인생인 쯔다는 우연히 후배(어떤 후배인지 모르겠다) 코지마를 만나면서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권투선수인 코지마는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와 여자 친구 히주루를 넘본다. 이후 쯔다의 질투는 그의 가슴 속에 사라졌던 야성으로 변하고 애초에 완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던 코지마에게 신나게 얻어터진다. 히주루는 난데없이 피어싱에 몰두하기 시작하더니 아예 거처를 코지마네로 옮겨버린다. 쯔다는 복수를 위해 코지마가 소속되어 있는 권투도장에 가서 권투를 시작한다. 복수심인지 질투심인지 변태성욕인지 모를 격렬한 감정들이 혼재된 채 등장인물들의 감정으로 표출되고 이러한 감정이 때로는 만용으로 때로는 소심함으로 때로는 비겁함으로 표현된다. 필터링된 화면이 아니었다면 폭력성에 있어 몇 배나 강도가 증가되었을 법 할 만큼 하드코어한 폭력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히주루의 피어싱과 금속이물질에 대한 집착은 마치 The Iron Man 을 연상시킨다.

The Iron Man 의 감독인 신야 츠카모토의 1995년작.

Family Plot

만일 당신에게 일면식도 없는 백만장자 친척이 유산을 물려주겠다며 당신을 찾아 나섰다면 어떤 기분일까? 또는 어떻게 대응할 터인가?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엉터리 주술사가 백만장자의 속사정을 알고 상속자를 찾아주면 거금의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 상속자를 찾아 나섰는데 그는 공교롭게도 ‘악의 화신’에 가까운 범죄자.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주술사와 그의 애인은 그를 찾아 나섰다가 곤욕을 치른다. 세상 바르게 살라는 메시지. 히치콕의 작품치고는 그 분위기가 충분히 음모스럽지 못한 탓인지 올무비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은 편이다.

Miami Vice

실제로 TV 시리즈물을 감독했던 Michael Mann 이 감독하였으며 공간적 배경도 마이애미라는 점에서, 그리고 제목 역시 TV 시리즈의 제목과 같다는 점에서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형사 시리즈물 Miami Vice 의 극장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사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당시 인기를 얻었던 Jan Hammer의 시리즈 주제곡을 차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점에서는 Mission Impossible 과 비교된다), 반드시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TV 시리즈물 인기의 핵심이었던 Don Johnson 의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목만 같은 별개의 영화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당시 시리즈물이 지향했던 화려한 80년대 패션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다(역시나 주인공들이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카와 멋진 수트를 입고 다니긴 하지만). 오히려 하드보일드적인 영상은 세기말의 우울한 마이애미를 그리고 있다. 극의 서술도 남성 스타일의 정통 형사극을 지향하고 있어 러쎌웨폰과 같은 슬랩스틱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문제는 극의 긴장감을 고취시켜줄 정교한 드라마인데 이 부분은 그리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신선하다거나 짜임새 있는 맛은 없다. 소니 역의 콜린파렐은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으나 미스캐스팅이라 생각되지만 결정적인 미스캐스팅은 공리다. 너무 투박하여 머리를 아프게 하는 영어발음에 자신의 정체성을 못 찾아 극중 내내 헤매는 모습은 극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정 아시아계 팜므파탈을 고르고 싶었으면 차라리 장만옥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Jamie Fox 는 그나마 새로운 흑인 액션영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 않나 싶다.

Borat

시골 촌놈의 서울 상경기는 언제나 환영받는 코미디 소재다. 카자흐스탄의 촌구석에 살고 있는 기자 보랏이 세계 최첨단 도시 뉴욕으로 문화탐방을 떠난다는 이 영화는 그런 고전적인 코미디 소재를 화장실 유머로 풀어나가 인기를 얻고 있는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재의 측면에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와 비교될 수 있다. 레닌그라드 역시 핀란드의 촌스런 락밴드가 미국에서 헤매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닌그라드가 핀란드의 괴짜 아키카우리마스키의 썰렁한 북구 유머에 기반을 둔 핀란드 작품인 반면 보랏은 카자흐스탄을 등장시키기는 하되 미국 본토인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화장실 유머코드와 대중문화 – 미드나잇카우보이의 주제곡, 블레어위치프로젝트의 패러디 등 – 를 채용한 순수 미국영화다.

인기 코미디 시리즈 사인필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감독 래리찰스는 주인공 보랏(Sacha Baron Cohen 이 연기하고 있는데 Madonna의 뮤직비디오 Music에서 운전사 겸 DJ 역할을 맡기도 했던 신세대 코미디언이다)에게 인기 코미디물(?) Jackass 의 겁 없는 젊은이들이 시도하는 무모한 스턴트식 연기를 하게끔 하였고(실제로 일부 장면은잭애스의 그것처럼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촬영되었다 한다) 그 결과 벤스틸러식의 화장실유머와잭애스의 슬랩스틱이 결합된 보다 진화된(?) 형태의 화장실 유머가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극중에서 보랏이 ‘부시가 이라크 민중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버리라는’ 내용의 미국국가를 부르기도 하고 미국의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기독교의 부흥회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묘사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그저 웃음거리만 된다면 우리가 다른 민족 혹은 다른 국가에게 가지고 있는 문화적 편견과 자신의 나라 또는 자신의 문화권에서 익숙한 모습을 무차별적으로 희화화하고 있는 소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한 채) 생각 없는’ 무차별 코미디의 전형을 만들고자 하였을 따름인 것이다.

한편 보랏의 미국횡단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파멜라앤더슨은 이 영화 출연에 대한 의견차이때문에 남편 키드락과 헤어졌다고 하는 슬픈 사연이….

After Hours

일은 이 디페쉬모드의 데이브간을 닮은 무료한 삶을 사는 직장인 Paul Hackett이 식당에서 헨리밀러의 북회귀선을 읽은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 책을 핑계로 이야기를 걸어왔고 둘은 잠깐의 만남 후에 스쳐지나간 듯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욕정을 느낀 Paul 은 그녀가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그는 그녀를 만나러 소호로 찾아간다. 가는 택시 안에서 전 재산이었던 20달러가 창밖으로 날아간 것을 시작으로 그에게는 불운의 연속이 이어진다. 만나는 여자마다 그에게 이상한 주문을 하고 괴롭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억세게 재수 없는 날이었다. 거장 마틴스콜세스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음직한 소품으로 밤중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말라는 교훈이거나 여자를 멀리하라는 교훈을 담은 영화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된통 당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다.

A Nightmare on Elm Street

Fred Krueger (Robert Englund)라는 공포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웨스크레이븐의 1984년작. 부모들에 의해 불타죽은 이가 그들의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 복수를 시도한다는, 즉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통해 일종의 초현실주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의례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도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십대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소녀는 쉽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잠자기를 거부하며 두려워하다가 이내 프레디의 존재를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여전사의 모습이다.(그에 반해 자니뎁이 연기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수룩하게 당해버리고 만다) 앞서도 말했듯이 프레디는 이후 가장 유명한 공포영화 캐릭터로 자리 잡아 여러 편의 후편에 출연하게 된다. 심지어 ‘13일의 금요일’에서의 또 다른 유명한 공포영화 캐릭터인 제이슨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Freddy Vs. Jason 이라는 어이없는 영화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