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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

인간은 언제부터 황금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을까? 일설에 의하면 고대 바빌로니아 인들은 금을 태양에, 은을 달에 비유하여 금의 지위를 고귀한 그 무엇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이후 인류는 오랜 기간 금을 소유하는 것이 부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면서 연금술, 중금주의(重金主義), 금본위제 등의 역사를 구성해왔다.

각설하고 이 영화는 모험영화의 서브장르인 금을 찾아 헤매는 인간들의 욕망과 좌절에 관한 영화다. 노숙자나 다름없는 돕스(험프리보가트)와 커틴이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의 이야기에 혹하여 황금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고생 끝에 금을 찾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때부터 서로 자신의 금을 차지하려 한다는 의혹의 눈초리로 눈자위가 충혈 되기 시작한다.

언제나 깔끔하고 남자다운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험프리보가트가 탐욕으로 망가지는 이 영화는 비슷한 종류의 영화중에서도 최고로 뽑히는 걸작. 존휴스턴 감독의 1948년작

“한때 1919년 단명한 뮌헨 소비에트 공화국에 관계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보헤미안 이주민 무정부주의자인 B. 트래번은 선원들과 멕시코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쓰는 데에 몰두했는데(험프리 보가트가 나오는 존 휴스턴의 Treasure Of Sierra Madre(소설 원제 Der Schatz der Sierra Madre)는 트래번의 글을 원본으로 삼은 것이다.” Eric Hobsbawn 의 ‘극단의 시대’ 中에서

M.A.S.H

도널드서덜랜드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반골 스타일이다. 영화에서 그의 별명은 Hawkeye, 즉 매의 눈이다. 그의 외모상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한편으로 그의 영화이력에서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그가 아니면 누가 Hawkeye 역을 맡았을까 할 정도로 딱이다. 때는 한국전쟁, 공간은 바로 그 전쟁터 한국. 주요참전국인 미국의 야전병원(M.A.S.H :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 영화는 뒤에 TV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얻은 코미디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한국이라는 보다 크게는 아시아라는 제3세계의 모습을 희화화하거나 고증이 부정확했다는 점에서 – 이 영화에서도 거리에서 베트남식의 복장을 하고 다니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Remo 처럼 아예 한민족의 무술을 배워 수퍼히어로가 된다는 액션영화에서의 어설픈 한국에 대한 묘사보다는 낫다. – 해당 지역의 영화팬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혁명적이거나 반전의 메시지는 담지 않았더라도 체제 안에서의 전쟁에 대한 조롱, 자유주의적이거나 나아가서는 가치전복적인 뉘앙스 때문에 온전히 이 영화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는 영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방종으로 보일만큼의 장교들의 반항적 문화,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조롱 등 정치적 메시지가 어느 정도 삽입되어 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로버트알트만이 특별히 이 영화를 통해 급진적인 정치성향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음에 틀림없다. 그저 시대와 공간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같은 해 나온 마이크니콜스의 Catch 22 보다는 격이 떨어진다.

Pink Flamingos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이없음”이다.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막가도 되는 거야?’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기고 야비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디바인, 계란을 너무 너무 좋아하고 아기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뚱뚱이 엄마, 디바인보다 더 못되기 위해 디바인을 처치하려는 악당 부부 등. 어찌 보면 백설 공주 엽기 판이 아닌가도 생각되는 이 영화는 ‘영화의 펑크락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관객의 시선은 느닷없는 엽기로 인해 혼란스럽다. 파티에서의 스트립쇼(?) 부분에 가서는 드디어 “세상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 이전에 봤던 존워터스의 다른 작품 크라이베이비는 정말 양반이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

존휴즈(John Hughes)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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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Hughes” by This image has been widely distributed across the web.. Licensed under Wikipedia.

존휴즈(John Hughes)의 미덕은 무엇보다 젠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필르모그래피를 봤을 때 거의 감독으로서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틴에이저물, 가족오락물만 찍겠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 진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별개로 하고 – 확실히 미국 영화사에서 그만의 지분을 차지하게끔 하는데 한몫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데뷔작은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존랜디스가 감독한 National Lampoon’s Animal House 이다. 도저히 구제불능인 한 대학 기숙사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 자체를 일종의 저항문화의 코드로 받아들였던 평론가나 관객들의 의도로 말미암아 일찌감치 그 장르에서 걸작으로 꼽혔지만 존휴즈에게 있어서는 그냥 한번 난장판으로 놀아보자 이상의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National Lampoon 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덕택에 이 영화는 007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속편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실질적인 감독데뷔작은 1983년 몰리링워드 주연의 Sixteen Candles 였다. 16세 생일을 맞이한 소녀에게 닥친 불행과 행운의 해프닝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전편에서 그 당시 미국십대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어메리칼그래피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틴에이지 물로서 나름대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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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teen Candles Soundtrack”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Records.. Licensed under Wikipedia.

(이 영화에서는 Madness의 Our House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나오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 알아본 바 음악담당이 그들의 곡을 살 돈이 없어 자신이 표절(!)하여 작곡하였다 한다)

이후 1985년에 그의 영화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블랙퍼스트클럽을 찍는다. 주말에 교내에서 반성문을 쓰는 체벌을 받게 된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다룬 이 영화는 십대들의 나름대로의 번민을 진솔하게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심플마인즈의 Don’t You 등 음악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또한 그런 면에서 St. Elmo’s Fire와 비교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해 나온 Weird Science 도 맘에 든다. 성적 환타지에 시달리는(?) 두 명의 십대가 컴퓨터로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들어낸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 받음직한 상상력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나름의 어이없지만 눈이 즐거운 코미디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해줄만하다. 경쾌한 Oingo Boingo의 음악 역시 즐거운 사이드디쉬라 할 수 있다.

이후의 그의 영화이력은 이러한 틴에이지와 가족물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패리스블러라는 한 재기 넘치는 십대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Ferris Bueller’s Day Off 나 새러데이나잇라이브의 인기 코미디언 스티브마틴을 등장시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의 극단적인 실험정신을 보여준 Planes, Trains and Automobiles, 그리고 90년대 초반 맬컬리컬킨의 신드롬을 불러왔던 Home Alone 등이 있을 것이다.

존휴즈 그는 분명히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작가주의 정신을 가진 영화인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만의 코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낼 줄 아는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The Wild Bunch

샘페킨파의 “수정주의”적인 웨스턴 와일드번치는 어쩌면 자본가나 총잡이나 다 한통속으로 협잡질을 주무기로 돈을 벌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면 오히려 정통극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철도회사의 돈을 가로채려는 강도 일당과 그들을 막기 위해 회사가 고용한 그들의 전 동료간의 추격전이 이 영화의 고갱이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추격전에서 일승일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강도 일당은 강도가 가져서는 안 되는 우정과 인간성이라는 덕목으로 말미암아 그런 덕목은 애초에 갖고 있지도 않던 멕시코의 반란군 장군 일당과의 끝을 보는 총격전으로 몰살당하고 만다. 주인공들의 덧없는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니와 클라이드”를 닮았고 철도회사와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는 맬부룩스의 코미디 “불타는 말안장”과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

Night And The City

도시는 익명의 공간이다. 익명의 공간에서의 밤은 그 어느 공간 어느 시간보다도 낯선 공간 낯선 시간이다. 해리 페비안은 이러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익명의 공간에서 유일한 표식은 돈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재기의 모든 부분을 쏟아 돈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조소뿐이었다. 친구들도 그의 직장상사도……. 유일한 그의 안식처는 여자친구 메리뿐이었다.

1950년 Jules Dassin 이 감독한 이 영화는 전후 냉엄한 폭력의 논리가 난무하는 런던이라는 공간에서 거물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젊은이의 희망과 좌절을 그린 영화이다. 매카시즘의 광풍을 피해 미국에서 건너온 감독은 런던 특유의 음습한 공기, 선악 구분이 묘한 캐릭터들의 배치를 통해 화면 가득 섬뜩한 현실이 묻어나는 도시의 괴담을 선보였고 주인공 해리 페비안을 연기한 Richard Widmark는 쾌활하면서도 허풍 섞인 주인공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연기를 통해 극의 활력을 더해주었다.

젊은 야욕의 좌절이라는 측면에서 “젊은이의 양지”나 “태양은 가득히”와 같은 동 시대의 걸작들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1992년 Robert DeNiro 를 주연으로 내세워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작품소개 :

http://allmovie.com/cg/avg.dll?p=avg&sql=1:35188

http://en.wikipedia.org/wiki/Night_and_the_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