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서덜랜드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반골 스타일이다. 영화에서 그의 별명은 Hawkeye, 즉 매의 눈이다. 그의 외모상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한편으로 그의 영화이력에서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에서도 그가 아니면 누가 Hawkeye 역을 맡았을까 할 정도로 딱이다. 때는 한국전쟁, 공간은 바로 그 전쟁터 한국. 주요참전국인 미국의 야전병원(M.A.S.H :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이 영화는 뒤에 TV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얻은 코미디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한국이라는 보다 크게는 아시아라는 제3세계의 모습을 희화화하거나 고증이 부정확했다는 점에서 – 이 영화에서도 거리에서 베트남식의 복장을 하고 다니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Remo 처럼 아예 한민족의 무술을 배워 수퍼히어로가 된다는 액션영화에서의 어설픈 한국에 대한 묘사보다는 낫다. – 해당 지역의 영화팬에게는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혁명적이거나 반전의 메시지는 담지 않았더라도 체제 안에서의 전쟁에 대한 조롱, 자유주의적이거나 나아가서는 가치전복적인 뉘앙스 때문에 온전히 이 영화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는 영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방종으로 보일만큼의 장교들의 반항적 문화, 근본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조롱 등 정치적 메시지가 어느 정도 삽입되어 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로버트알트만이 특별히 이 영화를 통해 급진적인 정치성향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음에 틀림없다. 그저 시대와 공간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같은 해 나온 마이크니콜스의 Catch 22 보다는 격이 떨어진다.
카테고리 보관물: 코미디
Pink Flamingos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이없음”이다.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막가도 되는 거야?’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기고 야비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디바인, 계란을 너무 너무 좋아하고 아기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뚱뚱이 엄마, 디바인보다 더 못되기 위해 디바인을 처치하려는 악당 부부 등. 어찌 보면 백설 공주 엽기 판이 아닌가도 생각되는 이 영화는 ‘영화의 펑크락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관객의 시선은 느닷없는 엽기로 인해 혼란스럽다. 파티에서의 스트립쇼(?) 부분에 가서는 드디어 “세상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 이전에 봤던 존워터스의 다른 작품 크라이베이비는 정말 양반이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
Play It Again, Sam
우디알렌의 희곡을 바탕으로 허버트로스가 1972년 만든 이 영화는 비록 우디알렌이 감독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필로모그래피 전반에 차용되는 여러 분위기들 – 이를테면 주인공의 편집증적인 성격, 도시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욕정과 배신,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 등 – 이 충실하게 재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소심하고 나약한 영화평론가 알란펠릭스(우디알렌)은 언제나 카사블랑카의 험프리보가트와 같이 카리스마있고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자신을 꿈꾸고 영화에서는 상상속의 험프리보가트가 이러한 알란의 또다른 자아를 설명한다. 알란은 가장 친한 친구 딕 부부의 도움으로 그는 이런 저런 여자들을 만나지만 그러다 정작 딕의 아내인 린다크리스티(다이안키튼)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 애틋한 감정은 린다의 거절로 순간의 추억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알란은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처럼 자신도 린다를 남자답게 떠나보내 주었다고 자위한다. 우디알렌다운 뻔뻔함이다. 우리가 우디알렌에게 발견할 수 있는 미덕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이 소품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맥주 한잔을 옆에 두고 감상하기 딱 좋다.
p.s. 이 영화의 제목은 잘 알다시피 영화 카사블랑카의 명대사이다.
What’s New Pussy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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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전사로 올드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피터오툴이 뜻밖에도 1965년 우디알렌이 시나리오를 쓴 What’s New Pussycat?에서 바람둥이 패션에디터 마이클제임스 역에 도전하였다. 아름다운 약혼녀 캐롤(로미슈나이더)을 두고서도 바람기를 잠재울 길없어 이 여자 저 여자의 사이를 방황하는 제임스가 정신과 의사(피터셀레스)에게 요청을 하지만 이 의사 역시 한 바람기하기 때문에 결국 상황은 계속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만 간다. 피터오툴의 천역덕스런 바람둥이 연기도 볼만하지만 가장 뛰어난 코미디언이라는 찬사를 받는 피터셀레스의 과장된 연기가 압권이다.
Blazing Saddles(불타는 말안장, 1974)
“Blazing saddles movie poster” by http://www.impawards.com/1974/blazing_saddles.html. Licensed under Wikipedia.
어렸을 적 AFKN에서 웬 말도 안 되는 서부극을 본 기억이 이따금씩 뇌리를 스치곤 했다. 흑인 보안관이 겉만 판자로 세워놓은 가짜 도시를 만들던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후에 알게 된 그 영화의 제목은 “불타는 말안장(Blazing Saddles)” “프로듀서”, “영프랑켄슈타인”, “스페이스볼” 등에서 어이없는 유머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멜브룩스는 이 영화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또한 이전의 수작들에 한 가지 더하여 이 영화를 한층 빛내는 요소는 인종과 자본의 대한 정치적 올바름이다. 천성이 광대 기질인 멜브룩스는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을 구태의연한 진지함이 아닌 자신만의 냉소적인 유머코드로 승화시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주지사(멜브룩스), 철도로 큰돈을 벌 욕심으로 가득한 부주지사, 사형수에서 하루아침에 보안관이 된 흑인노예 등 캐릭터는 엉뚱하고 생기 넘친다. 결국 아름다운 흑백의 화해와 협동으로 앞서 언급한 얼치기 도시로 악당을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한다는 결말은 그리 얄밉지 않은 결말이다.
사족 : 샌프랜시스코에 놀러갔을 때 자전거 대여점의 상호가 Blazing Saddles여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The Commitments 의 명대사
“It has to be “The” something. All the best sixties bands were “The” somethings.”
밴드의 이름을 짓는 와중에 이름에 The가 붙어야 된다는 Jimmy의 대사
“Elvis is not soul.” “Elvis is God!”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에게 대드는 Jimmy와 아버지의 대화
“The Irish are the niggers of Europe. An’ Dubliners are the niggers of Ireland. An’ the northside Dubliners are the niggers o’ Dublin. Say it loud, I’m black an’ I’m proud.”
소울을 하기에는 좀 하얗지 않느냐는 Dean의 질문에 대한 Jimmy의 대답
“Soul is the rythm of sex. and it’s the rythm of the factory too. The working man’s rythm. Sex and the factory.”
Jimmy가 지하철에서 멤버들에게 소울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장면
“Jazz is musical wanking. If you want to wank, use that thing in your hand not your sax.”
Dean이 연주하는 동안 애드립을 집어넣자 그러한 연주는 재즈이며 재즈는 음악의 자위행위라는 Jimmy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