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코미디

A Shot in the Dark

어느 부유한 사업가의 저택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보고를 받는 경찰서의 고위간부 드레퓌스에게 보고자는 ‘재앙’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살인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재앙은 바로 그 사건의 담당 형사로 클루조 형사(피터 셀레스)가 배정되었다는 사실.

그들의 걱정대로 클루조 형사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분수에 빠지고 코트에 불을 내고 마침내 이층에서 떨어지는 등 온갖 사고를 몰고 다닌다. 때마침 도착한 드레퓌스는 그를 사건에서 제외시켜버리지만 고위층의 압력으로 말미암아 다시 클루조가 사건을 담당한다.

같은 해 만들어진 유명한 코미디물 Pink Panther 를 통해 창조된 캐릭터 클루조 형사를 재활용한 일종의 속편 성격의 작품으로 전편에 버금가는 피터 셀레스의 완벽한 슬랩스틱 연기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물론 피터 셀레스는 자신의 캐릭터가 이렇게 정형화되어 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비록 이 영화의 소개에 의례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 실험주의 등과 같은 친해지기 어려운 단어들이 함께 하지만 이를 너무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라도 이 영화는 건방진 부르주아를 약 올리는 흥겨운 마당극 한판일 뿐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르주아들은 외교관의 신분을 이용한 더러운 마약거래에 손대고 가장 친한 친구의 와이프와 거리낌 없이 바람을 피우는 족속들이지만 대마초를 피우는 군인을 비난하고 마티니를 마시는 법을 모르는 운전기사를 조롱한다.

그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매일 밤 만찬으로 자신들의 넉넉함을 과시하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만찬은 이런 저런 이유 탓에 연기된다. 심지어는 그들이 결국 무대 위의 배우라는 사실이 들통 나(?) 만찬이 연기되기도 한다. 루이스 브니엘은 이런 만찬 실패담(?)을 큰 줄기로 다양한 캐릭터의 몽환적인 꿈 이야기를 배치해 영화에 시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결국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관객의 극의 몰입을 의도적으로 차단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의 과장된 행동은 오늘날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진지하게 – 코미디를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으니 더욱 코미디스럽다 – 연출되고 있기에 이 작품이 의의를 가지는 것이리라(상투적인 “꼭 봐야할 영화 100선”따위에 불명예스럽게 매번 거론되느니).

Shadows And Fog

어느 사람에게어떤 영화를 싫어하냐고 했더니 ‘어두운 영화가 싫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슬픈 줄거리의 영화인줄 알았더니 그냥 화면이 어두운 영화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는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안개 자욱한 밤거리에서 벌어진 하루 동안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니깐 말이다. 시종일관 주의를 기울여보지 않으면 등장인물이 안보일 정도로 화면이 어둡다.

이유도 모른 채 동네 사람들에 의해 잠이 깬 클라인만(우디 알렌)은 동네 사람들이 계획한 연쇄살인범 체포 작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담하지만 정작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한다. 한편 동네 어귀의 서커스단에서는 칼을 집어 삼키는 여인 아이미(미아 패로우)가 그의 남편과 싸우고 집을 뛰쳐나와 버린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서로 얽히고설키는 관계가 된다.

마틴 스코세스 감독의 1985년작 After Hours, 토드 브라우닝의 Freaks, 그리고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이 한데 합쳐져 카프카의 소설에나 나옴직한 무대 세트에 옮겨 각색된 듯 한 작품으로 예의 우디 알렌의 신경쇠약적인 유머 – 칼을 삼켰을때 딸꾹질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식의 – 와 셀 수 없을 정도의 카메오가 눈요기 거리(일 수도 있고 오히려 보다 지칠 수도 있)다.

Napoleon Dynamite

Napoleon Dynamite 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의 꼴통에 관한 영화다. 딱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하여튼 주변의 인물들 역시 한꼴통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매혹샷을 판매하러 다니는 여학생, 머리가 뜨거워서 밀어버리는 라틴계 학생, 가슴커지는 기구를 팔러 다니는 엉클리코, 채팅이나 하면서 여자를 꾀려는 나폴레옹의 형 등. 시대는 불분명하다.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그리고 일부 삽입된 음악으로 보면 80년대 인데 삼촌이 1982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타임머쉰을 산다는 설정을 보면 그 이후인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나폴레옹이 학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댄스씬에서 쓰인 음악은 자미로콰이여서 분명히 80년대는 아니다. 요컨대 영화가 의도하는 바는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냉소적인 웃음이다. 나폴레옹은 하도 바보 같아서 이런 우리의 비웃음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Borat

시골 촌놈의 서울 상경기는 언제나 환영받는 코미디 소재다. 카자흐스탄의 촌구석에 살고 있는 기자 보랏이 세계 최첨단 도시 뉴욕으로 문화탐방을 떠난다는 이 영화는 그런 고전적인 코미디 소재를 화장실 유머로 풀어나가 인기를 얻고 있는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재의 측면에서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와 비교될 수 있다. 레닌그라드 역시 핀란드의 촌스런 락밴드가 미국에서 헤매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코미디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닌그라드가 핀란드의 괴짜 아키카우리마스키의 썰렁한 북구 유머에 기반을 둔 핀란드 작품인 반면 보랏은 카자흐스탄을 등장시키기는 하되 미국 본토인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화장실 유머코드와 대중문화 – 미드나잇카우보이의 주제곡, 블레어위치프로젝트의 패러디 등 – 를 채용한 순수 미국영화다.

인기 코미디 시리즈 사인필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감독 래리찰스는 주인공 보랏(Sacha Baron Cohen 이 연기하고 있는데 Madonna의 뮤직비디오 Music에서 운전사 겸 DJ 역할을 맡기도 했던 신세대 코미디언이다)에게 인기 코미디물(?) Jackass 의 겁 없는 젊은이들이 시도하는 무모한 스턴트식 연기를 하게끔 하였고(실제로 일부 장면은잭애스의 그것처럼 현장에 있던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촬영되었다 한다) 그 결과 벤스틸러식의 화장실유머와잭애스의 슬랩스틱이 결합된 보다 진화된(?) 형태의 화장실 유머가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극중에서 보랏이 ‘부시가 이라크 민중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버리라는’ 내용의 미국국가를 부르기도 하고 미국의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기독교의 부흥회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묘사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그저 웃음거리만 된다면 우리가 다른 민족 혹은 다른 국가에게 가지고 있는 문화적 편견과 자신의 나라 또는 자신의 문화권에서 익숙한 모습을 무차별적으로 희화화하고 있는 소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배제한 채) 생각 없는’ 무차별 코미디의 전형을 만들고자 하였을 따름인 것이다.

한편 보랏의 미국횡단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파멜라앤더슨은 이 영화 출연에 대한 의견차이때문에 남편 키드락과 헤어졌다고 하는 슬픈 사연이….

After Hours

일은 이 디페쉬모드의 데이브간을 닮은 무료한 삶을 사는 직장인 Paul Hackett이 식당에서 헨리밀러의 북회귀선을 읽은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 책을 핑계로 이야기를 걸어왔고 둘은 잠깐의 만남 후에 스쳐지나간 듯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욕정을 느낀 Paul 은 그녀가 남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그는 그녀를 만나러 소호로 찾아간다. 가는 택시 안에서 전 재산이었던 20달러가 창밖으로 날아간 것을 시작으로 그에게는 불운의 연속이 이어진다. 만나는 여자마다 그에게 이상한 주문을 하고 괴롭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억세게 재수 없는 날이었다. 거장 마틴스콜세스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음직한 소품으로 밤중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말라는 교훈이거나 여자를 멀리하라는 교훈을 담은 영화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된통 당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다.

American Splendor

American Splendor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Harvey Pekar 가 1976년 이래 Dark Horse Comics 에 연재하던 만화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병원 직원이라는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Harvey의 취미는 책읽기와 째즈 감상이었다. 그런 그가 친구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무료한 삶을 담은 만화를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이 작품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인기를 얻게 된다. Sideways의 폴지아마티가 Harvey Pekar 를 연기했고 실제 Harvey 도 출연하여 나래이션을 맡기도 했다. 라이브액션, 애미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버무려진 드라마다. 2003년 선댄스 페스티발 수상작.

오피셜사이트 : http://www.americansplendormovie.com/main.html

Sideways

Sideways 는 와인과 우정, 그리고 인생에 관한 영화다. Miles(Paul Giamatti)와 Jack(Thomas Haden Church)은 친한 친구사이다. 둘은 모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소설가, 그리고 배우이다. Jack 의 결혼을 앞두고 Miles와 Jack 은 와인이 맛있는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Jack 은 와인 애호가로서 Miles에게 이 고급취향의 취미를 가르쳐주려 하지만 Miles 가 관심 있는 것은 여자뿐이다. 어쨌든 둘은 여행길에서 두 여인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포복절도의 슬랩스틱 스타일이 아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와인처럼 깔끔한 작품으로 독립영화에서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폴지아마티의 연기가 볼만하다.

Election

Jim McAllister(Matthew Broderick)는 능력 있고 인기 많은 전도유망한 생물교사다. 그런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동료교사가 얌체 스타일의 여학생 Tracy Flick(Reese Witherspoon)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급기야 학교에서 쫓겨나면서부터이다. 항상 자기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이 얄미운 Tracy 때문에 자신의 가장 친한 직장동료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에 Jim은 Tracy 를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던 와중에 Tracy는 학생회장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Tracy 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게 점쳐지는 맥빠진 선거가 될 즈음 Jim은 Tracy를 떨어뜨리기 위해 학교의 인기 스포츠 스타 Paul Metzler(Chris Klein)에게 선거에 출마하라고 유혹한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학교는 한바탕 소란해진다. About Schmidt, Sideways 등 감각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Alexander Payne의 1999년작.

The Wedding Singer

물론 아담샌들러와 드류배리모어라는 두 걸출한 스타가 출연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80년대”라는 시대의 문화코드이다. 80년대는 이 영화의 국내포스터 카피처럼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80년대 팝문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전 세계가 행동통일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프레디크루거의 야수성에 치를 떨었고, 레이건이 신보수주의를 주창했으며, 라이브에이드를 모두가 함께 지켜보았던 이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결혼식 축가가수에 불과한 로비하트(아담샌들러)는 며칠 후에 있을 결혼식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지만 약혼녀는 로비가 장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식장에 나타나질 않는다. 폐인이 되다시피 한 그를 다정히 감싸준 것은 역시 결혼을 앞둔 줄리아설리반(드류배리모어)이었다. 바쁜 그녀의 약혼자를 대신해 결혼준비를 도와주던 로비는 어느새 줄리아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고 영화의 큰 줄기는 어떻게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가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영화 전편에 흐르는 80년대 팝문화 코드가 주요한 볼거리다. 보이조지피트번즈를 합쳐놓은 듯한 여장싱어, 마이클잭슨이나 마돈나를 흉내 낸 극중 배우들의 의상, 프레디크루거 가면을 쓰고 노는 로비의 조카 등 그 시절의 과장되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영화 전편에 묘사되고 있고 그 시절을 서양 팝문화에 빠져 살았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추억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연인과의 사랑이 싫증난 사람들이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