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아도니스]웰컴 투 사라예보

웰컴 투 사라예보 (Welcome To Sarajevo, Michael Winterbottom, 1997)

개인적으로 지금 영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감독은 뭐니뭐니해도 마이클 윈터바텀입니다. ‘쥬드’에 한 방 먹어서 한 해 동안 얼얼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바늘 한 뜸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할 것 같은 컷 구사 능력에 잔뜩 매료됐었지요. 대체 이 감독이 누군가 싶어 그때부터 찾고 다녔어요. 안타깝게도 영국 영화제가 열릴 동안 뭔가 다른 일이 있어서 ‘더 클레임’밖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더 안타깝게도 영국 배우의 자존심 피터 뮬란과 제가 좋아하는 밀라 요보비치 양이 나왔음에도 그 영화는 제 기대를 만족시키주지 못했었습니다.

이미 비디오를 출시되었다는 ‘광끼’랑 ‘버터플라이 키스’를 찾고 다니느라 수유리 일대를 뒤졌지만 허사. 그는 지금 돈이 생기면 제가 사야 봐야 할 DVD 1순위. 아트 하우스에 경도된 국내 씨네마텍 경향에도 불만입니다. 윈터바텀, 아키 카우리스마끼, 예지 스콜리모우스키 등 현실 발언들을 한 감독들도 좀 불러들였으면 좋겠단 바램입니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다소 노쇄해 보이는 듯한 켄 로치를 대신할 차세대 영국 좌파 감독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이미 ‘웰컴 투 사라예보’와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영화 ‘인 디스 월드’로 그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지요. 가장 최근에 만든 영화는 ‘코드 46’인데, 팀 로빈슨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에는 쏙 들어오지 않더군요.

제가 그의 영화들 중에 가장 보고 싶어하는 영화는 ‘광끼’, ‘버터플라이 키스’, ‘원더랜드’와 같은 초기작들과 ‘인 디스 월드’입니다. 대체 ‘인 디스 월드’는 국내에 들어오기나 한답니까? 나중에 DVD 구입할 때 이 양반 리스트를 몽땅 구입하고 싶어요. 현재 ‘24 Hour Party People‘은 구해놨는데 못 보고 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여서 미루다 미루다 이제서야 본 ‘웰컴 투 사라예보’는 제 게으름을 난도질하는 통증이 있는 영화군요. 보스니아 내전 현장에 들어가 살아 있는 영상을 만든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사라예보 소녀를 영국으로 데려온 어느 기자의 눈을 통해, 제노사이드의 어떤 흔적도 없다며 20세기 최대의 인종청소 전쟁을 방관했던 서유럽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큐와 픽션이 뒤섞여져 있는데, 너무 처참해서 눈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전세계 비극의 현장을 돌며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대는 분들을 보면 한없이 왜소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푼수없이 또 울게 되더군요. 사라예보 산 꼭대기에서 공연이 펼쳐집니다. ‘사라예보를 구하자’라는 플랭카드가 붙여 있고, 혼자 남자가 첼로를 켜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며칠 전 타계한 수잔 손택도 문뜩 생각나더군요. 평화를 바라며 전쟁 중인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했던 그녀가 당시 남긴 말은 ‘실제의 포탄 소리는 텔레비젼에서 듣는 것보다 크다.’

200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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