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hop Boys 런던 공연 후기

2007년 5월 28일

당초 Pet Shop Boys 의 공연은 런던의 Hammersmith Apollo 공연장에서 저녁 7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친구와 함께 차이나타운에 있는 Misato 라는 일본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쭙잖은 몇 번의 공연관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 공연도 역시 8시쯤에나 시작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공연장에 도착한 시간은 8시 10분 전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다.

Neil Tenant 옹께서는 예의 반듯한 연미복 차림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Chris Lowe 옹 역시 언제나 쓰고 있던 야구 모자를 쓴 채 신디사이저를 다루고 있었다. 일행과 나는 이미 겹겹이 쌓인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향했다. 워낙에 80년대 음악팬들 사이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아티스트인데다 영국에서의 5년만의 공연이라는 것 덕분인지 꽤 큰 규모의 공연장이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하지만 어느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연령층은 아무래도 중년층에 더 가까워보였다.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 관객의 절반은 게이나 레즈비언 등 이른바 동성애자들로 짐작되는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Neil Tenant 스스로가 커밍아웃한 게이이고 그들의 음악 역시 대놓고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일렉트로닉 뮤직에 디스코를 감미하여 그 누구보다도 게이코드에 충실한 음악을 선보여 왔기 때문에 게이피플들이 이 애완동물가게소년들에게 보이는 각별한 애정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Pet Shop Boys 의 공연 자체도 어찌 보면 게이코드에 맞춰져 있었다. 무대의 그래픽은 Gilbert And George 의 작품을 연상시켰고, 두 ‘소년’이 무대에서 그리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채용된 댄서들의 춤은 이를 데 없이 게이스러웠다. 특히 댄서들이 – 한 댄서의 이름은 Naked Holiday 였다 – 황금빛의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선보인 스퀘어댄스와 동구권 군인복장을 한 채 선보인 꽈배기 춤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에다 춤 솜씨 없는 Neil 아저씨께서 손수 통아저씨 춤까지 선보여 일행과 나는 통쾌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신은 Neil 옹의 춤 솜씨 대신 작곡실력과 노래 솜씨를 주신 것 같다)

이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라이브이긴 하나 연주는 이미 프로그래밍된 것이었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데다 – 즉흥연주나 현장감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재미없을 것이지만 – Neil Tenant 의 보컬 역시 (대단한 실력이라고 해야겠지만) 스튜디오 앨범의 목소리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 청명한 코맹맹이 보컬이 앨범에서 듣던 바와 다름이 없으니 공연의 현장감은 두 위대한 ‘소년’들께서 내 눈앞에서 공연을 하고 계심을 보고서야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기껏해야 쏘울풀한 보컬을 강조하기 위해 채용된 흑인여성 보컬의 애드립만이 현장감을 느끼게 해줄 뿐이었다.

여하튼 Rent, Being Boring, Always On My Mind, It’s A Sin, Home And Dry, Minimal, Suburbia, Opportunity 등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그들의 히트곡이 연달아 연주될 때마다 플로어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 곳곳에서 게이들이 멋진 춤 솜씨를 선보였고 심지어 애정행각까지(!) – 새삼‘히트곡 정말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이 가장 일심동체가 된 곡은 역시 게이들의 찬가라 할 수 있는 Go West 였다. Neil 옹의 지시 아래 관객들은 일사분란하게 Go West 를 외치며 서쪽으로 가자는 손동작을 했다. 그런데 신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어쩐지 쓸쓸하고 아련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음 날 Financial Times, Times2 등 몇몇 영국언론에서 발표된 그들의 공연에 관한 리뷰는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하기야 감히 누가 이 두 거물을 비판할 것인가? 공연을 해주심이 감지덕지한 것이지.

관련기사
http://www.ft.com/cms/s/7fca9f94-0df5-11dc-8219-000b5df10621.html http://www.digitalspy.co.uk/music/a58765/pet-shop-boys–hammersmith-apollo-may-27.html

연주 리스트
We are the Pet shop boys
Left to my own devices
I’m with Stupid
Suburbia
Can you forgive Her
Rent
Minimal
Opportunities
Shopping
Heart
Home and Dry
Se a vide e
Dreaming of the Queen
Flamboyant
Numb
Paninaro
Integral
Always on my Mind
Domino Dancing
West End Girls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Sodom and Gomorrah show
It’s a sin
So Hard
Go West
Being B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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