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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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퓨리어스가 파키스탄 이민 2세인 작가 하니프 쿠레이쉬(Hanif Kureishi)의 각본을 바탕으로 파키스탄 이민자 2세대인 오마르와 그 가족들이 과거의 식민제국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첨병인 영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둥거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영화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비뚤어져 있다. 자신의 이상주의적 가치관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시체처럼 살아가는 오마르의 아버지, 인종적 차별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오마르의 삼촌 나세르와 샬림, 오마르와 어릴 적 친구였으면서도 파시스트 청년들과 몰려다니는 조니, 그리고 다시 만난 조니를 고용인으로 부리면서 – 한편으로는 동성애적 관계에 빠지면서도 – 전도된 만족감을 얻으려는 오마르.

인종, 계급, 동성애, 가부장 등 이 사회의 가장 첨예한 사회적 이슈들이 뒤섞여 있다. 마치 영화에서 등장하는 세탁기 안의 빨래처럼. 그것들은 때로 색깔진한 빨래가 다른 빨래에 물을 들이듯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전도된 계급관계에 희열을 느끼는 경우처럼 변태적이기도 하고 겉으로는 불륜이면서도 나름대로는 인종을 뛰어넘는 구식 로맨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뾰족한 답은 없다. 그저 매캐한 영국의 매연과 흐린 하늘처럼 늘 우리 옆에 존재할 뿐이다.

오마르는 나름대로 세탁소 같은 ‘깨끗한’ 사업으로 성공하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인종과 성적 편견을 뛰어넘는 조니와의 사랑도 역시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영화 마지막의 애정 어린 물장구가 둘의 미래에 일말의 희망을 암시할 뿐이다.

p.s. 사무실 밖에 있는 조니가 사무실의 오마르를 창너머로 바라보는 얼굴로 오마르의 얼굴이 반사되는 장면은 둘의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압축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예리하게 표현한 참 ‘영리하게’ 연출된 장면이었다.

p.s.2 물방울이 보글거리는 듯한 음향효과의 주제음악과 세탁기가 돌아가는 듯한 시각효과의 타이틀시퀀스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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