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girls

어쩌면 뮤지컬 영화야말로 가장 헐리웃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르라 할 것이다. 비록 그 출발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권이었지만 영화화 등을 통한 상업성에 있어서는 단연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영화는 프로파간다라기보다는 ‘환상의 실현’이라는 생각을 가진 – 어쩌면 가장 교묘한 프로파간다일지도 – 영화인들은 선술집 극장쇼에 스토리를 집어넣으면서 발전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스크린에 끌어들이면서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전달했다.

유성영화의 등장은 헐리웃 뮤지컬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기술적 발전이었다. 이에 따라 브로드웨이 등에서 수혈을 받아 MGM을 중심으로 거칠 것 없이 발전해오던 헐리웃 뮤지컬 영화는 이후 사실주의적인 영화장르의 발달,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의 쇠락, 조지거쉰과 같은 뛰어난 뮤지컬 작곡자들의 사망 등으로 말미암아 비인기 장르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Bill Condon 은 시카고, 드림걸스 등을 통해 뮤지컬이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82년 초연한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흑인음악의 메카 모타운과 인기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즈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실존인물인 모타운 설립자 베리고디주니어, 슈프림즈의 리더 다이아나로스,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마빈게이 등과 오버랩되고 있다. 극 후반으로 가면서 영화의 주연으로 급부상하는 에피는 슈프림즈의 싱어 플로렌스 발라드를 대변하고 있다. 극적 구성에 있어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탄한 것이 뮤지컬의 특성인 반면 이 영화에서는 한 신인그룹의 성장과 갈등, 비정한 음악 비즈니스 계의 단면, 이후 극적반전 등을 통해 나름대로 탄탄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극중 레코드사의 사장인 커티스테일러주니어는 비주류인 흑인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한 반면 비즈니스를 위해 소속가 가수들에게 독재를 휘두르는 야누스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Phantom of the Paradise에서 Swan 이 지녔던 악마성을 고스란히 전해 받았다 할 수도 있겠다. 뮤지컬이 은연중에 백인음악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면 이 영화는 흑인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당연하게도 R&B를 주조로 하는 정열적인 흑인음악이 전편에 걸쳐 펼쳐진다.

극 초반 지미얼리 – 에디머피가 연기했는데 썩 훌륭했다 – 가 부르던 정열적인 댄스곡에서부터 팝이 가미된 드림걸스의 음악 등 오늘날 대중음악의 주류로 자리잡은 흑인음악의 소사(小史)가 귀를 흥겹게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확 잡아당기는 ‘훅(hook)’이 부족한 게 흠이다. 이 작품에는 제이미폭스, 비욘세놀즈, 에디머피 등 현재 흑인 연예계를 주도하는 주요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단연 이 영화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 아메리칸아이돌에서 불운하게 그랑프리를 놓친 – 제니퍼허드슨이다.

첫 출연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통해 일약 헐리웃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는데 영화계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비롯한 여러 영화제의 수상으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축하해줬다. 다만 극 중반 그녀가 부르는 솔로곡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의 애절함에 많은 비평가들이 극찬을 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 아무튼 이 영화 한편으로 헐리웃이 전전(戰前)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뮤지컬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리라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하나의 메이저 장르로서의 체면치레는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S. 영화의 헤피엔딩과 달리 플로렌스 발라드는 팀에서 축출된 후 불운한 인생을 살다가 32살의 어린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멤버들 간의 불화도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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