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Rod Stewart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허스키 보이스)

예전에 80snet.com이 popi.com이란 이름으로 제로보드 형식으로 운영되던 시절, J. Hyun님이라는 걸출한 글쟁이가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란 이름으로 칼럼을 남겨주시곤 했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게시판이 삭제되는 바람에 다시 복구하는 등의 소란을 피우고 이 사이트가 블로그 형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몇몇 글이 없어지기도 했었고요. 몇 개 살아남은 글들은 옮겨 놓았습니다만 아직 옮겨 놓지 않은 글이 있어 반가운 맘에 다시 퍼 올립니다. 잘 지내시죠? J. Hyun님? 🙂

그의 다른 글들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제가 처음 팝을 접할 때(’83~84년쯤이라고 기억)는 Olivia Newton-John이나 Madonna와 같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매력적인 목소리에 반해서 팝송을 즐겨듣게 되었습니다. 뭔 말인지는 하나도 몰랐지만 그냥 목소리가 좋아서 좋아하는 곡들도 많았었죠. 어느 정도 팝에 눈을 뜨게 되면서(그 당시 이미 가요는 통달한 수준이었음. 어릴 때 공부는 안하고 음악만 들어서리…-_-;;;) 세상에 참 다양한 목소리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인데도 Christopher Cross 같은 미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자인데도 Tina Turner와 같은 호쾌하고 걸걸한 보컬의 소유자도 있더군요.

이처럼 여러 가수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듣게 되면서 제가 아주 싫어하는 목소리가 생겼으니 바로 허스키 보이스… 어쩐지 쉰 듯한 소리가 듣기 싫어서(정도가 심한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제 목이 다 이상할 정도-_-) 어릴 때는 허스키 보이스 가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어릴 때는 안 듣던 그 가수들의 곡을 다시 들어보니 의외로 괜찮은 곡들이 많았고, 허스키 보이스에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역시 편견 없이 듣는 게 중요하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오늘 그런 곡들 좀 모아봤습니다.

Bonnie Tyler ESC - United Kingdom 01 crop.JPG
Bonnie Tyler ESC – United Kingdom 01 crop” by Albin Olsson


This file has been extracted from another image: File:ESC – United Kingdom 01.JPG..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1. Bonnie Tyler – Holding Out For A Hero (1984년)
▶ 까놓고 말해 제가 허스키 보이스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보니 타일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제가 처음으로 접한 허스키 보이스였거든요), TV에서 보니 타일러의 어떤 뮤직비디오(하도 오래전이라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별로 히트하지 못한 곡이라고 생각됨)를 보고 나서 그 천갈래 만갈래 갈라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아니 뭐 저런 여자가 가수를 다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 보니 타일러의 곡은 제 안티대상 1호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Footloose” 사운드트랙에 실린 이 곡은 정말 괜찮은 곡이에요. 보니 타일러의 매력(?)을 비교적 잘 살린 곡으로 짐 스타인먼의 곡답게 드라마틱하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쉰 목소리가 그리 심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또 워낙에 빠른 곡이다 보니 듣고 있노라면 그저 흥겨워서…^^ 우리 나라에서는 민해경의 애창곡이었죠.

▷ 보니 타일러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이미지가 우리 나라 탤런트 권은아와 흡사하다는 생각… 그러나 둘의 목소리는 정반대죠.

2. Mike Leno & Ann Wilson – Almost Paradise (1984년)
▶ “Footloose” 사운드트랙에서 한 곡 더… Loverboy와 Heart의 간판 멤버 두 사람이 부른 멋진 듀엣곡으로 이 곡에서는 오히려 두 사람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낸 것 같습니다. 멜로디도 애절하구요. 특히 앤 윌슨의 보컬이 일품…
▷ 앤 윌슨은 나중에 Cheap Trick의 Robin Zander와 함께 “Surrender To Me”란 곡을 부르기도 하죠. 둘 다 제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인데 이상하게도 이 곡은 싫더라구요.

3. Rod Stewart – Infatuation (1984년)
▶ 허스키 보이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로드 스튜어트의 80년대 히트곡(1984년 싱글차트 6위 기록)으로 80년대 유행하던 뉴웨이브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듀싱 덕분인지 다행히 이 곡에서는 로드 스튜어트의 허스키 보이스가 그리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 로드 스튜어트는 자기 주관없이 유행만 따라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가수라는 이유로 새 앨범 나올 때마다 욕을 좀 먹곤 했었죠… 개인적으로 특히 가증스러웠던 때는 아내한테 바친답시고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Have I Told You Lately”를 부를 때… 전과가 두둑(-_-)한 사람들은 뭘 해도 믿음이 안가더군요…-.-;

4. Bruce Springsteen – Born In The U.S.A. (1984년)
▶ 미국의 소시민층을 대표하는 가수(라고들 하던데 테러 이후 하는 짓 봐선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음)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동명의 앨범 수록곡입니다. 이 앨범은 소위 말하는 ‘명반’답게 투박한 미국록 분위기에 노동자 계층의 애환을 담아낸 가사가 인상적이죠. 이 앨범에서 나온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도입부 브루스의 쩌렁쩌렁한 보컬을 듣고 있으면 미국이고 미역국이고 다 신경끄고 그냥 시원해집니다. ^^ 허스키 보이스만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곡.
▷ 이 곡을 두고 정치적인 곡이라는 둥 전혀 아니라는 둥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

5. John Parr – St. Elmo’s Fire (Man In Motion) (1986년)
▶ 데이빗 포스터가 만들어낸 최고의 명곡이라고 제가 극찬하는 곡…^^ 동시에 허스키 보이스 계열의 가수들의 곡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들으면  내가 언제 허스키 보이스를 싫어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곡 분위기에 걸맞게 존 파가 힘차게 쭉쭉뻗는 보컬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사를 따라부르면 더욱 신나는데(영어라는 언어의 매력이 느껴지는 곡… 곡과 가사가 아주 잘 어울려요.)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코러스 후반부에 ‘Higher and higher~’… 진짜 신나죠. 1986년 싱글차트 1위곡.
▷ “St. Elmo’s Fire” OST 수록곡 가운데 잔잔한 듀엣곡인 “Love Theme”도 참 좋답니다.

6. Journey – Faithfully (1983년)
▶ 도입부의 피아노 반주가 멋진 저니의 발라드곡. “Open Arms”와 함께 저니의 노래 가운데 특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이죠. 제가 저니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 이 곡이 주는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아주 솔직담백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사랑 노래들 가운데서도 어떤 곡들은 너무 과장된 가사(특히 남자가수의 곡들. 무작정 기사도 정신… Cheap Trick의 “The Flame”이나 Donny Osmond의 “Soldier Of Love”는 그 정도가 심함)나 지나치게 닭살돋는 분위기(Atlantic Starr의 “Always”… 한마디로 왕느끼)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데 이 곡 “Faithfully”는 같은 사랑고백을 해도 분위기가 왠지 진지하고 정직하게 느껴집니다. 가사는 역시 ‘기사도 정신’인데도… 분위기의 차이인가…
▷ 요런 곡 불러주면서 프로포즈하면 성공확률 높을 듯 한데 상대가 있어야지…

7. Bryan Adams – Heat Of The Night (1987년)
▶ 개인적으로 80년대에 브라이언 아담스가 인기있을 때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역시 목소리 때문) 요새 그 때의 인기곡들을 다시 들어보면 왜 그리도 좋은건지…-_-; 이 곡은 브라이언 아담스의 곡 가운데서도 록적인 느낌이 특히 강한 곡입니다. 사실 브라이언 아담스의 보컬이 제게는 그리 듣기 좋은 편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한데, 아마도 멜로디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브라이언 아담스 못보던 새에 엄청 늙었더군요. 얼굴에 주름이… 휴~

8. Tina Turner – Let’s Stay Together (1984년)
▶ 브라이언 아담스와 한때 연인사이로 소문나기도 했던 사자부인 티나 터너의 곡입니다. 제가 대학 합격하던 날 그 기념으로 산 앨범이 바로 티나 터너의 베스트앨범 “Simply The Best”였는데, 덕택에 그 날 최고의 기분(^^)으로 이 곡을 듣게 되었답니다. 도입부의 잔잔한 분위기가 티나 터너의 읊조리는 듯한 보컬과 함께 이어지던 도중 갑자기 이를 깨뜨리는 듯한 티나 터너의 ‘Let me! be the one…’하는 강렬한 보컬이 등장하고… 다시 잔잔하다가 또 고조되다가… 이래저래 드라마틱한 곡입니다. 티나 터너가 문자 그대로 ‘열창’을 하는 곡… 1999년도 VH1 Divas Live 공연에서도 티나 터너가 이 곡을 불렀는데 그녀의 콘서트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더군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우리 나라 코미디언 가운데서는 예전에 김미화가 티나 터너 분장을 곧잘 했었는데 기억나시는 분 계시려나…

9. Terence Trent D’Arby – Wishing Well (1987년)
▶ 테렌스 트렌 다비의 보컬은 허스키라기보다는 정통 소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 흑인적인 느낌이 강한 보컬의 소유자로 등장 당시에 프린스를 연상케하는 외모로도 화제를 모았던 가수… 최근 빌보드 싱글차트를 보면 완전히 그 자체가 블랙싱글차트(한때 R&B 싱글차트를 이렇게 불렀었죠)라고 해도 다름없을 정도로 흑인 음악의 강세가 뚜렷한데 왜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테렌스 같은 가수들은 안 나오나 모르겠어요. (나오긴 나오는데 뜨질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참 아끼는 가수인데…

▷ 예전에 어떤 분에게서 테렌스 트렌 다비가 자기의 데뷔앨범을 두고 ’80년대 최고의 데뷔앨범’이라고 자화자찬했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10. Bon Jovi – Bad Medicine (1988년)
▶ 80년대 팝씬에서 돈냄새를 강하게 풍긴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가수들이 있는데 Def Leppard나 본 조비가 그런 케이스. 제가 본 조비의 곡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이 곡이 수록된 앨범 “New Jersey”가 발매될 당시에는 설문조사까지 해서 상업적인 곡들만 골라 실었네 어쩌네 해서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 솔직히 상업적이건 어떻건 듣기 좋은 건 사실… 어차피 대중가요라는 건 상업적인 성격을 아주 떨칠 수 없는 것이고, 또 음악이란 건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요. 어떤 곡을 두고 ‘이 곡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기 때문에 안 좋네 어쩌네…’ 한다거나, 어떤 가수가 다소 하드한 록음악을 하다가 후에 대중적인 성격으로 돌아서면(Heart가 대표적) 변절자 어쩌구 하고 비난을 하는 이런 평가들은 어찌보면 조금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 록그룹의 보컬리스트들은 열에 아홉은 다 허스키 보이스 소유자라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변명이고, 내가 뭐 락을 알아야지…–)

11. Michael Bolton – How Can We Be Lovers (1989년)
▶ 마이클 볼튼의 대표작 “Soul Provider”의 수록곡으로 Diane Warren이 작곡에 참여한 곡입니다. 역동적인 느낌이 강해서 본 조비의 곡 느낌도 나는 곡… 마이클 볼튼의 보컬은 이 곡을 히트시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뭐 고전 소울에 어울린다는 둥, 허스키 보컬답지 않게 유연하다는 둥 비교적 준수한 평가를 받았었는데 이후 “When A Man Loves A Woman”가 발표되면서부터는 최악의 리메이크곡(올인!)이라는 악평과 내놓는 노래마다 그게 그거라는 악평(여기에도 올인!)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Love Is A Wonderful Thing”이란 곡이 100% 표절곡임이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인기가 추락… 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그 특유의 라면머리도 자른 채 재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마이클 볼튼과 임재범이 똑같아요. -.-

12. Roxette – Listen To Your Heart (1989년)
▶ 록시트는 스웨덴 출신 가수로서 ABBA 이후 가장 성공한 가수라고 할 수 있죠. 이 곡은 특히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1989년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대형 스케일의 발라드곡입니다. 마리 프레드릭슨의 허스키 보이스가 곡의 느낌을 더욱 애절하게 해줍니다. 특히 후반부 에드립과 현악 연주로 끝나는 마지막 부분이 압권…. 거대한 성곽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맨발의 마리를 만날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근사하답니다.
▷ 이 곡은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는데 LP나 카세트 싱글이 아닌 오로지 CD 싱글로만 발매되어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곡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던 곡…

지금 생각해보니까 허스키 보이스의 가수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앞에서 언급한 가수들 이외에도 블루 아이드 소울을 대표하는 흑인적인 느낌의 허스키 보컬로는 Righteous Brothers의 Bill Medley나 “Up Where We Belong”으로 잘 알려진 Joe Cocker, 리메이크곡들로 인기를 얻은 Paul Young 등을 꼽을 수 있겠구요… 컨트리의 아버지 Kenny Rogers, 투박한 미국록의 분위기를 구사하는 보컬리스트 John Cougar Mellencamp나 80년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Steve Winwood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성가수로서는 “Bette Davis Eyes”의 Kim Carnes가 대표적이고 ‘한어깨’하는 가수 Laura Branigan, ‘하얀 티나 터너’로 불리웠던 Taylor Dayne 등이 생각나는군요.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Mariah Carey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_-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