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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Max : Fury Road 感想文

WARNING 스포일러 만땅

Theatrical release poster
Max Mad Fury Road Newest Poster” by Source. Licensed under Wikipedia.

2015년 여름 영화팬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안겨졌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Mad Max 시리즈의 4편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전편보다 더 강력한 하드코어 액션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시대선도적인 페미니즘 세계관까지 얹어져서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초신경 자극 헤비메탈 무비’가 탄생하여 최고의 수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일흔이 되신 조지 밀러 님께서 이 정도의 박력과 진보적인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계신 것을 보니 나이 탓만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질 따름이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다”, “아니다. 너희들의 오버이고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다”, “국내의 얼치기 꼴페미와는 다른 진짜 페미니즘 영화다” 등 페미니즘 함유량을 두고 말이 많지만 이 글에서 그 논쟁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은 없다. 다만 예술이란 사회적 맥락과 수용자의 시각에 상호 조응하여 메시지가 전파되거나 발전하기 때문에 기계적 규정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말해두고 싶다. 발표 당시에는 여성 해방적 메시지를 담고 있던 ‘오만과 편견’이 오늘 날에는 로맨틱 코미디가 된 것이 그 좋은 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의 테두리에 두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 장르를 뛰어넘는 ‘로드 무비’로서의 미덕을 살펴보고 싶다. “분노의 도로”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 영화는 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 상에서 캐릭터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로드 무비 고유의 본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희한하게 뭉친 구성원들은 서로 반목하고 조력하다가 어느덧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의 정신적 굴레로부터도 치유된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는 ‘스탠바이미’나 ‘델마와 루이스’와 닮아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임모탄 조의 씨받이” 중 막내인 치도를 들 수 있다. “The Fragile”이라는 예명이 붙을 만큼 연약해서 탈출을 포기했다고 했던 그녀는 급기야 사령관 퓨리오사가 임모탄 조를 처치하는데 도움을 줄만큼 성장하게 된다. 맥스 역시 여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환상으로 나타나던 딸의 모습은 그를 옳은 길로 인도하고 최후에 미소 짓게 만든다. 이미 없어져 버린 “녹색의 땅”을 찾아 헤매고 소금사막을 건너려던 퓨리오사는 결국 시타델로 돌아가자는 맥스의 조언을 수용하며 고통을 우회하지 않고 직시하게 된다.

시타델을 탈출했다가 결국 무수한 희생을 치르면서 다시 원점인 시타델로 돌아온 꼴이 되고 말았지만 – 게다가 그들의 접수한 권력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에 대한 궁리도 없지만 – 정신적으로는 모두들 성장하고 치유를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시타델로의 회군은 개개인의 성장이 일반대중으로까지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다. 또한 부발리니 여전사 할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씨앗이 시타델에 온전히 옮겨졌다는 점에서,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미덕을 갖추고 있는 영화지만 또한 영화의 액션에 대한 상찬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이 영화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풍성한 액션으로 멋지게 포장되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성 영화가 우리가 현재 쓰는 영상언어 문법을 만들어냈다고 믿는다”고 감독이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자질구레한 배경 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 시간을 액션으로 채워 넣었다는 점에서 무성영화의 미덕을 성실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감독이 언급한 버스터 키튼의 작품 중에서 ‘The General’과 닮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텔마와 루이스’와 ‘The General’을 오버랩시킨 영화다.

영어로 쓴 The Dark Knight Rises 감상문

그저께 “The Dark Knight Rises”를 아이맥스로 감상했다. 전작보다 실망스러운 작품이라 특별히 리뷰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영작 연습 사이트에 글 쓸 주제를 찾다보니 결국 리뷰를 쓰게 됐다.(그것도 영어로!) 원어민의 도움으로 수정된 글을 여기에 (귀찮아서) 재번역 없이 올려둔다. 

I saw “The Dark Knight Rises” the day before yesterday. I concluded that the movie has been somewhat overvalued. The film surely is a great movie for entertainment purposes. Once you, however, try to read some metaphors being reflected from the real world, you would have difficulties with the work because the points of view of the director are not so profound and are shallow. Although Christopher Nolan currently is one of the hottest movie directors in the industry around the world and has made some great films like “The Dark Knight” and “Inception”, his latest work failed to reach the level that his previous works archived in my humble opinion. The weakest point of the film is the disappointing character of the enemy of Batman. Without Heath Ledger, Nolan had to give up on the ‘Joker’ character and create a new character. The result is ‘Bane’, who came from an underground prison and argued that he tried to liberate the people of Gotham City. This character looks like a heroic revolutionary leader of the 3rd world or ‘Occupy Wall Street’ movement. Bane’s purpose is surely different from that of ‘Joker’ because Joker only wanted to create chaos in Gotham City for fun. But Bane’s actions and intentions are getting confused as he obsesses about a neutron bomb to blow up the city. His contradictory actions resulted from the director’s obsession with giving the movie a unique twist. As a result, a character which could have been a fantastic one in the trilogy of Batman became an ordinary character. Also, the movie became just a normal action film just like ‘Die Hard’ revoking an old-fashioned patriotism.

Thief of Bagdad

초기 헐리웃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느끼게 해주는 환타지 대작. 아라비안나잇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설정, 즉 착한 왕자, 사악한 마법사, 어여쁜 공주, 호리병 속의 거인, 나는 양탄자 등 이 당시의 첨단기술 및 자본과 결합되어 비슷한 유의 영화의 전형을 탄생시켰다.

The Departed

잭니콜슨, 마틴쉰,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맷데이몬, 마크왈버그, 알렉볼드윈. 한 연기 한다는 이 양반들이 죄다 모여 만든 남성성 짙은 하드보일드 영화다. 홍콩영화 무간도를 마틴스콜세스가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Face Off, 첩혈쌍웅 등에서 오우삼이 즐겨 다뤘던 두 영웅의 정 반대의 삶을 통해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조직에 스파이로 들어간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대사의 절반이 욕이고 장면전개는 불친절하다 싶을 정도로 이리 저리 건너뛴다. 한 가지 궁금한 것. 디카프리오가 데이몬의 연인에게 주었던 그 노란 봉투의 내용은 왜 끝내 공개되지 않았을까? 도중에 결말이 바뀐 것인지?

African Queen

생각해보니 물에서의 모험을 다룬 영화만 해도 하나의 계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Mutiny On The Bounty’, ‘Dead Calm’ 등 바다에서의 모험을 다룬 영화도 꽤 되거니와 이 작품을 비롯하여 ‘Deliverance’, ‘아귀레, 신의 분노’, ‘River Wild’, ‘Cafe Fear’ 강가에서의 모험을 소재로 한 영화도 나름대로 적잖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물이 영화제작에 주는 여러 가지 장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은 일단 공간을 한정시킴으로써 극의 밀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한정된 공간에 놓인 인간들은 하나의 사건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이는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 작품에서는 광산노동자 Charlie Allnut(Humphrey Bogart)과 선교사의 여동생 Rose Sayer(Katharine Hepburn)이라는 두 어울리지 않는 신분이 빚어지는 갈등과 애정이 낡은 통통배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말미암아 증폭된다. 또한 물은 평화와 공포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제공한다. 드넓고 조용한 물줄기는 평화스러우면서도 등장인물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급해지는 물살은 거대한 자연의 폭력성과 이에 수반되는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암시한다. 결국 이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결말은 흔히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결국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신분상의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1914년 독일 점령지역인 동아프리카에서 오빠와 함께 선교를 하고 있던 Rose 가 1차 대전에 휘말리면서 Charlie 와 함께 겪게 되는 모험담을 다룬 영화로 명장 John Huston 이 C.S. Forester 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로맨스와 모험, 그리고 애국주의가 적당히 뒤섞인 대중관객의 취향에 딱 좋은 작품이다.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덧없는 싸움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반성이나 애정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Humphrey Bogart 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Aguirre, der Zorn Gottes(아귀레, 신의 분노 : Aguirre, the Wrath of God)

마른 걸레를 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이다. 감독은 극한상황에 인간을 배치해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심하게 말해서 배우들에게 스페인의 잉카 정복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고 속이고 거친 숲속과 물가로 몰아내어 마치 실험쥐처럼 그 반응을 즐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마치 2001년작 Das Experiment 가 소재를 삼았다는 실존의 그 인간실험처럼 말이다. 실제로 영화해설을 찾아 읽어보니 주연을 맡은 클라우스 킨스키는 총으로 감독을 위협하며 촬영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까지 하니 배우들의 고생이 상상이 간다. 극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이런 감정이 들었던 것은 정말 배우들의 고통이 뚝뚝 묻어나올 정도로 생생한 화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역동적이고 거친 화면은 이미 낙오되어버린 상태이면서도 그 안에서 정치놀음을 벌이는 구제불능의 인간군상을 여과 없이 비추고 있다. 클라우스 킨스키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이 지루한 강 여행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버팀목이다. 자신의 딸과 결혼하여 순수한 피를 유지하겠다는 독백 장면은 히틀러를 은유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개인적으로는 히틀러를 광기의 산물이라 보지 않기 때문에 감독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 간에 그러한 입장에 동조할 수 없다. 강가를 여행하며 겪는 모험담을 다룬 점에서 같은 해 나온 또 하나의 걸작 Deliverance 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후에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다. 어쨌든 감독 헤어조그는 같은 로케이션에서 이 위험한 짓을 10년 후 Budden Of Dreams를 통해 다시 한 번 자행하였으니 지독한 새디스트다.

Paths Of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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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sOfGloryPoster” by The poster art can or could be obtained from United Artists.. Licensed under Wikipedia.

개인적으로는 영화 감상할 때 롱테이크니 트래킹샷이니 하는 현란한 영상문법보다는 내러티브에 빠져드는 편이다. 영화에서의 영상기법이나 소설에서의 문체는 그 자체로도 감상포인트이긴 하나 역시 매력적인 이야기를 꾸며주는 양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탠리큐브릭의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시각적 요소의 탁월함과 현란함은 그 자체로도 매료될만한 마법을 지니고 있다.

개미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진격하는 장면이나 참호 속을 시찰하는 장면은 유사한 장면의 연출에 있어 고전으로 남을만한 – 또는 지금 재탕을 해먹어도 여전히 매력적일만한 – 표본으로 남을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물론 지나친 비주얼함이 극의 집중에 방해가 될 만도 하나 적어도 개인적으로 그로 인해 내러티브를 따라가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반전(反戰)영화로 자리매김하였고 프랑스 군인에 대한 – 또는 군대 체제에 대한 – 신랄한 시각으로 말미암아 1975년까지 프랑스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는 이 작품은 큐브릭의 영화이력의 이정표로 인정되고 있는 역작이다. 그의 개인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작품일 수도 있는데 영화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배우 Susanne Christian 은 그의 평생의 반려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최대의 격전지였던 서부전선에서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던 Broulard 장군은 개인영달을 위해 가능성 없는 개미고지의 점령을 명령하고 Dax 대령은 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부하들의 피해를 뻔히 알고도 진격명령을 내린다. 일부 부하들이 진격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진격은 막대한 피해만 남긴 채 실패한다. 분노한 Broulard 장군은 희생양을 위해 무고한 사병 셋을 군사법정에 회부한다.

전직 변호사였던 Dax 대령은 그들을 변호하지만 법정에는 기소장도 없었고 증거제출도 거부한 채 사병들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그 와중에 Broulard 장군의 용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명령이 양심적인 장교의 고백에 의해 밝혀지지만 군부는 사형언도를 취소 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내용을 Broulard 장군의 축출에 활용한다. 이러한 더러운 암투에 Dax 대령은 진저리를 치지만 부하사병들이 포로로 잡힌 한 독일소녀의 노래에 나지막한 허밍으로 동참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다.

명백히 잘못된 명령임에도 이에 복종하였으나 이내 부하들을 감싸기 위해 희생양을 자처한 Dax 대령의 캐릭터는 선과 악의 명확한 이분법보다는 고뇌하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나약한 인간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그럼에도 말미부분에 암시되는 새로운 희망은 약간 작위적인 면이 없잖다. 차라리 부하사병들이 독일소녀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기보다는 그녀를 더 그악스럽게 약 올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위와 아래에서 모두 배신당하는 Dax 대령의 모습이 더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The Sand Pebbles

Sound Of Music 으로 유명한 Robert Wise 감독이 Richard McKenna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Sound Of Music 을 제작한 이듬해인 1966년 만든 반전(反戰)영화이다. 시대는 1926년 혼란기의 중국에 정착 중인 San Pablo 라는 군함 – 선원들은 이 이름 대신에 조약돌이란 뜻의 Sand Pebbles 라고 부른다 – 에 배속된 Jake Holman(Steve McQueen)은 군인정신 투철한 군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배의 엔진에만 관심이 있는 엔지니어를 자처한다. 여정 중에 만난 아름다운 여인 Shirley Eckert(Candice Bergen)에 연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사회적이고 냉소적인 성격 탓에 극 초반 더 이상의 로맨스는 진행되지 않는다.또한 이러한 그의성격 탓에 동료들 중에서도 유일한 친구는 Frenchy(Richard Attenborough)뿐이었고 함장인 Collins(Richard Crenna)와도 충돌을 빚곤 한다. 

193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화면에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는 중국의 혼란상을 배경으로 국민당 군인 등 중국인과 미군과의 갈등, Mailey라는 중국여인과 Frenchy 의 가슴 아픈 사랑, Jake 와 Shirley 와의 만남, Jake 의 억울한 누명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선상반란의 긴박감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극적긴장감을 유지한다. 영화는 표면상으로 중국인 폭도들의 잔인함과 Collins 함장의 강직한 군인정신, 또는 신사도를 대비시켜 자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으나 또 다른 이면에는 전쟁의 비참함과 부질없음을 깔면서 이 영화의 제작당시 자행된미국의 베트남 침공을 에둘러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헐리웃 주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감독과 작품 자체의 한계로 인한 타협으로 보이는데 Jake가 영화 말미 함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선교사를 두둔하며 자신에게는 맞서 싸울 적은 없다고 선언하는 부분에서 감독의 제작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극중 등장한 San Pablo 호는 실존했던 군함이 아니라 미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에서 쓰였던 미군전함 Villa Lobos 를 모델로 홍콩에서 제작된 것이라 한다. 당시까지 중미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아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 촬영되었다. Steve McQueen 은 이 작품에서의 호연 덕택에 생애 유일하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The Four Feathers

A.E.W Mason 이라는 소설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1939년 Zoltan Korda 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원작을 영화화한 네 번째 사례이자, 유성영화로는 첫 번째 만들어진 사례이다. 이후로도 TV 시리즈로 한번, 극장개봉작으로 또 한 번 영화화되었으니 총 여섯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비록 A.E.W Mason 이 헤밍웨이에 필적하는 훌륭한 소설가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소설이 여섯 번이나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작의 어떠한 매력요소가 이토록 영상작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그것은 영국의 제3세계에 대한 식민지 활동이 극에 달하는 1800년대 말에 대해 영국인들 – 또는 서구인들 – 이 느끼는 강한 향수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즉, 이 시기는 서구열강의 지도자로서의 영국이라는 위치, 이를 대변하는 영국인들의 강한 자긍심, 식민지 아프리카의 광대한 평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감 등 모험을 소재로 하는 소설이나 영상이 추구하여야 할 매력요소가 이 시기에 골고루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기병대 장교이기도 했던 감독 Zoltan Korda 는 수단의 수도 카르툼을 둘러싸고 영국군과 마흐디(Mahdi는 구원자 또는 영웅을 의미하며 실제 이름은 무함마드 아흐마드)가 이끄는 반란군(?) 간에 벌어졌던 실제전투을 실제 전투 장소에서 실제 전투에 참가했던 양쪽의 병사까지 일부 써가면서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을 연출하여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촬영기법은 이후 수많은 전쟁영화에서 답습되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인 <네 개의 깃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깃털은 겁쟁이를 상징한다. 주인공 Harry Faversham 은 영국군 장교로 수단으로의 파견을 얼마 두지 않은 시점에 불쑥 군을 떠나고 만다. 남은 친구 셋은 그를 겁쟁이로 간주하고 그에게 깃털 세 개를 보낸다. 남은 하나는 그의 약혼녀의 불신을 상징한다(1939년 작에는 약혼녀가 그에게 깃털을 주지 않았지만 2002년 작에서는 직접 준다). 바로 이 대목이 영화가 드라마의 형식으로써 가져야 할 기본갈등을 이루고 있다.

39년 작을 보면 Faversham 은 어릴 적부터 시를 읽기 즐겨하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군인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의 강권에 따라 억지로 군에 입대했을 뿐이다. 수단파견의 시점에 공교롭게 그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는 미련 없이 군을 관두고 만다. 반면 2002년 작에서는 집안의 강요는 동일한 설정이되 Faversham 의 아버지도 사망하지 않았고 다만 주인공은 약혼녀와의 결혼, 그리고 정말 수단파견이 겁이 나서 군을 그만두는 설정이다. 결과적으로 설득력 측면에서는 39년 작이 보다 설득력이 있고 2002년 작은 이후의 어설픈 드라마 전개의 원죄로 작용한다.

영화가 계속 이어지려면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든 겁쟁이라는 비난에 반응하여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원작의 가장 어설픈 설정일 수도 있는데) Faversham 은 비난을 무시하는 대신 한 맺힌 깃털 세 개를 들고 수단으로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는 전쟁 중에 눈이 먼 그의 친구 John 과 감옥에 수감된 나머지 친구들을 구하고 결국에는 카르툼 요새를 수복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린다. 참 의아한 게 결국 친구들이 그런 곤경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가 수단으로 갔어야 할 의의가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가다보니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고 그래서 영웅이 된 빈약한 개연성의 설정이다. 특히 2002년 작에는 Faversham 을 돕는 원주민이 등장하는데 그를 돕는 이유가 다만 신의 뜻이라고 말해 관객을 의아하게 만든다.

이상에서 간단히 알아본 극의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작을 포함한 이 영화들은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철저히 지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주인공은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1930년 작) 에 등장하는 국수주의 부르주아들처럼 조국을 위해 몸 바치라는 허세에 반감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반전(反戰)적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깃털 세 개의 치욕을 씻기 위해 군인들보다 더 뛰어난 활약으로 제국주의 영국의 명예(?)를 수호한다.

에르제의 유명한 만화 캐릭터 땡땡이 콩고에서 그랬듯이 그들은 열등민족에 대한 보호자적 지배를 당연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점이 이 영화가 지니는 명백한 한계이다. 때문에 언제까지 제국주의적 관점을 당연시할 수 없었던 2002년 작은 어설프게도 John 의 연설을 통해 Faversham 의 행동이 조국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정을 위해 그러했노라고 변명을 한다. 어쩌면 여전히 이슬람을 적으로 몰아세워 난도질을 하는 다이하드 유의 액션물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심연에 자리 잡고 있는 Power of One 과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백인 선지자의 역할은 놓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이 작품이 또다시 영화화될 적에는 또 어떠한 핑계거리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Silver Streak

Jim Carrey 가 90년대를 대표하는 코미디언이라면 Gen Wilder 는 70년대를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하여도 어색하지 않다. 멜브룩스, 우디알렌 등 당대의 코미디 대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였던 그는 상업성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Jim Carrey, 또는 다른 이전/이후의 코미디언보다도 행운아 내지는 실력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Jim Carrey 도 생각 없는 코미디 몇 편을 찍은 후에는 The Truman Show, Man On The Moon 등을 통해 품격을 높이고 있지만). 여하튼 이 곱슬머리에 엄청 큰 코, 그리고 토끼눈처럼 동그란 파란 눈동자의 이 사나이가 1976년 골라잡은 작품은 Love Story 의 감독 Arthur Hiller 가 메가폰을 잡은 코미디 블록버스터 Silver Streak 이다. 단지 지루해지고 싶어서 비행기 대신 기차를 골라잡은 George Caldwell(Gene Wilder)은 뜻하지 않게 Hilly Burns(Jill Clayburgh)과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한참 무드가 무르익을 무렵 창밖으로 떨어지는 시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그의 ‘지루했으면 했던’ 기차여행은 비행기 여행이 비할 바가 안 되는 익사이팅한 모험으로 변신한다. 같은 기차에서 무려 세 번이나 밖으로 떨어지는 불운을 겪지만 굴하지 않고 ‘악의 세력’을 몰아내는 그의 모습은 제임스 본드가 지닌 불굴의 정신을 연상시킨다. 적당한 미스테리, 자못 심각한 스턴트액션, 그리고 진와일더 특유의 유머코드 등이 잘 결합되어 시간가는 것을 별로 못 느끼게 만드는 웰메이드 액션스릴러코미디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