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5년 01월 15일

Faith

File:George Michael - Faith.png
By Sony Music Hong Kong, Fair use, Link

퇴근길에 Faith를 버스 안에서 들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이건 그냥 George Michael 베스트 모음집인데?”였다. 수록곡 한곡 한곡이 이미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인데다 각각의 장르도 다양하여 어떤 댄스 듀오에서 막 솔로로 활동을 시작한 가수의 데뷔 앨범이라기보다는 관록을 쌓은 거장 뮤지션의 베스트 앨범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뛰어난 상업적 성과와 전반적인 음악적 호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음악에 대해 엄숙함을 추구하는 비평가의 평가절하에 질린 나머지 그 다음 앨범의 제목을 Listen Without Prejudice라고 정할 만큼 편견에 시달렸던 조지마이클은 이미 왬 시절에도 솔로 시절에도 그렇게 완성형 뮤지션이었던 것이다.

1987년 11월에 발매된 이 앨범은 사실 내게는 아직도 80년대 앨범이라기보다는 90년대 앨범의 느낌이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부터 인기를 얻었던 블루아이드쏘울, 빠른 템포의 R&B, 심지어 New Jack Swing의 분위기가 이미 이 앨범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도 이 앨범은 시대를 앞서 90년대 음악 조류를 예언한 앨범이라는 느낌도 든다. 특히 패션에 있어서도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조지의 청바지 패션은 80년대의 그것이라기보다는 90년대를 지향하는 패션에 – 80년대말 슈퍼밴드 Bros의 패션과 유사한 느낌 –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80년대를 마무리하고 90년대를 예언하는 앨범의 느낌이다.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의 Bros

조지는 앨범의 모든 곡을 – David Austin과 공동으로 작업한 Look at Your Hands를 제외하고는 – 혼자서 작곡하고 프로듀스했다. 또한 다양한 악기도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곡들의 느낌은 왬 시절의 유쾌함과 캐치함을 유지하면서도 앞서 언급했듯이 R&B, 훵크(funk), 쏘울 장르가 가미되면서 왬과의 차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앨범에서는 Faith를 비롯해 무려 네 개의 빌보드핫100 1위곡이 배출되었다.(그러니 베스트앨범일 수밖에) I Want Your Sex는 비록 1위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 차트 2위 기록 – 당시 그 노골적인 제목과 섹시한 뮤직비디오 덕분에 많은 화제를 뿌린 곡이다.(그리고 JYP가 이 아우라를 따라하려했다)

넷플릭스에는 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올라와 있다. 그때 누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 역시도 “왜 조지는 계속 앤드류와 그룹 활동을 이어갈까”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다큐를 보면 그 의문이 풀린다. 끊임없이 음악적 평가절하에 시달렸고 결정적으로 동성애적 성향을 숨긴 채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조지에게 음악적으로나 –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이었지만 – 우정으로 기댈 수 있었던 기둥이 앤드류였다. 유일하게 앤드류에게 고백했던 그의 동성애 성향은 솔로 시절에도 감춰야 했고 오히려 이 앨범에서 마초적 이성애 남성의 성향을 더 드러냈다는 점이 그 시절 조지에게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저 세상에서 편히 쉬시길

Side one

1. “Faith” 3:16
2. “Father Figure” 5:36
3. “I Want Your Sex” (Parts 1 & 2) 9:17
4. “One More Try” 5:50

Side two

5. “Hard Day” 4:48
6. “Hand to Mouth” 4:36
7. “Look at Your Hands” 4:37
8. “Monkey” 5:06
9. “Kissing a Fool”

I Like Chopin

Gazebo - I Like Chopin.jpg
By The cover art copyright is believed to belong to the label, Baby, or the graphic artist(s). – https://www.discogs.com/release/198855-Gazebo-I-Like-Chopin/images, Fair use, Link

이탈리아의 싱어송라이터 Gazebo가 그의 이름으로 내놓은 첫 번째 스튜디오앨범의 수록곡이자 같은 해 싱글로 발매된 I Like Chopin은 명실상부한 뮤지션의 최고의 히트곡이다. 이곡은 영미권 차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본국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도 인기를 얻었는데 일본에서는 오리콘차트 9위까지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공인된 팝차트가 없었기에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1

‘스테레오 음악의 특징이란 이런 것이란다’라고 설명이라도 하듯이 좌우로 엇갈려 들려주는 캐치한 신디싸이저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노래 제목에서도 익히 알 수 있듯이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프레데리크 쇼팽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제보의 2004년 이탈로디스코와의 인터뷰에서 “피아니스트 쇼팽의 작품과는 상관이 없어요. 쇼팽을 제목으로 취한 것은 쇼팽과 그의 연인 조르쥬 상드2와의 기이하고 고통스런 관계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런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상드의 헌신적인 간호에 쇼팽은 차차 회복했다. 그리고 그동안 준비해 왔던 24개의 전주곡을 마침내 완성했으며, 폴로네이즈 제4번 op.40-2, 스케르초 3번 op.39, 마주르카 등 많은 곡을 이곳에서 만들었다. 특히 빗방울 전주곡의 탄생은 유명하다. 상드가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내를 나갔다가 폭우를 만났다. 둑이 무너지고 다리가 떠내려갔다. 상드가 탄 마차가 수렁에 빠지자 마부는 달아났고, 장장 12킬로를 6시간 걸어서 맨발이 피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상드가 집에 도착했을 때 쇼팽은 눈물을 흘리며 이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상드를 본 쇼팽의 첫마디는 “죽은 줄 알았어. 죽은 줄…….”[쇼팽 옆에 상드가 있었다, ‘빗방울 전주곡’의 주인공]

한편 이곡의 작곡은 피에루이지 지옴비니(Pierluigi Giombini)라는 작곡가가 담당했고 가사는 가제보 자신이 직접 썼다. 앞서 인용한 인터뷰에서 가제보는 이곡에 대해 “10대 때부터 저와 함께 작업한 피에루이지와 팀을 이뤄 만든 곡이예요. [중략] 너무 좋아서 첫 앨범에 넣겠다고 90%는 확신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히트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어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역시 천재들은 10대 시절부터 그 싹이 트나보다.

이곡은 여러나라의 뮤지션이 커버하기도 했다. 1984년 일본의 가수이자 배우인 아사미 고바야시(小林麻美)는 ‘빗소리는 쇼팽의 음악(雨音はショパンの調べ)’이라는 제목으로 이 곡을 일본어로 커버하기도 했었다. 가사는 유명한 시티팝 뮤지션 마츠토야 유미(松任谷 由実)가 써주었다고 한다. 곡은 일본에서 오리콘차트 1위에 3주간 머무르는 등 오리지널보다 더 인기를 얻었다. 특이하게도 1985년에는 Serg Minaev라는 소련 뮤지션이 커버하기도 했었다.


  1. 8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팝음악은 특이하게도 영미권 팝과 더불어 Joy의 Touch By Touch랄지 Modern Talking의 You’re My Heart, You’re My Soul 등 유로댄스 장르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곡 역시 그러한 영향을 받아 인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2. 조르주 상드(프랑스어: George Sand, 문화어: 죠르쥬 쌍드, 1804년 7월 1일 ~ 1876년 6월 7일)는 자유 분방한 연애로도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이다. 본명은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Amantine Lucile Aurore Dupin)이다

Controversy

Prince looking towards the viewer, with front pages of "The Controversy Daily" newspaper behind him, mentioning various headlines.
By Prince / Warner Bros. Records – https://albumartexchange.com/coverart/gallery/pr/princealiasgroup3_controversy_8ug9.jpg, Fair use, Link

Controversy는 미국의 뮤지션 프린스가 1981년 10월 14일 워너브로스 레코드사를 통해 내놓은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한 트랙을 제외하고는 모든 곡을 프린스 본인이 만들고 프로듀스했다. 또한 녹음할 때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연주했다. 앨범은 빌보드 R&B 앨범 차트에 3위까지 올랐고 미국음반산업협회는 플래티넘을 인증했다. 이 앨범은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린스가 처음으로 보라색을 그를 상징하는 색깔로 내세운 앨범이기도 하다.

앨범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트랙 Controversy는 곡의 시작에서부터 앨범의 주제를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I just can’t believe all the things people say
Controversy
Am I black or white?
Am I straight or gay?

또한 곡 후반에는 운율을 가지고 장난치는 이런 재치 있는 가사도 등장한다.

People call me rude
I wish we all were nude

세 번째 트랙 Do Me, Baby는 팔세토 창법에 가까운 보컬로 부르는 전형적인 슬로우템포의 사랑 노래다. 노골적으로 가사와 창법 –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계속 나오는~ – 에서 성적(性的)인 관계를 갈구하는 노래다.

네 번째 트랙 Private Joy는 “나의 장난감(my toy)”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곡인데, 우리는 그 장난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다섯 번째 트랙 Ronnie, Talk to Russia는 프린스의 곡중에서는 특이하게도 현실 정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당시 핵전쟁의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소비에트와 전쟁이 아닌 대화를 하라고 조언하는 내용이다. 사실 당시는 냉전에 대한 위기가 여느 때보다 많이 고조되어 있는 시기였기에 많은 뮤지션들이 이에 관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곳은 여섯 번째 트랙 Let’s Work다. 소위 너풀너풀 거리면서도 연한 보라색의 의상을 입은 밴드가 연주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프린스식 펑키(funky)함이 잘 표현된 댄스트랙인데, 마이애미바이스에서 파티의 한 장면에 연주되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 Jack U Off는 데이트하는 여성에게 자위기구가 질렸다면 대신 자위행위를 해줄 수도 있다는, 끝까지 선명하게 섹스에 관한 관심을 잊지 않고 있는 라카빌리 스타일의 댄스곡이다. 이 부분이 재밌는 가사다.

If you really, really want to be a star
We gotta do it in your momma’s car

이 앨범을 내놓은 다음해에 프린스는 1999를 내놓는데 보다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이로 인해 그는 단순히 R&B 차트에서 노는 섹스중독자가 아닌 전국구의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