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light

A multicolored monochrome close image of Chiron (Portrayed by Alex Hibbert, Ashton Sanders, and Trevante Rhodes), in three different stages of his life, as a child, teenager, and young adult. Accolades and excerpts of text from film reviews can be seen in the poster. The film's tagline reads "This is the story of a lifetime".
By https://a24films.com/films/moonlight/, Fair use, Link

지난 주말에 봤는데 흑인 판 왕자웨이(王家衛)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 직접적으로 생각나는 영화는 해피투게더였고 그 외 이런저런 부분이 왕자웨이식 미장센이 연상되었다. 모든 배우가 흑인이었고 공간적 배경도 마약을 거래하는 정말 찐위험한 동네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흑인이나 마약 관련 영화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은, 심하게 말해서는 파스텔 톤의 느낌의 영화였다. 어린 샤이론(Chiron)을 돌봐주던 후안이 마약상이었고 성인이 된 샤이론이 마약상이 됐음에도 그들에게서는 악인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이건 이를테면 유색인종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정당성 부여 기제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애초에 영화를 계속 그런 톤으로 끌고 온 연출 의도에 따른 느낌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나의 몸에 손댄 것은 너뿐’이라는 샤이론의 고백도 그가 소년원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젊은 여성 혼자 살면서 아무런 위기감도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느낌과 유사했다. 샤이론 연기는 청소년 시절의 샤이론 배우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카에타노 벨로소(Caetano Veloso)의 노래가 나와서 반가웠다.

몽콕하문(旺角下問, 1987, 한국 개봉명 열혈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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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Tears Go By” by scanned from the DVD cover. Licensed under Wikipedia.

기억력이 나쁘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나쁜 점은 뻔한 거고그것이 내가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다). 예전에 본 영화를 또 봐도 신선하다는 점이다. 몽콕하문이 바로 그 경우인데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기억이 나지 않아 내 머리를 탓하면서도 재밌게 보았다. 이제는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는 왕가위(또는 왕자웨이)의 1987년 데뷔작으로 몽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양아치들의 삶과 의리(?)를 다룬 영화다. 중경삼림에서 많은 이들을 매혹시켰던 스타일리쉬한 화면이 약간은 조악한 형태로 선보이는데 특히 유덕화가 날계란을 까먹던 깡패를 난도질하는 장면이유명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홍콩에서 유행하던 독특한 형태인 홍콩 느와르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독특한 표현방법을 통해 홍콩 반환을 눈앞에 둔 홍콩시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였다는 평을 얻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홍콩시민들은 장만옥을 포기하고라도 장학우를 끝까지 감싸던 유덕화의 모습에서 자신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줄(또는 줬으면 하는)중국 본토의 모습을 투영시켰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80년대 말 홍콩 느와르의 직선적이고 약간은 유치한 스토리, 나름 신선한 신디사이저를 주조로 하는 배경음악(The Berlin 의 Take My Breath Away의 번안곡이 꽤 길게 나옴), 주인공들의 80년대 패션(순백 셔츠를 입고 다녀도 부끄럽지 않던 시절) 등오랜만에 홍콩영화 레트로의 매력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장국영 주연의 두 영화

주말에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두 작품을 감상하였다. 관금붕 감독의 인지구와 왕가위 감독의 Happy Together. 하나는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나마 이루기 위해 자살했던 한 여인(매염방)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고스트스토리였고, 다른 영화는 아휘(양조위)와 보영(장국영)이라는 두 홍콩 젊은이들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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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gefilm”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tieba.baidu.com/p/1484558002. Licensed under Wikipedia.

두 작품 모두에서 장국영은 책임감 없고 우유부단한 연인으로 등장한다. 선천적인 꽃미남 장국영은 어쩔 수 없이 귀티 나고 연약한 인상 탓인지 대개의 배역이 이런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영웅본색에서는 범죄에 몸담은 형 때문에 괴로워하는 강직한 형사로 등장하였을 뿐이다. 매염방과 장국영의 기구한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덕분에 인지구는 보다 감정이입이 쉽게 될 수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은 되는 영화였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천재연기자의 생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배역 그 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연기자들에게도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 둘이 생전의 깊은 인연만큼이나 내세에서도 잘 지내고 있을는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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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gether poster” by http://www.moviegoods.com/movie_poster/happy_together_1996.htm. Licensed under Wikipedia.

이에 비해 Happy Together 는 생각만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우선은 나의 성(性)취향과는 관계없는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수도 있겠지만 왕가위 감독 특유의 스타일 위주의 극진행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했던 것 같다. 여전히 그는 스타일리쉬하긴 하지만 극의 깊이감에 있어 2% 모자란 무라카미하루키 유의 팝아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중경삼림보다도 더 적은 에피소드로 더 깊은 사유를 강요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어쩌면 현실적인 연인관계가 필연적으로 배태하고 있는 상실감에 대한 영화였다.

요컨대 장국영은 어느 영화에서든지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배우였다. 얼굴 그 자체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할까? 이런 면에서 그는 분명 홍콩영화의 큰 별이었다. 매염방과 장국영, 두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