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p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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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ttp://kudo-shunsaku.blog.so-net.ne.jp/2007-02-12, Fair use, Link

“Shipbuilding”은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가 작사하고 클라이브 랭거(Clive Langer)가 작곡한 노래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중에 쓰인 이 노래의 가사는 전쟁으로 인해 클라이드사이드(Clydeside), 머지사이드(Merseyside), 벨파스트(Belfast) 등 전통적인 조선업 지역에 번영이 돌아올 수 있지만, 이 지역의 아들들을 전쟁터로 보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클라이브 랭거에 따르면, 그는 로버트 와이어트(Robert Wyatt)를 위해 곡을 썼지만 자신이 쓴 가사에는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랭거는 한 파티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에게 이 곡을 들려주었고 , 며칠 만에 코스텔로는 자신이 “지금까지 쓴 최고의 가사”라고 묘사한 가사를 완성했다. 엘비스도 직접 불렀던 이 곡의 로버트 와이어트(Robert Wyatt) 버전은 원래 1982년 8월 20일 Rough Trade에서 싱글로 발매되었지만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1983년 4월 22일에 재발매되었고 영국 싱글 차트에서 35위를 기록했으며 Rough Trade가1 영국 Top 40에 처음으로 진입한 사례가 되었다.

It’s just a rumour that was spread around town
A telegram for a picture postcard
Within weeks they’ll be reopening the shipyard
And notifying the next of kin once again
It’s all we’re skilled in
We will be shipbuilding
그저 마을에 퍼진 소문일 뿐이야
마치 그림엽서에 적힌 전보 같은 이야기지
몇 주 안에 조선소가 다시 문을 열고
유가족들에게 또다시 소식을 전하게 될 거야
우리가 가진 기술이라곤 그게 전부니까
우린 배를 만들게 될 거야


  1. 모리세이는 그의 전기에서(153쪽) 러프트레이드가 스미쓰와 계약하기 전까지는 로버트 와이엇이 그들이 보유한 전형적인 팝스타의 이미지였다고 다소 냉소적으로 회상했다 ↩

최근에 본 몇개의 영화 단평

Drive My Car movie poster.jpeg
By Bitters End – https://thefilmstage.com/first-look-at-ryusuke-hamaguchis-haruki-murakami-adaptation-drive-my-car/, Fair use, Link

OTT를 최근 넷플릭스와 와챠로 옮겼다. 옮긴 김에 어떤 영상이 있는지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나중에 볼 영상 찜하느라 시간을 좀 보냈는데, 오랜만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게 구석구석을 뒤져서 ‘희귀한’ 비디오를 발견하는 듯한 재미를 느꼈다. 넷플릭스에는 없었던 – 또는 내가 그동안 찾지 못한 – 영상이 몇 개 있었는데, 예를 들면 동경러브스토리, 리포맨, 4차원의 난장이 E.T., 아푸 3부작 등을 발견했다. 아무튼 그 와중에 이번 달 압축적으로 꽤 많은 영화를 몰아서 본 것 같다. 그래서 여기 단평을 남긴다.

코드명 J (1995)

윌리엄 깁슨의 단편 소설 《메모리 배달부 조니》를 원작으로 하는 사이버펑크 계열의 영화다. 마침, 영화를 보기 몇 주 전에 오랜만에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다시 읽었기에 그 기분의 연장선상에서 넷플릭스를 끊기 며칠 전에 감상했다. 영화의 원제는 소설의 원제와 같은 《Johnny Mnemonic》인데 우리나라 출시 명은 뜬금없이《코드명 J》로 바뀐다. 좀 어이없는데 암튼, 호불호가 있는 영화인데 결국 윌리엄 깁슨 팬이라면 나름 즐기며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는 너무 어색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2023)

아내가 왓챠에 재밌는 영화가 있다고 추천해 줘서 왓챠에서 처음 본 영화다. 아무 정보 없이 본 이탈리아 영화인데 2023년 만든 영화인데도 2차 대전 직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흑백 필름에 주인공인 여성이 남편에게 수시로 폭력을 당해 《자전거 도둑》 유의 좀 짜증 나는 리얼리즘 영화인가 했더니 의외로 코믹한 연출도 있어 그리 많이 짜증 나지 않으면서 보았다. 결국 신파조로 흘러가는 듯한 고통받는 여성의 삶이 막판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통해 희망을 찾게 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큰 이 영화의 매력이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025)

트위터에서 다들 재밌다고 하는데 사실 디카프리오의 청승맞은 모습이 포스터여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화장실에 갈 때는 제외하고는 거의 멈춤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정주행했다.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가 괜찮으면서도 어딘가 현학적인 냄새가 났는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 없이 직관적으로 캐릭터들에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허공에의 질주》에 대한 21세기 변주라는 느낌도 들었고, 희망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희미하게라도 미소를 지을 것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노예 12년 (2013)

이 영화는 쿠팡플레이에서 봤다. 솔로몬 노섭이라는 실존 인물이 북부에서 자유인으로 살고 있다가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남부로 갔다가 노예로 팔리며 12년 동안 죽을 고생을 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는 것도 고통스러워 한 며칠간 안 보다가 다시 보기도 했다. 극 중간에 노섭이 백인 관리의 린치로 나무에 목이 묶인 채로, 발끝으로 서서 며칠을 버티는 장면이 압권인데 거기서 며칠 감상을 쉬었다. 이 영화를 흑인에서 백인으로 인종을 바꾸고 SF적 요소를 가미하면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이 된다.

국제첩보국 (1965)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첩보물 3부작인 렌 데이턴 원작의 해리팔머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데 얼마 전에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게 되어 처음 스크린으로 감상하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스파이 세계의 환상을 그대로 소설과 영상에 옮긴 작품이라면 이 해리팔머 시리즈는 ‘노동계급 스파이’라는 설정의 안티히어로물이다. 당시 영국 영화계의 대세 배우인 마이클 케인이 해리 팔머 역을 맡아 삐딱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지닌 스파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존 배리의 서늘한 멜로디의 사운드트랙도 극의 분위기에 크게 기여했다.

드라이브마이카 (2021)

개저씨 없는 – 오히려 심히 심약한 성격의 일남 – 홍상수 영화 보는 느낌. 그 와중에도 물론 원작자 하루키 스타일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타르코프스키가 《솔라리스》에서 미래주의적 분위기 연출을 위해 도쿄의 고가도로 드라이브 장면을 찍었다던데 그 장면이 연상되는 드라이브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이 눈이 시원해지면서 인상적이다. 차는 현대인에게 이동의 수단이면서 대사 연습의 공간이자 진실한 대화의 장소다. 여담으로 히로시마에서 홋카이도까지 차로 가면 그 비싼 민자도로 통행료랑 뱃삯이 얼마였을지 궁금하다.

플란다스의 개 (2000)

봉준호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 오랫동안 그 영화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 마치 그 영화를 진작 봤다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는데 어렴풋이 이 영화도 그런 영화. 백수 생활이 짜증 나는 와중에 아파트 내에서 짖어대는 개 때문에 짜증이 증폭되는 남주의 좌충우돌과 이 남주와 희한하게 동선이 겹쳐 같이 어울리는 여주에 관한 이야기다. 정말 단편 정도로 그칠 소재를 멱살 잡고 장편으로 만들어 극장 개봉에까지 성공했다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실력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연기는 어설펐고 남주 아내 역의 배우가 가장 연기가 좋았다.

알제리 전투 (1966)

폴 토마스 앤더슨《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만들며 레퍼런스로 중요한 영감을 얻었던 작품으로 언급한 영화다. 제국주의 일타강사 프랑스에서는 금기시되는 치욕의 역사인,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독립 과정을 다큐멘터리 찍듯이 만들어서 당시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작품이다. 지금 다시 봐도 형식이나 연출 기법이 고루하지 않다. 이 의사(擬似) 다큐 형식의 연출은 그 뒤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오늘날 유럽이 왜 제삼세계 인민의 집단이민으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 역사적 링크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메트로폴리스 (1927)

개인적으로는《플란다스의 개》처럼 보지는 않았으나 여태 봤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영화였다. (아니면 봤어도 까먹었을 수도 있고) 암튼 최초의 SF영화라 할 수도 있고, 최초의 계급투쟁 영화라 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엄청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도시 풍경에 대한 묘사 하나만 놓고도 할 말이 너무 많은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마리아. 배우가 너무나 극명한 두 명의 캐릭터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내서 깜놀. 연기력, 춤솜씨, 그리고 특히 어떻게 양쪽 눈을 그렇게 차이 나게 뜰 수 있는지 감탄하였다.

난징! 난징! (2009)

조금 전에 막 감상을 끝낸 이 글의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다. 일본의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중국 영화다. 요즘 만들어진 중국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연출이 예상보다 차분해서 좀 의외였다. 대학살이라는 잔혹한 역사에 비해 오히려 톤이 좀 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흑백으로 만든 것도 그런 의도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제리 전투의 존재를 부정하는 프랑스처럼 일본도 난징 대학살의 존재를 외면한다. 제국주의 전통(!)을 지닌 국가가 이 모양이니 세계평화가 요원한 것이다.

Battle Beyond the Stars

스타워즈(1977)와 ‘7인의 사무라이’(아니면 이 영화를 패러디한 ‘황야의 7인’)을 짬뽕하여 철저히 흥행을 노리고 만든, 그러나 참 심심한 작품. 제작 로저 코먼 프러덕션, 시나리오 존세일즈, 미술감독 제임스카메론, 조지페파드(A특공대의 맏형)와 로버트본(‘황야의 7인’에도 출연했던)의 쌍끌이 조연 등 나름대로 호화진용이었다. 하지만 음악에서부터 너무 스타워즈를 베낀 티를 역력한데다 전투장면은 왜 그리도 어둡고 두서없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정적으로 주인공 Shad 역을 맡은 리차드토마스는 정갈하게 머리빗은 70년대 회사원풍의 가녀린 외모를 하고서는 어찌 그리 죽도 못먹은 사람마냥 힘없이 연기하는지 보는 사람이 지루할 정도이다.(뺨에 점은 또 왜 그리도 커보이는지) 다만 네스토라 불리는 외계인 캐릭터 설정은 나름 볼만 했다. 그러나 어쨌든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노린 이 작품은 로저 코먼이 80년대 내놓은 영화중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남겼다고 한다.

Secret Agent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파이물 3부작(39Steps, Sabotage) 중 하나로 간주되는 작품.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적국의 스파이 색출과 제거의 임무를 맡은 세 명의 스파이가 스위스로 파견된다. 하지만 현지 역락책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적국의 스파이로 의심되는 이를 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했지만 그는 무고한 사람으로 밝혀진다. 이에 따라 자기들 내부적으로 갈등이 커진다. 한편 진짜 스파이는 연합국의 적국인 터어키의 콘스탄티노플 행 열차에 몸을 싣고 이들은 그를 쫓아 열차에 오른다. 눈에 띌만한 액션이나 미스터리 없이 스파이물답지 않은 다소 긴장감 없는 작품이어서 히치콕의 작품 중에서도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작품이다. 살인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이로 인해 스파이들 간에 갈등이 생긴다는 설정은 나름 이채롭지만 그리 큰 설득력이 없다. 다만 이러한 설정 때문에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스파이물을 가장하였으되 실은 반(反)스파이물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The General

각종 소품의 활용에 있어 천재적인 솜씨를 지닌 Buster Keaton 이 기차를 가지고 화려한 마법을 펼친 1927년 산 작품이다. 1924년 또 하나의 걸작 The Navigator에서 배를 활용하여 극적효과를 극대화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 Buster Keaton 은 남북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한 사건을 소재로 하여 이 초유의 액션 영화를 창조하였다.

기관차 General 의 기관사인 Johnny Gray(Buster Keaton)는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군대에 지원하려 하지만 기관사로서의 역할이 더욱 쓸모 있다는 징병기관의 판단에 따라 지원을 거부당한다. 거부사유를 모르는 Johnny 는 이 사실로 인해 애인 Annabelle Lee 에게 조차 겁쟁이로 비난받는다. 어느 날 Johnny는 Annabelle까지 탄 기차를 몰고 가는데 북군 첩자들이 이 기차를 Annabelle 을 인질로 삼은 채 탈취한다. Johnny 는 홀로 그들을 추격하고 여러 아찔한 상황을 맞으며 마침내 남군 지역으로 기차를 가져오고 북군의 습격계획까지 알리는 등 공을 세운다. 당연히 오해가 풀린 애인과의 입맞춤으로 해피엔딩.

Buster Keaton 은 Charlie Chaplin 과 비교할 때 정치적 올바름이랄지 페이소스랄지 하는 보다 심오한 부분에서는 뒤쳐질지 몰라도 그것이 그의 천재성을 폄하시키지는 못한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기가 막힌스턴트 – 모든 스턴트는 그가 직접 하였다 – 와스펙터클한 장면의과감한 도입 등- 열차가 다리로 떨어지는 장면은 실제 열차로 찍었는데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제작비가 들었다 한다 –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낸 그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한영화적 상상력은 이후 수많은 영화인들의 교과서가 되었기 때문이다(그의 절대 팬인 성룡을 비롯하여).

La jetée

영화라기보다는 한편의 영상소설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여인의 잠자리 장면이 잠깐 동영상으로 비춰지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면이 흑백 스틸컷으로 처리된 과감한 형식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또 장르는 SF다.  서로간의 증오로 인해 지구를 파괴해버린 그 어느 미래.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는 세상에서 과학자들은 과거와 미래로 가서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 그 통로는 사람들의 꿈. 과학자들은 선택된 죄수들 중에서 그 임무를 수행시키려는 실험을 진행시키고 주인공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그 임무를 수행한다. 그 임무 중에 만난 과거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자신들의 세계로 오라는 미래의 인간들의 제안을 무시하고 과거로 돌아가 그녀와 재회하려 한다.  슬프기 그지없는 라스트신을 간직한 이 영화는 테리 길리엄에 의해 12Monkeys 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

African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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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right 1952 United Artists Corp.” – Scan via Heritage Auctions. Cropped from original image., Public Domain, Link

생각해보니 물에서의 모험을 다룬 영화만 해도 하나의 계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Mutiny On The Bounty’, ‘Dead Calm’ 등 바다에서의 모험을 다룬 영화도 꽤 되거니와 이 작품을 비롯하여 ‘Deliverance’, ‘아귀레, 신의 분노’, ‘River Wild’, ‘Cafe Fear’ 강가에서의 모험을 소재로 한 영화도 나름대로 적잖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물이 영화제작에 주는 여러 가지 장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은 일단 공간을 한정시킴으로써 극의 밀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한정된 공간에 놓인 인간들은 하나의 사건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이는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 작품에서는 광산노동자 Charlie Allnut(Humphrey Bogart)과 선교사의 여동생 Rose Sayer(Katharine Hepburn)이라는 두 어울리지 않는 신분이 빚어지는 갈등과 애정이 낡은 통통배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말미암아 증폭된다. 또한 물은 평화와 공포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제공한다. 드넓고 조용한 물줄기는 평화스러우면서도 등장인물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급해지는 물살은 거대한 자연의 폭력성과 이에 수반되는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암시한다. 결국 이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결말은 흔히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결국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신분상의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1914년 독일 점령지역인 동아프리카에서 오빠와 함께 선교를 하고 있던 Rose 가 1차 대전에 휘말리면서 Charlie 와 함께 겪게 되는 모험담을 다룬 영화로 명장 John Huston 이 C.S. Forester 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로맨스와 모험, 그리고 애국주의가 적당히 뒤섞인 대중관객의 취향에 딱 좋은 작품이다.제국주의 강대국들의 덧없는 싸움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반성이나 애정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Humphrey Bogart 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Aguirre, der Zorn Gottes(아귀레, 신의 분노 : Aguirre, the Wrath of God)

마른 걸레를 짜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이다. 감독은 극한상황에 인간을 배치해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심하게 말해서 배우들에게 스페인의 잉카 정복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고 속이고 거친 숲속과 물가로 몰아내어 마치 실험쥐처럼 그 반응을 즐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마치 2001년작 Das Experiment 가 소재를 삼았다는 실존의 그 인간실험처럼 말이다. 실제로 영화해설을 찾아 읽어보니 주연을 맡은 클라우스 킨스키는 총으로 감독을 위협하며 촬영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까지 하니 배우들의 고생이 상상이 간다. 극에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이런 감정이 들었던 것은 정말 배우들의 고통이 뚝뚝 묻어나올 정도로 생생한 화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역동적이고 거친 화면은 이미 낙오되어버린 상태이면서도 그 안에서 정치놀음을 벌이는 구제불능의 인간군상을 여과 없이 비추고 있다. 클라우스 킨스키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이 지루한 강 여행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버팀목이다. 자신의 딸과 결혼하여 순수한 피를 유지하겠다는 독백 장면은 히틀러를 은유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개인적으로는 히틀러를 광기의 산물이라 보지 않기 때문에 감독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 간에 그러한 입장에 동조할 수 없다. 강가를 여행하며 겪는 모험담을 다룬 점에서 같은 해 나온 또 하나의 걸작 Deliverance 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후에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다. 어쨌든 감독 헤어조그는 같은 로케이션에서 이 위험한 짓을 10년 후 Budden Of Dreams를 통해 다시 한 번 자행하였으니 지독한 새디스트다.

VENUS戰記(Venus Wars)

Venus Wars Japanese poster.jpeg
By Shochiku – https://www.shochiku.co.jp/cinema/database/04270/, Fair use, Link

야스히코 요시카즈 감독/각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금성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많은 이들이 이주를 하여 살아가고 있는 어느 미래. 이 행성은 이스탈과 아프로디아라는 두 개의 자치구로 나뉘어져 있다. 아프로디아의 수도 이오에서 모터사이클 경기가 있던 어느 날 이스탈은 이오를 침략하여 하루 만에 아프로디아를 점령하고 만다. 반항기 많은 모터사이클 선수 히로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이스탈에 저항하고 우연한 기회에 저항군에 합류하게 된다. 스산한 이미지의 금성이 두텁게 묘사되고 있고 화면구성이 박진감 넘친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한 편.

Corto Maltese : La cour secrete des Arcanes

이유는 잘 모르겠다. 원제를 굳이 번역하면 ‘비밀의 정원’ 인데 실제 내용은 코르트 말테제의 다른 에피소드 ‘시베리아’이다.(내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여하튼 – 내가 틀렸으면 글을 나중에 수정할 일이고 – 이 작품은 우고 프라트의 유명한 만화 ‘코르트 말테제(Corto Maltese)’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를 2002년 영화화한 작품이다. 짜르의 황금을 실은 채 시베리아 철도를 오가는 열차를 탈취하기 위해 온갖 정치세력들이 모여들고 코르트 말테제 역시 중국의 한 정치집단 홍등과 함께 그 모험에 합류한다. 그의 오랜 친구 라스푸틴, 그리고 신비한 동양여인 상하이 리가 이 모험의 축을 이루고 시대착오적인 군벌지도자 웅게른 장군, 미스테리한 세미노바 공작부인 등이 비중 있는 조연을 꿰차고 있다. 주요군벌마다 잔뜩 무장한 기차를 몰며 전투를 벌인다는 박진감 있는 스토리가 큰 매력인데 우주선을 몰며 우주전쟁을 벌인다는 버전으로 만들어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다른 에피소드처럼 이번에도 역시 황금은 코르트의 차지가 되지 않지만 코르트는 언제나처럼 (약간은 유치한) 로맨스를 가슴에 간직한 채 또 다시 먼 길을 떠난다(상황설정이 그지없이 민망하지만 코르트에게는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음악도 멋있고 영상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