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rruption & 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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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aville – Power, Corruption & Lies (1983).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30 July 2021. Retrieved on 6 July 2022., Public Domain, Link

New Order가 아직 Joy Division이라는 너무나 두꺼운 껍질을 벗고 뉴오더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작품이다. 1983년 내놓은 그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앨범의 노래를 통해 뉴오더는 이언 커티스의 안타까운 운명을 뒤로 하고 살아 남은 자들의 삶은 지속된다고 여겼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는 점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트랙인 Age of Consent는 다소 생뚱맞게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하는 어린 누군가를 노래하는데 아마도 이언 커티스 및 조이디비전과의 결별을 선언하지 못하는 나머지 멤버들의 심정을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트랙에서는 We All Stand에서는 계속해서 “Life goes on and on”이라고 자조하듯 뇌까린다. 그런데 세 번째 트랙에서는 드디어 뉴오더 표 그루브가 등장한다. 가사도 “When a new life turns towards you And the night becomes the day”라고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

네 번째 트렉 5 8 6 에서는 일단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래 제목에서부터 일렉트로닉팝으로의 지향점을 밝힌 후 한참 이어지는 전주를 통해 80년대 신스팝, 더 나아가 하우스뮤직의 프론티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한다. “Yes, I heard you calling”이라는 가사에서 “너”는 아마도 새로 도래할 신스팝의 80년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노래 후반부에서는 “Can you hear me deep inside?”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너”는 이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뉴오더의 음악을 수용할 팬들을 가리킨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뉴오더의 새로운 음악을 들어달라고, 들을 자세가 되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는 낯익은 베이스 신디사이저음이 들린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변화가 두려웠는지 B면 첫 트랙, 즉 다섯 번째 트랙 Your Silent Face에서는 다시 예의 조이디비전 풍의 우울뽕짝의 포스트펑크로 회귀한다. 가사도 다시 수세적으로 바뀌었다. 이어 등장하는 여섯 번째 트랙 Ultraviolence. 제목부터 그렇거니와 다시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팝 분위기다. 거기에 인더스트리얼 냄새까지 풍긴다. 종을 잡을 수 없는 트랙 순서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종잡을 수 없음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질서로 거듭나기 위한 정반합의 몸부림인 것이다.

일곱 번째 트랙 Ecstacy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시피 밴드 멤버들의 마약 경험에 대한 음악이다. 들어봐도 딱 알겠다. 지니어스에서는 그들이 1980~1981 기간 동안 뉴욕 클럽에서 경험했던 마약의 추억을 노래로 담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경험했어도 분명히 경험했을 뽕맞은 음악이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향후 80년대 하우스 뮤직의 원형적인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인스트루멘탈이다.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트랙의 제목은 흥미롭게도 Leave Me Alone이다. 80년대를 꿰뚫을, 그리고 90년대까지 이어질 사회적 맥락이랄지 그런 것에 무관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세대의 심정을 적절하게 반영한 제목이 아닐까? 가사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조이디비전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마지막 트랙에서 다시 조이디비전의 음습한 히키코모리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뭐 그런대로 좋다. 그게 또 이 ‘조이디비전+뉴오더’의 매력이니까.

앨범 커버의 꽃그림도 너무 예쁘다.

Burning Bri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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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cture scanned by Ian Dunster from original UK Cassette album and converted to LP size., Fair use, Link

아침에 Naked Eyes의 Burning Bridges를 듣고 있다.1 단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내고 팝의 역사에 작은 흔적만을 남긴 밴드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의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Always Something There to Remind Me는 내 청춘의 한 시절, 사랑에 가슴 아파하던 시절에 큰 위안이 되었던 곡이었다. 곡을 처음 접한 것은 당시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었던 팝 평론가가 녹음해 준 컴필레이션 카세트테이프를 통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절절한 가사와 버트 배커랙 곡 특유의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잘 조합된 노래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 곡을 신스팝으로 리메이크할 생각을 했다는 것도 Naked Eyes 만의 천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이 곡 이외에도 Voices in My Head, When the Lights Go Out, Promises, Promises와 같이 캐치하고 댄서블한 멋진 신스팝 곡들이 많다. 단명하기에는 너무나 멋진 밴드였다.

  1. 아서 코난 도일의 명작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빨강머리 연맹’을 읽으며 감상하고 있다 ↩

The Cir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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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http://images.amazon.com/images/P/B000002LB6.01.LZZZZZZZ.jpg, Fair use, Link

이레이줘가 1987년에 내놓은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당장 귀에 착 감기는 곡은 없으나 Erasure가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은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어 반가운 앨범이다. 앤디 벨(Andy Bell)의 후련한 느낌의 보컬과 일렉트로닉팝의 결합, 빈스 클락(Vince Clarke)이 염두에 두고 있던 Yazoo의 남성 버전(실은 게이 버전)이랄 수 있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빈스 클락은 앤디 벨과 앨리슨 모예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를 발굴한 것만으로도 팝음악 역사에 끼친 선한 영향력을 인정해줄만 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귀를 확 잡아끄는 매력적인 곡은 없지만 – 이레이저 곡으로 예를 들자면 Love To Hate You와 같은1 –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캐치한 멜로디를 유지하면서 앤디 벨은 마치 뮤지컬의 주연인 마냥 본인의 보컬 실력을 한껏 뽕이 들어간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로 뽐내고 있다.

Side A
1. “It Doesn’t Have to Be”
2. “Hideaway”
3. “Don’t Dance”
4. “If I Could”
5. “Sexuality”
Side B
6. “Victim of Love”
7. “Leave Me to Bleed”
8. “Sometimes”
9. “The Circus”
10. “Spiralling”
CD Bonus Tracks
11.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New Version)
12. “Sometimes” (12″ mix)
13. “It Doesn’t Have to Be” (Boop Oopa Doo Mix)

  1. 이 앨범에서 가장 캐치한 곡은 씨디 보너스트랙들이다 ↩

Blue Bell Kn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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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3인조 드림팝 밴드 Cocteau Twins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4AD를 통해 1988년 9월 처음 공개되었다. 미국에서는 캐피톨 레코드사를 통해 유통되었다. 영국 차트에서는 나름 인기를 얻었고 미국 차트에서는 109위 정도까지의 기록을 남겼다. 4AD는 Bauhaus, Modern English, Dead Can Dance 등과 같은 고딕록, 드림팝 계열의 아티스트들을 주로 다룬 독립 레이블이다. 콕토트윈스도 이 앨범을 포함 총 일곱 장의 앨범을 4AD의 도움을 받아 발표했다.

앨범의 이름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볼더(Boulder)산의 별명이 Bluebell Knoll인데 이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수록곡마다 보컬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의 청아한 음색이 돋보이는 이 앨범에서는 애써 가사를 이해하려 할 필요가 없다. 가사는 없다. 정확히는 프레이저가 창조한 새로운 언어로 노래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가사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우리는 트랙의 제목과 앨범 제작 당시의 분위기에 근거하여 무엇을 노래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당시 밴드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고 한다. 멤버 중 부부였던 거스리와 프레이저는 아이를 가질 예정이었고,1 레이몬드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모두 행복했고2 그러한 경쾌한 분위기는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 있다. 아티스트가 창작을 하는 시점에서의 감정을 창작물에 반영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이 감정을 굳이 자국어 가사가 아닌 새로운 창작어로 표현하는 것도 멋진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에테리얼웨이브(Ethereal wave)의 정점에서 탄생한 80년대 걸작이다.

  1. 둘은 1989년 루시 벨(Lucy Belle)이라는 딸을 얻게 된다 ↩
  2. 결국 이렇게 일과 애정이 뒤섞여진 관계는 이혼과 밴드의 해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지만 ↩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엊저녁에 넷플릭스에서 감상하다가 말다가 했던 다큐멘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바로 바오 능옌(Bao Nguyen)이라는 감독의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원제 : The Greatest Night in Pop)』이라는 제목의 2024년 다큐멘터리다. 대체 어떤 밤이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일까? 팝 평론가나 팝 애호가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가리키고 있는 밤은 1985년 1월 28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날 밤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밤이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라는 것일까? 세상에 수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일단 팝 역사에서 바라보자면 그날은 팝 음악 산업계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제12회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슈라인 오디토리엄(Shrine Auditorium)이라는 곳에서 열린 날이란 것이 첫 번째 단서다. 매우 유력한 단서다.

그런데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중요한 행사인 것은 알겠는데 특별히 1985년에 열린 그 행사가 그렇게나 중요해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인 것인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답은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말고 그다음에 있었던 이벤트’다. 그것은 바로 시상식이 열렸던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A&M 스튜디오에 미국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여 We Are The World라는 곡을 녹음한 바로 그 밤을 말하는 것이다.

We Are The World라는 곡은 80년대 팝 팬이라면 이미 익숙한 곡이다. 이 곡은 이미 1년 전에 붐타운래츠의 프론트맨 밥 겔도프가 아프리카, 특히 에티오피아 인민의 굶주림 등 비참한 삶을 보도한 BBC 프로그램에서 감화받아 팝 뮤지션을 모아 녹음한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1 영감받은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가 팝계의 거물 매니 켄 크라켄(Ken Kraken)에게 제안한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곡이었다.

위대한 흑인 음악 뮤지션인 동시에 시민운동가였던 해리 벨라폰테는 영국에서의 기획을 보고 아프리카에서의 비극을 아프리카 계열의 뮤지션이 많은 미국의 팝 음악계가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유사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었다. 이 결과 켄 크라켄의 인맥이 작용하면서 초기에 라이오넬 리치, 마이클 잭슨, 퀸시 존스와 같은 팝계의 거물이 합류하여 프로젝트에 살을 붙여 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여러 레코드사의 기획자들이 달라붙어 뮤지션들을 어렵게 섭외하는 등, 다큐멘터리에서 묘사하는 수많은 난관을 거치면서 마침내 “위대한 밤” 동안에 탄생한 곡이 바로 We Are The World다. 특별히 그 밤이 아메리칸뮤직어워즈가 열린 밤이었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나마 그날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거물급 뮤지션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최적의 날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날 밤 어떠한 우여곡절 끝에 곡의 녹음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화면으로만 봐도 가슴이 벅찰, 당시 팝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던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그 좁은 스튜디오에 모여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이 당시 촬영한 필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그날에 관한 훗날의 인터뷰 중에도 쉴라 이(Sheila E.)2의 인터뷰가 마음 아팠는데3 아무튼 나머지 가수들의 고생도 나름 다 의미가 있었다.4

이 기획에 대한 사견을 말하자면 해리 벨라폰테가 위대한 인물이고 – 심지어 맑스주의자라는 설도 강하고 – 이 기획이 결코 만만한 기획이 아니었음은 분명함에도 그 한계는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밴드에이드 자체도 그렇지만 이 기획 역시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일세계의 셀럽들이 제삼세계 인민의 곤궁에 대한 일시적인 시혜적 시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5

그럼에도 1985년 1월 28일이 “가장 위대한 밤” 중 ‘하루’일 수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한다. 이를테면 아프리카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영국의 백인 뮤지션 위주로 –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 시작한 프로젝트가 미국의 흑인 뮤지션 위주의 프로젝트으로 – 조금 더 연대의 의미가 강화된 – 진화했다는 의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그 한계를 비춰보면 그게 그것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다큐멘터리를 상기해 볼 때 의미는 절대 만만치 않다.

그 다큐멘터리는 사샤 젠킨스(Sacha Jenkins)가 감독한 2023년 『선데이 베스트 : 에드 설리번 이야기(원제 : Sunday Best)』라는 다큐다. 나 역시도 에드 설리번을 그냥 팝 역사상 초창기의 가장 유명한 버라이어티쇼의 사회자 정도로 생각했지만, 다큐를 본 다음에 알게 된 실상은 엄청났다. 그는 단순한 사회자를 넘어서 팝 음악, 특히 흑인 음악을 주류에 안착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일랜드+유태인 계 “백인” 진보 지식인이었던 것이다.

이 다큐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는 이 다큐멘터리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의 프리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밤에 활약한 많은 아티스트들은 상당수 에드 설리번의 도움을 받아 그의 쇼에서 데뷔하고 그 뒤 연예계에서 활약했던 이들이다. “위대한 밤”의 당사자 해리 벨라폰테, 스모키 로빈슨,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다이애나 로스 등이 애드 설리번의 “의식적인” 도움으로 애드의 쇼에 출연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에드는 처음에 신문기자로 경력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스포츠 관련 칼럼을 쓰면서 그 당시 업계에 만연해 있던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쓴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연예계 행사의 사회를 보던 그는 새로운 매체인 TV쇼에서의 호스트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이 쇼가 바로 그의 이름을 단 애드 설리번 쇼였고, 이 쇼는 앞서 언급했듯 유색 인종에게 전국구 데뷔의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미국 팝 음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쇼가 된다.

요컨대, 서구권의 팝 음악계에서 – 또는 다른 예체능계도 그렇지만 – 어쩌면 어쩔 도리 없이 선각자적인 백인의 도움을 받아 유색 인종이 업계에 진출하는 시기가 있었다.6 그중 가장 적극적인 선각자 중 하나가 바로 에드 설리번이었고, 그의 도움을 통해 연예계에서 기반을 다진 이들이 1980년대 마침내 이제 유색인종인 본인들의 기획으로 마음의 고향인 아프리카 등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 바로 We Are The World였던 것이다.

당신은 그날이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1.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 기획에 참여한 대다수의 뮤지션들이 백인 뮤지션이었다는 점인데, 특별히 기획자들이 이러한 인종적 비율을 의식했다기보다는 그냥 영국 팝 음악계가 그렇게 이미 편성되었던 측면은 분명하다. ↩
  2. 쉴라 이는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생애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
  3. 즉, 요지는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들은 사실 쉴라 이가 아닌 프린스를 무대에 초청하고 싶은 마음에 당시 그의 연인이었던 쉴라 이를 떡밥으로 부른 것이었다.(는 것이 쉴라 이의 생각이고 이는 거의 정설일 것이다) 그런데 “Check Your Ego At The Door”라고 퀸시 존스가 스튜디오에 써 붙여 놓을 만큼 강한 에고를 가진 이들이 한 번에 모인 그날 밤에서도 특히 프린스는 너무 에고가 강한 이였고, 라이오넬 리치에 따르면 그는 “별도의 녹음실에서 별도의 기타 솔로”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날 그 에고 강한 밥 딜런도 시큰둥한 표정을 하면서도 나머지 뮤지션들과 끝까지 한 방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그냥 쉴라 이 홀로 미니애폴리스 사단의 일원으로서의 참가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획자들이 프린스의 솔로 파트로 염두에 두고 있던 파트는 잔뜩 긴장한 휴이 루이스(Huey Lewis)에게 돌아갔고, 그는 이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
  4.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솔로 파트는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파트다. 다큐에서 신디 로퍼 파트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이유가 허탈하면서도 재밌다. ↩
  5. 그래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행된 중 가장 급진적인 프로젝트는 인종차별 정권에 저항하는 남아공의 진보 세력과 연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Artists United Against Apartheid의 Suncity였다 ↩
  6.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이 지미 팰런 등과 같은 미국 주류 토크쇼의 백인 진행자의 도움 없이 미국 주류 음악에 편입할 수 있었을까? ↩

Raise the 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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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썸너(Bernard Sumner)와 자니 마(Johnny Marr)의 프로젝트 일렉트로닉이 1996년 내놓은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밴드 이름이 표방한 대로 일렉트로닉한 분위기, 자니 마의 강렬한 기타 사운드, 썸너의 청량한 보컬 등이 90년대 얼터너티브락의 바이브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듣기에 즐거운 작품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 1993년 New Order가 내놓은 Republic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13개 트랙 중 7개는 썸너와 마가 만들었고, 나머지 6개는 Kraftwerk의 전 멤버인 칼 바르토스(Karl Bartos)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칼을 추천한 이는 베를린에서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던 마와 썸너의 친구 마크 리더(Mark Reeder)였다. 둘은 마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뒤셀도르프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들은 칼이 일렉트로닉 뮤직의 선구자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고, 칼은 최신의 기술을 알고 싶어했다.

처음에 둘은 칼을 만나기 전에 그와 당시의 최신 기술인 모뎀 라인을 통해 파일을 주고받는 식으로 작업하는 장면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칼과 카페에 만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어떻게 레코딩을 할지 물었을 때 그들은 놀랐다고 한다. 칼이 “간단하지. 우리는 악기를 가지고 잼을 하는 거야.”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칼은 그들에게 스튜디오를 보여주고 클래프트베르크가 어떻게 작업했는지 시연했다고 한다.

셋이 의기투합한 이후1 칼은 자니 마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집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같이 작업하면서 마는 칼로부터 독일의 작곡가나 철학자 등 독일 역사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클럽에 가서 당시의 음악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칼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스미쓰 멤버의 집에서 클래프트베르크 멤버가 속옷 차림으로 부엌을 오가는 그런 삶이었다.2

하지만, 이 앨범 작업 당시 그들의 삶은 모든 것이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버나드는 토니 윌슨(Tony Wilson)이 벌려놓은 하시엔다(The Haçienda)에서 벌어진 갱단의 폭력 이슈를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종종 미팅에 불참해야 했다. 자니 마 역시 스미쓰와 관련한 여러 회의에 끌려다녀야 했다. 결국 그 문제는 법정으로 가게 된다.3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탄생한 앨범인 셈이다.4

개인적으로 가장 캐치하다고 생각하는 트랙은 첫 번째 트랙 Forbidden City고5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꿀맛은 세 번째 트랙 Dark Angel이다. 한편 강렬한 락비트의 일렉트로닉 넘버 Until the End of Time는 네 가지 다른 버전으로 일렉트로닉의 메일링리스트(mailing list)에 공개됐다고 한다. 메일링리스트라니 90년대스럽다. 영국 앨범 차트 8위에까지 올랐고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는 143위까지 올랐다.

  1. 일렉트로닉 도원결의! ↩
  2. Set The Boy Free, 326-327pp ↩
  3. 드러머 마이크 조이스가 모리시와 자니 마를 상대로 그룹 수익의 동등지분을 요구한 그 분쟁이었다. ↩
  4. 같은책, 332p ↩
  5. New Order의 Regret와 분위기가 매우 흡사하다. 약간 늘어지는 버전? ↩

…And Justice for All

A painting of Justice as a woman with a sword in her hand, a blindfold and scales in her other hand.
By May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1] (reduced in size by 50% from original using Roxio Photosuite), Fair use, Link

Metallica라는 이름을 접할 때면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밴드 이름을 여태 왜 다른 메탈 밴드들이 쓰지 않았지?’라고 늘 생각하곤 했다. 메탈을 하는 이라면 다들 가지고 싶어 하는 밴드 이름이 아니었을까? 마치 은행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어 했을 것… 아 이건 아닌가? (그건 사기에 가까..)

헤비메탈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어쨌든 메탈리카의 압도적인 포스는 그들의 밴드명이 단순명료하다는 사실과 별개로 그들의 음악이 가지는 순수함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 덕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메탈계의 디페쉬모드(Depeche Mode)정도의 담백함이랄까? 그 장르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그들의 불세출의 명반 Master of Puppets을 살짝 비켜 간, 그 앨범 다음 명반 And Justice For All을 듣고 있는데, 이 앨범을 들으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은 ‘이런저런 예쁜 연주로 자신들의 곡을 꾸미지만 결국 직선적인 기타 연주 속에 그들의 마음을 털어놓는 투명한 가사와 단순과격함도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가사적으로 보면 그들은 현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으로 부정적인, 어떠한 기성의 것도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적인 – 물론 이 단어로는 내재한 철학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어쨌든 – 메탈스러움이 담겨 있다. 앨범 이름 자체가 그런 면에서 이미 풍자적이다. “모든 이를 위한 정의”를 애초에 부정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감상하면서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은 대중음악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다. 메탈리카는 분명 이 앨범을 내놓은 당시 사회의 부조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텐데 이제 어쨌든 고전음악이 되어 40년 기념음반 50년 기념음반 등이 나온다. 그러면 밴드가 당시에 가졌던 시대적 의미는 화석화되는 것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여하튼 정말 기타 사운드와 드러밍을 사랑하는 락팬이라면 – 나는 개인적으로는 역시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매료되는 편이라 – 이 앨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연주가 정말 다른 연주자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난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재적소에 그들의 연주 실력이 제대로 연출되고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Happy Fami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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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rived from a scan of the CD cover (creator of this digital version is irrelevant as the copyright in all equivalent images is still held by the same party). Copyright held by the record company or the artist. Claimed as fair use regardless., Fair use, Link

1979년 영국 런던에서 닐 아서(Neil Arthur, 보컬), 스티븐 루스콤비(Stephen Luscombe, 키보드),1 로렌스 스티븐스(Laurence Stevens, 드럼) 3명에 의해 결성된 신스팝 밴드 블랑망주(Blancmange)의 1982년 앨범이다. 원래 블랑망주는 녹말가루, 우유, 설탕과 바닐라향, 아몬드를 첨가한 희고 부드러운 푸딩을 의미한다. 영국의 앨범 차트 30위에 오르면서 상업적으로는 그런대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어 이후에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스타일 적으로는 다소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오리지널리티는 있게 마련인데 블랑망주는 그런 부분이 조금은 약했던 것 같다.

일례로 이 앨범의 두 번째 트랙 Feel Me는 Talking Heads의 데이빗 번(David Byrne)의 느낌이 강하다. 또 다른 곡에서는 Joy Division의 분위기가(I’ve Seen the Word), 또 다른 곡에서는 Simple Minds의 분위기가(Wasted) 느껴진다. 이런 면에서는 비슷한 체급으로 느껴지는 밴드 중에서도 하나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Secession이나 Camouflage와는 조금은 다른 경로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은 본인들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이 그렇게 평가하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예술가의 스타일은 가지려 노력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묘한 뉘앙스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앨범에서는 네 번째 트랙이자 세 번째로 내놓은 싱글인 Living on the Ceiling이 영국 싱글 차트 7위까지 오르면서 앨범의 상업적 성공을 견인한다. 톡톡 튀는 멜로디와 편곡이 이미 듣고 있는 순간에도 가장 상업적인 곡이라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상업적 요소를 곳곳에 때려 박은 느낌의 곡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곡은 또 Men At Work의 곡이라 속이고 들려줘도 믿을 것 같다. 다양한 스타일의 조합, 그게 블랑망주의 생존 방식이자 대박을 못 낸 원인이었을까? 한편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서는 우울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Waves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곡은 또 비록 후배 밴드이긴 하지만 When In Rome을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앨범 커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신스팝 밴드의 앨범 중 이렇게 감각 없는 커버가 또 있을까 싶다. 그림 자체는 재미있다. 하지만 앨범 커버도 앨범이라는 매체를 내놓는 뮤지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스타일 중 하나다. 그렇기에 어떤 뮤지션들은 – Talking Heads나 The Smiths 등 – 본인들이 직접 커버 작업을 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했다. New Order는 Peter Saville이라는 걸출한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맡기기는 했지만, 이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그런데 이 앨범 커버는 선대의 포크음악이나 후대의 로우파이 음악이 연상되는 장르와는 동떨어진 커버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신스팝의 앨범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는 의미다.

1982 UK LP and cassette

Side one

  1. “I Can’t Explain” – 4:00
  2. “Feel Me” – 5:07
  3. “I’ve Seen the Word” – 3:00
  4. “Wasted” – 4:17
  5. “Living on the Ceiling” – 4:11

Side two

  1. “Waves” – 4:07 (original version on early pressings of the album is 4:25 long)
  2. “Kind” – 3:56
  3. “Sad Day” – 4:05
  4. “Cruel” – 4:52
  5. “God’s Kitchen” – 2:54

1982 Canadian version

Side one

  1. “Waves” – 4:07
  2. “Feel Me” – 5:07
  3. “I’ve Seen the Word” – 3:00
  4. “Wasted” – 4:17
  5. “Living on the Ceiling” – 4:11

Side two

  1. “Blind Vision” – 4:20
  2. “I Can’t Explain” – 4:00
  3. “Kind” – 3:56
  4. “Sad Day” – 4:05
  5. “Cruel” – 4:52
  6. “God’s Kitchen” – 2:54

2008 Happy Families… Plus CD

  1. “I Can’t Explain” – 4:03
  2. “Feel Me” – 5:07
  3. “I’ve Seen the Word” – 3:00
  4. “Wasted” – 4:17
  5. “Living on the Ceiling” – 4:02
  6. “Waves” – 4:09
  7. “Kind” – 3:58
  8. “Sad Day” – 4:04
  9. “Cruel” – 4:52
  10. “God’s Kitchen” – 2:57
  11. “Living on the Ceiling” (Extended Version) – 5:40
  12. “God’s Kitchen” (12″ Mix) – 4:29
  13. “Feel Me” (Extended 12″ Version) – 7:01
  14. “Feel Me” (7″ and 12″ Instrumental) – 5:10
  15. “Business Steps” – 4:28
  16. “Feel Me” (US 12″ Instrumental) – 5:22

2017 Edsel 3 CD Media Book Edition

Disc one

  1. “I Can’t Explain” – 4:00
  2. “Feel Me” – 5:07
  3. “I’ve Seen the Word” – 3:00
  4. “Wasted” – 4:17
  5. “Living on the Ceiling” – 4:11
  6. “Waves” – 4:07
  7. “Kind” – 3:56
  8. “Sad Day” – 4:05
  9. “Cruel” – 4:52
  10. “God’s Kitchen” – 2:56
  11. “Living On The Ceiling (Extended Version)” – 5:39
  12. “God’s Kitchen (12″ Mix)” – 4:28
  13. “Feel Me (12″ Instrumental)” – 5:08
  14. “Waves (Original Version – No Strings)” – 4:22

Disc two

  1. “Sad Day (Original Version)” – 3:10
  2. “Feel Me (Extended 12″ Version)” – 6:59
  3. “Business Steps” – 4:28
  4. “Black Bell (Demo)” – 4:22
  5. “Melodic Piece (Demo)” – 2:31
  6. “Your Hills (Rehearsal)” – 2:46
  7. “I Can’t Explain (Demo)” – 3:20
  8. “Waves (Demo)” – 4:45
  9. “I’ve Seen the Word (1979 Demo)” – 3:06
  10. “Holland (Demo)” – 2:47
  11. “I’ve Seen the Word (Demo)” – 2:25
  12. “Feel Me (Mike Howlett Dub Version)” – 6:48

Disc three

  1. “I Would” – 4:06 [Radio 1 Session (13.2.82)]
  2. “Living on the Ceiling” – 3:13 [Radio 1 Session (13.2.82)]
  3. “Waves” – 4:01 [Radio 1 Session (13.2.82)]
  4. “Running Thin” – 2:20 [Radio 1 Session (13.2.82)]
  5. “God’s Kitchen” – 2:54 [Radio 1 Session (5.6.82)]
  6. “Feel Me” – 5:19 [Radio 1 Session (5.6.82)]
  7. “Kind” – 3:48 [Radio 1 Session (5.6.82)]
  8. “Cruel” – 3:49 [Radio 1 Session (5.6.82)]
  9. “God’s Kitchen” – 3:33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0. “Living on the Ceiling” – 4:33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1. “I’ve Seen the Word” – 3:36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2. “I Can’t Explain” – 4:23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3. “Waves” – 4:38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4. “Feel Me” – 5:40 [In Concert, Paris Theatre (13.11.82)]

  1. 이분은 최근 유명을 달리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Dare

Dare-cover.png
By Album cover artwork (c) Virgin Records (UK) 1981, Fair use, Link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 커버다. 하얀 바탕에 파란색으로 밴드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앨범의 이름을 적은 다음 필립 오케이의 얼굴을 기다란 사각형 안에 배치한 디자인은 ‘신쓰팝은 되게 차가운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필립 오케이는 Vogue 잡지처럼 보여야 한다는 컨셉트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첫 트랙 The Things That Dreams Are Made Of도 그런 톤으로 시작한다. 휴먼리그 노래 중 좋아하는 곡 탑10을 꼽을 노래다. 이 앨범이 멋진 이유는 이 노래 말고도 이 앨범에는 이만큼 캐치한 멜로디의 곡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밴드 최고의 히트곡 Don’t You Want Me?가 가장 마지막 트랙이라는 점은 약간 의아하면서도1 다른 트랙의 완성도를 생각할 때 치기 어린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은 만들 당시 밴드는 거의 빈사 상태였다고 한다. 밴드는 창립 멤버인 마틴 웨어(Martyn Ware)와 이언 크레이그 마쉬(Ian Craig Marsh)는 그룹을 떠났고2, 10대 댄서 겸 백 보컬 조앤 캐서럴(Joanne Catherall)과 수잔 앤 설리(Susan Ann Sulley) 등을 영입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었다.3 당시 밴드는 빚에 시달렸고, 상업적으로 간신히 생존할 수 있었다. 악전고투 끝에 그들의 녹음 세션의 첫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1981년 4월 The Sound of the Crowd였다. 그리고 같은 해 7월에 발표한 Love Action (I Believe in Love)이 영국 차트 3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으며 기사회생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그해 10월 앨범의 정식 발매 이전에 Open Your Heart가 발매되었고 이 노래도 인기를 얻었다.

앨범이 발매되자 록 음악계는 기존 악기의 부재를 우려했고, 새로운 기술이 기타를 영원히 몰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디사이저에 대한 반발로 음악가 연합(Musician’s Union)은 데어(Dare)를 기점으로 ‘Keep Music Live‘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들은 키보드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멜로디를 작곡할 수 있기 때문에 세션 뮤지션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기타 연주가 없는 최초의 미국 싱글 차트 1위곡으로 간주되는 Don’t You Want Me?가 수록된 이 앨범은 그만큼 기존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전자 음악이 일상화된 지금의 음악계로서는 약간 틀딱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만큼 휴먼리그의 음악은 시대를 앞서간 음악이었다.

이 앨범은 발매 2주 차에 영국 앨범 차트 에서 1위를 차지했고 75주 동안 차트 100위에 머무르는 등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싱글 “Don’t You Want Me?”는 스티브 배런(Steve Barron)4이 제작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발매되었다.5 웨이트리스였던 여성이 훗날 연인이 된 남성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는 다소 페미니즘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이 곡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여성 보컬의 화학적 결합이 매력적인 곡으로, 당시 막 개국한 MTV의 지원을 받아 80년대 신쓰팝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Q 매거진은 2000년 ‘가장 위대한 영국 앨범 100선‘에 이 앨범을 69위로 선정하는 등 음악적 평가를 받는 앨범으로도 남게 되었다.

 

  1. 황당하게도 필립 오케이는 이 곡이 Dare 앨범에서 가장 약한 곡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싱글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이 팔렸으며 영국에서 25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이 되었다(2007년 기준). ↩
  2. 그들은 휴먼리그를 떠나 또 하나의 위대한 신쓰팝 밴드 Heaven 17을 결성한다. ↩
  3. Wham!의 조지 마이클은 여성 보컬이 있는 Human League의 이 구성을 좋아해서 왬에도 여성 보컬을 영입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초기 시절의 왬은 사실상 2인조가 아니라 4인조였다. ↩
  4. 그는 Michael Jackson 의 Billie Jean, Bryan Adams의 Summer of ’69, Dire Straits의 Money for Nothing 등을 감독한 최고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성장했다. ↩
  5. 감독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낮과 밤'(1973) 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

Diamond Life

Sade - Diamond Life.png
By iTunes Store US, Fair use, Link

소피스티팝(sophisti-pop)이라는 멋진 장르가 막 꽃을 피우던 1984년 탄생한 앨범이다. 1980년대 초중반 뉴웨이브 시대에서 발전한 팝 음악 하위 장르인 소피스티 팝은 째즈와 쏘울의 요소를 섞은 캐치한 멜로디의 팝사운드, 차분한 연주, 다소 건조한 듯한 보컬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앨범은 음악, 가수의 외모, 앨범 커버 등등 모든 것이 이른바 ‘세련미 넘치는 부드러운 소피스티 팝’을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소피스티 팝의 원형은 Roxy Music으로 거론되기 때문에1 이 장르의 발전은 예의 영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1984년 즈음에는 차차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지에서 멋진 소피스티팝 앨범이 생산되던 시기였다. 기억하기로 그 해에 The Blue Nile의 A Walk Across the Rooftops나 Joe Jackson의 Body and Soul 등이 발매되었고, 그다음 해인 1985년에 Double의 Blue나 Prefab Sprout의 Steve McQueen 등 그 장르의 명반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아직은 샤데와 같이 여성 보컬을 전면으로 내세운 소피스티팝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후 반갑게도 Basia, Swing Out Sister, Everything but the Girl 등 여성 보컬을 무기로 하는 멋진 뮤지션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샤데는 그 두텁고 독특한 음색으로 말미암아 그중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였는데, 이 앨범에서는 이미 그런 특색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소피스티 팝은 1980년대 후반 절정을 이루게 된다.

런던의 파워플랜트 스튜디오에서 6주 동안 녹음하여 완성한 이 앨범은 다소 발랄한 신디싸이저 연주보다는 차분한 색소폰과 키보드 연주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주가 다소 허스키한 샤데의 보컬과 환상적인 케미를 이루어 독특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장 매력적인 트랙은 누가 뭐래도 Smooth Operator고 이후의 트랙들은 그 곡에서 반보 혹은 한보 정도의 차이를 두고 저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1. 1982년 Avalon이 최초의 소피스티 팝 앨범으로 종종 언급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