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Splendor

American Splendor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Harvey Pekar 가 1976년 이래 Dark Horse Comics 에 연재하던 만화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병원 직원이라는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Harvey의 취미는 책읽기와 째즈 감상이었다. 그런 그가 친구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무료한 삶을 담은 만화를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이 작품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인기를 얻게 된다. Sideways의 폴지아마티가 Harvey Pekar 를 연기했고 실제 Harvey 도 출연하여 나래이션을 맡기도 했다. 라이브액션, 애미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버무려진 드라마다. 2003년 선댄스 페스티발 수상작.

오피셜사이트 : http://www.americansplendormovie.com/main.html

Sideways

Sideways 는 와인과 우정, 그리고 인생에 관한 영화다. Miles(Paul Giamatti)와 Jack(Thomas Haden Church)은 친한 친구사이다. 둘은 모두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소설가, 그리고 배우이다. Jack 의 결혼을 앞두고 Miles와 Jack 은 와인이 맛있는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Jack 은 와인 애호가로서 Miles에게 이 고급취향의 취미를 가르쳐주려 하지만 Miles 가 관심 있는 것은 여자뿐이다. 어쨌든 둘은 여행길에서 두 여인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포복절도의 슬랩스틱 스타일이 아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와인처럼 깔끔한 작품으로 독립영화에서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폴지아마티의 연기가 볼만하다.

Election

Jim McAllister(Matthew Broderick)는 능력 있고 인기 많은 전도유망한 생물교사다. 그런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동료교사가 얌체 스타일의 여학생 Tracy Flick(Reese Witherspoon)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급기야 학교에서 쫓겨나면서부터이다. 항상 자기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이 얄미운 Tracy 때문에 자신의 가장 친한 직장동료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에 Jim은 Tracy 를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던 와중에 Tracy는 학생회장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Tracy 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게 점쳐지는 맥빠진 선거가 될 즈음 Jim은 Tracy를 떨어뜨리기 위해 학교의 인기 스포츠 스타 Paul Metzler(Chris Klein)에게 선거에 출마하라고 유혹한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학교는 한바탕 소란해진다. About Schmidt, Sideways 등 감각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던 Alexander Payne의 1999년작.

The Wedding Singer

물론 아담샌들러와 드류배리모어라는 두 걸출한 스타가 출연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80년대”라는 시대의 문화코드이다. 80년대는 이 영화의 국내포스터 카피처럼 “인터넷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80년대 팝문화’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전 세계가 행동통일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프레디크루거의 야수성에 치를 떨었고, 레이건이 신보수주의를 주창했으며, 라이브에이드를 모두가 함께 지켜보았던 이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결혼식 축가가수에 불과한 로비하트(아담샌들러)는 며칠 후에 있을 결혼식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지만 약혼녀는 로비가 장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식장에 나타나질 않는다. 폐인이 되다시피 한 그를 다정히 감싸준 것은 역시 결혼을 앞둔 줄리아설리반(드류배리모어)이었다. 바쁜 그녀의 약혼자를 대신해 결혼준비를 도와주던 로비는 어느새 줄리아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고 영화의 큰 줄기는 어떻게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가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영화 전편에 흐르는 80년대 팝문화 코드가 주요한 볼거리다. 보이조지와 피트번즈를 합쳐놓은 듯한 여장싱어, 마이클잭슨이나 마돈나를 흉내 낸 극중 배우들의 의상, 프레디크루거 가면을 쓰고 노는 로비의 조카 등 그 시절의 과장되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영화 전편에 묘사되고 있고 그 시절을 서양 팝문화에 빠져 살았던 이들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추억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연인과의 사랑이 싫증난 사람들이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

영화는 크게 달콤한 부분과 살벌한 – 그다지 살벌하지는 않지만 –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하디흔한 스크루볼 코미디에 살인이라는 소재를 가미해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에 그나마 TV 쇼의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문득 ‘그래서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연상시키는 소재다. 도끼부인에서는 연인이 살인자일 것이라는 상상이 헛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그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물거품이 – 아련한 추억이 – 되어버렸다. 남자로서는 도저히 실정법에 ‘매우’ 심하게 위반되는 살인을 용인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정법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 연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로는 마이클더글러스 주연의 ‘Romancing The Stone’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에는 최강희의 살인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 최강희가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른 듯한 – 묘사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엄연히 냉혹한 남편 살인자이다. 이미 그러한 설정이 둘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으리라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만년조연으로 처음 주연을 맡지 않았을까 싶은 박용우의 고군분투 덕에 나름 코믹함이 돋보인 영화이고 소재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겠지만 극장개봉용 영화로 걸기에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듯한,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은 영화다.

p.s. 여러장의 포스터 중 하나인 위의 포스터도 비슷한 류의 잔혹코미디 ‘친절한 금자씨’를 노골적으로모방했다.

His Girl Friday

잘 나가던 기자 Hildy Johnson 이 어느 날 전남편이자 전 직장 Morning Post 의 사장인 Walter Burns(Cary Grant)에게 내일이면 새 약혼자 Bruce Baldwin 과 결혼하여 도시를 떠난다고 통보하러 간다. 야비하고 야심만만한 월터는 그런 그녀를 그냥 보내지 않고 무슨 수든지 써서라도 신문사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때마침 정신이상자 Earl Williams 의 살인사건으로 인한 사형이 개시되려 하는 판이고 월터는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기에 그를 집행유예 시키려고 맘먹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는 유색인종의 표를 의식해 – 우연히도 얼은 흑인경찰을 살해했다 – 그를 사형시키려 한다. 힐디의 호기심을 교묘히 자극하여 마지막 기사를 위해 기자실에 올려 보낸 월터는 새 신랑 브루스를 야비한 술수로 감옥에 처넣어버린다. 그 와중에 얼은 탈옥하여 기자실로 숨어들고 이를 발견한 힐디는 특종을 잡으려는 욕심에 신랑의 존재도 까맣게 까먹고 일에 집중하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저널리즘의 하이에나적인 습성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 대의민주주의의 교묘한 패러독스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스크루볼 코미디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감독의 공력이 보통 솜씨가 아니다. 케리그란트의 과장된 코믹연기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볼거리. The Thing, The Big Sleep, Scarface 등을 만든 거장 하워드혹스의 1940년 작.

The World of Henry Orient

두 소녀의 우정과 스타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진 어린 시설을 스케치한 작품. 자기중심적이고 욕정이 끓어오르는 피아니스트 Henry Orient(Peter Sellers)가 어느 날 공원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는데 우연히 두 십대소녀 길버트와 발레리가 이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이후부터 헨리는 계속해서 소녀들과 마주치게 되고 급기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된다. 헨리는 그 와중에 만난 발레리의 엄마(Angela Lansbury)에게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십대의 성장과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성장통이 한 스타 피아니스트와 묘하게 겹치면서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무리 없이 풀어낸 성장영화. 두 소녀가 헨리에게 중국식(?)으로 꾸벅 절을 하는 장면은 너무 귀엽다.

Les Vacances de Monsieur Hulot / Mr. Hulot’s Holiday

마치 오래된 휴양지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영화다. 카메라는 영화 시작 후 한참동안을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난리법석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와중에 윌롯씨 – Mon Oncle 에서도 등장했던 – 의 투덜투덜 자동차는 굉음(!)을 내면서 휴양지를 향해 갈지자로 달려간다. 카메라는 휴양지를 롱샷으로 잡으면서 한 컷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어이없지만 악의 없는 윌롯씨의 실수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 싸움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 말미에서 윌롯씨의 실수로 인한 불꽃놀이는 한밤중에 사람들이 잠을 깨고 함께 즐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는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사람들이 휴양지를 떠나는 날 윌롯씨는 내심 휴양지에서 만난 여인과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모두들 부산하게 떠나버리고 기다리다 지친 윌롯씨는 투덜투덜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마지막 휴양지 풍경에 우표가 찍히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자끄타티의 알터이고 윌롯씨가 처음 등장한 1953년작.

예쁜 금자씨, 이제는 평안히 쉬소서

어제 모처럼 주말에 쉬었던 관계로 영화 한편 감상하였습니다.

감상한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영화 제목 자체가 심상치 않아 인구에 회자되고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건방진 금자씨’로 패러디되기까지 했던 영화라 왠지 감상 전부터 이미 친숙해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니 입소문에 비해 대중의 코드와는 괴리가 있는, 즉 흥행요소가 별로 없는 영화였다는 심증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장르를 표현하자면 ‘잔혹 여인극장 코미디 버전’이라고 할까요? 소싯적 오전 시간 라디오나 TV에서 종종 들려오던 목소리 기억하시죠? “금자씨는 제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더욱 저며 오는 모성애를 부둥켜안고 울어야만 했다” 뭐 이런 유의 신파조의 읊조림 말이죠.

시대배경은 2004년 임에도 의도적으로 펼쳐지는 과장된 복고풍의 미장센, 화장, 그리고 의상은 비정상적인 캐릭터, 그리고 줄거리와 함께 영화를 더욱 비현실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줄거리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볼까요? 이 영화는 줄거리를 이야기해봤자 특별히 스포일러랄 게 없을 만큼 처음부터 패를 까놓고 진행됩니다. 올드보이 식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크실 겁니다. 다만 영화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의외의 장면에 대한 당혹감으로 극적 긴장감을 채워가고 있죠. 복수심의 원천이 올드보이가 까닭모를 구속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면 금자씨에서는 모성애입니다. 복수심이 이성이 아닌 본능에서 연유하는 것이라면 모성애야말로 가장 큰 복수심의 원천이겠죠.(복수는 나의 것은 부성애였죠? 아마?)

그러나 역시 이 영화에서 줄거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스타일’입니다. 이영애가 어떻게 변하였는가?, 권총은 왜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야 했는가?, 복수를 끝낸 이들은 왜 핏빛 케익을 즐겼는가?(일종의 카니발 의식?) 등등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사실은 대중성을 의식한 감독의 타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존 문명세계에서는 인간의 죄악을 사법체계에 의존하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끊임없이 사적인 복수극에 유혹을 느낍니다. 더티해리 시리즈에서는 크린트이스트우드가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이 아닌 총에 의존하여 복수극을 감행하고,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같은 초능력자들도 법이 아닌 자신의 초인성을 수단으로 복수를 감행합니다. 금자씨 역시 감옥에서 다져진 냉철하고 초인적인 의지로 상황을 돌파해내죠.

결국은 복수를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그 카타르시스는 배트맨의 복수극처럼 허망합니다. 복수를 끝낸 후 빨간 아이섀도를 지우면서 자신의 복면을 벗어버리지만 관객인 저로서는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절대 악인 한 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슈퍼맨 있다고 세상이 평화로워지지 않듯이 금자씨가 복수를 했다고 유괴라는 범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남는 것은 배트맨이나 슈퍼맨에서 볼 수 있는 스펙타클 정도일 텐데 금자씨가 그나마 기대고 있는 것은 스타일과 블랙유머일뿐이죠. 금자씨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보여줬던 막가파적 액션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예뻐서일까요?

It’s a Mad, Mad, Mad, Mad World

낯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돈이 묻혀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사람 말을 믿고 그 돈을 찾아볼 수 도 있고 헛소리로 치부하고 가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Stanley Kramer 의 1963년 작 ‘미친, 미친, 미친, 미친 세상이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어느 위험하게 구부러진 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난폭하게 운전하며 다른 차들을 추월하더니 끝내는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몰려든 다른 운전자들이 그를 차에서 꺼내지만 그는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 와중에 운전자는 엄청난 돈이 어느 공원의 ‘큰 더블유(Big W)’ 아래 묻혀 있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이윽고 사람들은 경찰을 남겨둔 채 가던 길을 가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너나 할것 없이 돈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 돈과 운전자는 퇴직을 앞둔 한 경찰(스펜서트레이시)이 몇 년을 두고 찾아 헤매던 범죄 장물과 범죄자. 경찰은 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돈을 회수하려 한다. 영화는 이렇게 출발하여 배금주의에 찌든 사람들의 한바탕 소동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결국 그들은 돈을 찾게 되고 한때나마 기쁨에 들뜨기도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을 통해 결국 돈은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고 만다. 유쾌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인간들을 쥐락펴락하는 돈, 그 돈으로 인해 우리 인생은 이렇듯 씁쓸한 코미디가 되어가고 있으니 우리가 우리를 조롱하는 셈 아닌가? 요즘 폭등하는 집값과 이를 둘러싸고 투전판을 벌이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미친, 미친, 미친, 미친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