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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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Black 이라는 배우에 대해 처음 존재감을 느꼈던 영화는 아마도 귀여운 구피 Will Smith 가 주연을 맡은 1998년작 Enemy of the State에서였을 것이다. 그나마도 엑스트라에 가까운 정부의 첨단추적시스템 오퍼레이터들 중 하나였던 그런 있으나마나한 배역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가 John Cusack 주연의 감각적인 코미디 High Fidelity에서 제법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했을 때에도 그저 신경질적이고 콤플렉스 강한 뚱보 역의 조연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의 말미에서 그는 Marvin Gaye 의 노래를 멋지게 불러 제켰고 이것이 그의 영화인생과 음악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역사적인 장면이 되고 말았다. 이후 MTV 의 각종 수상식에서 사회를 보는 등 미국의 청년문화의 새로운 (나름대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급기야 Tenacious D 라는 배우가 만든 이래 가장 실력 빵빵한 밴드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21세기 판 To Sir With Love 인 School Of Rock에서 그의 뛰어난 키타 솜씨와 노래 솜씨를 선보이더니 자신을 닮은 Peter Jackson 의 블록버스터 King Kong 에서는 순수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어느덧 주류배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진지한 표정만 짓고 다니기에는 너무 장난기가 넘쳐나는 종합 예술인이다. 하여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와 음악이 절묘하게 결합된 본 작품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를 Tenacious D 의 동료 Kyle Gass 와 함께 만든 것이다. ‘운명의 피크’를 찾아 음악의 지존이 되겠다는 두 아티스트의 역경과 고뇌를 담은 이 작품에 Meat Loaf, Ben Stiller, Tim Robins, 심지어 Ronnie James Dio 까지 우정 출연하여 Jack Black 의 병풍이 엄청 탄탄함을 과시하고 있다. Ben Stiller이나 Will Ferrell 유의 촌철살인 화장실 유머에 탄탄한 음악이 실려 있어 몇 배 가속된 강도 높은 유머 특급이 되었다. 추천!

Repo Man(리포맨,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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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Man CD cover” 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MCA.. Licensed under Fair use via Wikipedia.

이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의 존립근거가 신용사회, 즉 ‘상호간의 믿음’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우주인의 UFO 라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접시 모양이 아니라 자동차 모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뭐 재밌으면 됐잖아”

라고 감독이 한마디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펑크 음악에 대한 애정이 유난할 것 같은 – 그래서 실제로 차기작으로 펑크씬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시드와 낸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 감독 Alex Cox 가 바로 그 펑크적 감성으로(“연주 못하는 게 뭐? 신나면 되잖아?”) 만들었고 의도한 바대로 영화사에서 Rocky Horror Picture Sho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컬트 아이콘이 되었다.

찰리쉰과 따로 떼어놓으면 모르겠지만 옆에 두면 형제인줄 알 것 같은 에밀리오에스테베즈가 질풍노도의 펑크족에서 현대 신용사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은 Repo-Man(Repossesing Man의 준말로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할부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의 차를 다시 ‘재소유’ 즉 뺏어오는 직업을 의미한다고)으로 변신한 Otto 역을 맡았고, 따분하고 지저분한 중년을 대표하는 듯한 외모의 소유자 Harry Dean Stanton 이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변변히 모아둔 것도 없는 중년 리포맨 Bud 역을 맡으면서 에밀리오와 투탑을 이루고 있다.

어쨌든 이 둘을 축으로 차를 뺏어오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자주 들르는 편의점에서 이어지는 펑크족 강도들과의 만남, 외계인 시체를 트렁크에 실은 채 정처 없이 떠도는 과학자와 이를 뒤쫓는 정부기관 간의 해프닝 등이 상영시간 내내 골고루 배합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 그저 스쳐지나가는 장면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있는데 Otto 가 이전에 친구였던 펑크족 강도들을 슈퍼마켓에서 맞닥뜨리는 그 짧은 몇 초에 매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슈퍼마켓의 진열장의 상품들이 하얀 포장에 그저 Food, Milk 등만 쓰여 있다는 점이다. 선진화된 미래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저러지 않을까 싶은 그런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이 장면은 어느 블로거에 따르면 스폰서가 붙지 않은 탓에 억지로 찍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한편으로 어쩌면 감독이 초창기 애드버스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한편으로 이와 반대로 토마토 공격대 2탄에서는 스폰서가 붙어야 영화 펀딩이 되는 영화계의 현실을 비꼬아 아예 노골적으로 상품광고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 Bud 가 Otto 에게 ‘믿음’이 기반을 두는 신용사회가 맘에 든다면서 러시아에서는 이런 사회를 꿈이나 꾸겠냐고 일갈하는 장면이 있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대화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결국 끊임없이 주입되는 과잉소비의 지출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부소비나 외상을 조장해왔고 오늘날 이러한 왜곡된 지불행태 없이는 자본주의가 존재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리포맨은 바로 그러한 소비와 지불의 간극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응달 속의’ 집달리 들인 것이다. Bud 가 자본주의의 더러운 쓰레기나 치우는 마름이면서도 자본주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다.

Electric Dreams(1984)

Blade Runner(1982년)의 진지한 팬이 들으면 약간 기분 나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80년대 팝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한껏 담고 있는 Electric Dreams(1984년)는 어떤 면에서 Blade Runner와 통하는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Blade Runner의 원작은 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다 그리고 Electric Dreams에서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모니터에 양떼가 장애물을 뛰어넘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

무엇보다 두 영화가 가지는 공통점은 인공물이 인간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풀잇법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Blade Runner는 상징적 은유를 통해 인간조차도 (미지의 신이 창조한) 안드로이드일 수 있다는 음울한 메시지와 환원론을 전달하는 반면 Electric Dreams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컴퓨터가 자살(?)을 통해 자신의 예외성을 포기함으로써 두 남녀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결국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첨단시대에 어울리는 첨단의 음악, Culture Club, Heaven 17, ELO, Human League 등이 선사하는 신쓰팝(Synth Pop)이다. Georgio Moroder가 편곡한 Duel 이 흐르면서 컴퓨터와 여자주인공이 협연하는 장면은 꽤 유명한 명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컴퓨터’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었다.

Quadrophenia(1979)

“’모드족’은 1960년대 영국의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문화다. 당시 영국의 젊은이들은 모드족과 ‘로커족(Rockers)’들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라는 점만 빼곤 둘은 모든 면에서 대립을 이루었다. 로커족들은 머리를 길게 길러 머릿기름을 잔뜩 바르고, 가죽 재킷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육중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녔으며, (당연하게도!)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듣고, 헤로인을 복용했으며 ‘클럽 59’를 본거지로 삼았다. 반면 모드족들은 유별날 정도로 외모에 집착해 깔끔한 헤어스타일, 최신 유행의 옷차림으로 거리를 누볐으며 가죽 잠바 대신 파카를 주로 입었고, 모터사이클 대신 스쿠터(scooter)를 타고 다녔고, 록 음악 대신 모던 재즈나 리듬 앤 블루스를 주로 들었으며 헤로인 대신 암페타민(Amphetamine)이라는 각성제를 복용했으며 ‘카나비 스트리트 (Carnaby Street)’를 본거지로 삼았다.”

이쯤이 대충의 모드족에 대한 정의이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위해 여기를 방문하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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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rophenia movie” by [1].. Licensed under Wikipedia.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모드족의 시조라 할 수 있는 The Who 가 1973년 발표한 록오페라 앨범 Quaderphenia 를 기초로 만든 영화다. 그룹이 그들을 따라다닌 팬의 이야기를 기초로 썼다는 이 앨범은 그들의 걸작 Tommy 와 같은 하나의 컨셉트앨범으로 전체 앨범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이 영화는 그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 1964년 모드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는 Jimmy Cooper 는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다만 그것은 모드족의 생활이 유지될 만큼만 돈을 벌면 그만인 직장이다. 스쿠터, 음악, 친구들, 그리고 Blues 라 불리는 환각제 …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록커들과 사사건건 시비를 붙던 Jimmy와 그 패거리들은 급기야 길거리에서 몇몇 록커를 폭행하는데 그중에는 Jimmy 의 어릴 적 친구도 끼어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갈등은 동물들의 영역싸움과 다를 바 없는 거칠고 비이성적인 것이었다. 항상 이상한 패션과 음악에 심취해 있는 Jimmy를 부모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Jimmy 가 마음이 뺏겨 있는 Steph는 나름대로 Jimmy에게 호감을 보인다. Bank Holiday 에 브라이튼의 해변에 모드족과 록커족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두 진영은 심각한 패싸움을 벌이고 경찰이 출동하여 사태를 진압한다. Jimmy는 이 소요의 흥분에 젖어 Steph 과 골목길에서 성관계를 갖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법정에서 Jimmy는 우상이었던 Ace Face(The Police의 Sting)와 연대감을 느끼고 뿌듯한 마음에 집에 돌아왔지만 부모와 직장으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고는 직장을 때려치워 버린다. 그런데 이런 그를 환영해 줄줄 알았던 친구들이 웬일인지 Jimmy에게 시큰둥하고 그새 Steph 는 그의 친구와 어울려 다닌다. 상심한 Jimmy는 브라이튼으로 돌아가 그날의 승리감과 성적 쾌감을 곱씹어보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덧없는 희열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우상이었던 Ace Face 가 호텔 벨보이로, 조직의 순응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목격하고 뼈 아린 배신감을 느낀다.

http://www.modrevival.net/
http://en.wikipedia.org/wiki/Quadrophenia_(film)

Splash(1984), Mannequin(1987)

80년대 대중문화의 분위기를 표현하라면 무언가 잔뜩 부풀어 있고 유치한 듯 하면서도 흥겨웠던 분위기였다(물론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지극히 암울했지만). 특히 영미권의 대중문화는 흥겨운 뉴웨이브 음악, 어깨가 잔뜩 올라간 옷과 헤어밴드 등의 화려한 패션 등이 이러한 분위기를 한껏 부추겼다. 영화 역시 이 시기에는 팝적인 분위기가 만발하였고 많은 대중취향의 영화가 장르를 불문하고 코믹하고 경쾌하게 그려졌다. 여기 소개하는 두 편의 영화 모두 그러한 기운이 한껏 느껴지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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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ver2” by www.impawards.com. Licensed under Wikipedia.

Splash(1984)와 Mannequin(1987) 이 두 편의 영화는 당대의 스타였던 톰행크스, 앤드류맥카시, 다릴한나, 그리고 킴캐드럴(섹스앤더시티에서 밝히는 그 누님) 등을 주연으로 기용한 로맨틱코미디다. 이 두 영화는 또한 중요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바로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연인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Splash 에서의 히로인은 인어이고 Mannequin 에서의 히로인은 마네킹이었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Splash 는 잘 아시다시피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그리고 Mannequin 은 그러한 맥락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일종의 현대판 로맨스 동화인 셈이니 영화가 재미만 있다면 얼마든지 익스큐즈해줄 설정이고 실제로 두 영화 모두 재미는 보장한다. 한편으로 두 영화는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은막에서 재현하고 있는데 급진적인 여성해방론자라면 약간은 짜증이 날만도 한 스토리이다. 역시 다릴한나가 출연한 또 하나의 80년대 로맨스코미디 Roxanne 에서는 못생긴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성공하는 데도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 영화계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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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quin movie poster” by The poster art can or could be obtained from Metro-Goldwyn-Mayer.. Licensed under Wikipedia.

어쨌든 두 연인 모두 세간의 사람들에게 들킬 새라 조마조마한 사랑을 나누게 되고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개인적으로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떨어지지만 극의 밀도감이나 폭소를 자아내는 몇몇 에피소드가 뛰어난 Splash 가 더욱 맘에 든다. 또 결국 남자가 여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를 따른다는 점에서도 약간은 여성해방론자의 구미에도 맞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 Splash 에서 영화 마지막에 감미로운 주제가 Rita Coolidge 의 Love Came For Me 가 깔리면서 두 연인이 해저를 헤엄치면서 인어왕국으로 가는 장면은 제법 감동적이다. 한편 Mannequin 의 주제가는 그 유명한 Starship 의 Nothing’s Gonna Stop Us Now 이다.

Harold and Maude

영화역사상 가장 기괴한(?) 연인으로 기록될만한 자격이 있는 Harold 와 Maude 가 – 이 정도의 포쓰로 기괴한 연인으로 언뜻 생각나는 정도는 Ghost World 의 이니드와 세이모어 정도 – 펼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수시로 엄마나 소개팅 상대 앞에서 자살 연기를 펼치는 십대소년 Harold 의 또 하나의 취미는 낯선 사람의 장례식에 참가하는 것. 그런데 거기에서 똑 같은 취미를 가진 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어려보이기는(?) 하지만 낼 모레면 여든이 된다는 Maude 할머니. 수시로 남의 차를 훔쳐 타고 말라 비틀어져 가는 가로수가 불쌍하다며 숲으로 옮겨 심는 대담한 짓을 서슴지 않는 혈기왕성한 이 노인네는 죽음을 동경하는 Harold 와 달리 너무나 열정적인 삶의 예찬자이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감정은 마침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두 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영화에서의 이들의 사랑이 변태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배경, 삶에 대한 태도, 나이 등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두 캐릭터를 관통하고 있는 공통점, 이른바 경직되고 속물적인 부르주아적 가치관에 대한 냉소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정 때문이다. 이는 동시대 영화로 크게 논쟁이 되었던 Easy Rider 나 M.A.S.H 등이 보여주었던 시대정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가 선명하게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Maude 역을 맡은 Ruth Gordon 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연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을 당시 실제로 75세였던 이 노배우는 앙증맞은 표정, 발랄한 몸동작, 멋진 노래솜씨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Maude 의 캐릭터를 재현해내고 있다. 또한 상대역인 Harold 역의 Bud Cort 역시 장난기 넘치는 동그랗고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체제와 삶에 반항하는 질풍노도의 십대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배우의 호연은 삶을 거부하는 십대와 죽음을 거부하는 팔십대라는 선명한 대비 속에 펼쳐지는 갖가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통해 더욱 빛나고 있다. Harold 가 Maude 의 팔에 새겨진 문신(수용소에서 새겨진)을 발견하는 장면, 둘이 Harold 의 바보 같은 군인 삼촌 – 경직된 보수세력을 상징하는 – 을 속이는 장면, 가로수를 옮겨 심기위해 과속으로 달리면서 경찰을 따돌리는 장면 등은 이 영화의 명장면들이다.

In the Heat of the Night, The Thomas Crown Affair 등 문제작을 선보였던 Hal Ashby 가 감독을 맡았고 Cat Stevens 가 음악을 담당해주었다.

Silent Movie

폭음 때문에 경력을 망쳐버린 영화감독 Mel Funn(Mel Brooks)은 재기하기 위해 빅픽쳐스의 사장을 찾아간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신작은 바로 ‘무성영화’. 어이없어하는 사장에게 흥행을 위해 빅스타를 섭외하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리고는 어리숙한 동생들 Eggs 와 Bell 을 데리고 스타들에게 다짜고짜 쳐들어간다. 한편 빅픽쳐스를 합병하고자 노리고 있는 거대재벌 Engulf & Devour 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비겁한 수를 다 부린다. 그래도 그 와중에 Mel Funn 은 걸출한 스타들을 영입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영화는 성공을 거둔다. Marcel Marceau, Paul Newman, Burt Reynolds, Liza Minnelli, Anne Bancroft, James Caan 등 당대의 스타들이 Mel Funn 의 영입대상으로 실명 등장한다. 특히 Marcel Marceau 는 판토마임의 대가답게 아름다울 정도의 멋진 마임을 선보이고, Anne Bancroft 는 그 우아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이경규식의 눈깔 돌리기 묘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극 속에서처럼 실제로 무성영화이다.

Amazon Women On The Moon

사실 이 작품은 마치 TV 코미디물 ‘Saturday Night Live’ 처럼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일련의 단편희극으로 이루어져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 통일된 주제의 장편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Joe Dante, Carl Gottlieb, Peter Horton, John Landis, Robert Weiss 등 여러 감독들이 Carrie Fisher, Steve Guttenberg, B.B. King, Arsenio Hall, Michelle Pfeiffer, 기타 많은 배우들을 긁어모아 한번 웃어보자고 만든 작품이다. 각 단막극의 소재는 전산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연애풍속도, 신생아를 잃어버린 의사의 해프닝, TV 속에 갇혀버린 노인 등 각양각색인데 굳이 줄기 단막극이 있다면 50년대 컬트 SF ‘Cat Women Of The Moon’ 을 비꼰 ‘Amazon Woman On The Moon'(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다. 머리비우고 한번 킥킥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영화.

Happiness

‘행복’이라는 인간본연의 철학적 주제에 해당하는 거창한 제목의 이 영화는 과연 그 제목에 걸맞게 행복의 에센스를 파고들지는 못하였을지라도 우리가 어떻게 엉뚱한 것들을 붙잡고 행복이라고 우기고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우디알렌의 ‘한나와 그 자매들’을 연상시키는 세 자매의 에피소드를 축으로 그녀들의 부모, 남편과 애인, 그리고 이웃집 사람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첫째 언니의 남편이 지니고 있던 아동에 대한 동성애적 감정을 다소 호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개봉 당시 격론에 휘말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변태적 성욕을 지닌 아버지와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열한 살짜리 어린 아들 역을 맡은 소년의 연기였다. 그에 반해 허영의식에 찌들어 살던 그의 아내의 감정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이 없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결국 막판에 이 소년은 자위행위를 통한 오르가즘을 통해 ‘행복’에 도달하는데 보는 내 입장에선 약간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물론 소년의 잘못이 아니고 감독의 잘못이다. 그럴 거면 제목이 너무 거창했기 때문이다.

Clerks

비번인 가게 점원 Dante Hicks 는 12시까지만 가게를 봐달라는 사장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었다. 애인 Veronica 가 놀러왔는데 섹스 상대 숫자 때문에 싸우고 예전 애인이었던 Caitlyn 은 아시아 디자이너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완벽한 달걀을 찾는다는 손님은 바닥에 온통 계란을 늘어놓고 이상한 짓을 다하고 사장은 뒤늦게 먼 도시로 떠나버린 것으로 드러난다. 마틴스콜세스의 ‘After Hours’ 가 가게 안에서 펼쳐지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Dante Hicks 의 하루는 그야말로 엉망진창 그 자체다. Kevin Smith 에 늘 등장하는 ‘제이와 조용한 밥’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등장하고 ‘조용한 밥’ – Kevin Smith 본인 – 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침묵을 지키다 최후의 순간에 주인공에게 깨달음을 주는 몇 마디를 건넨다. 이런 저런 재치 있는 대화가 땅콩 까먹는 것 같은 재미를 주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