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iet Earth

아침에 눈을 떴는데 세상에 나만 홀로 살아남아있는 경우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이 영화가 그렇다. 과학자 Zac Hobson 이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평온한 기운과 달리 무언가 달라져있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 것이다. 거리에도 상점에도 그가 근무하는 연구소에도……. 지구상의 생명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원인은 바로 자신이 실험했던 새로운 에너지 발굴실험 탓이었다.

이제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황한 그는 이리저리 인간을 찾아 헤매다 이내 단념하고 혼자뿐인 세상에서 물질적 욕구를 폭식하는 쪽을 택한다. 그러나 그마저 이내 질려버리고 또다시 헤매다 결국 한 여인과 – 그가 사랑에 빠진 – 경계심이 강한 남자를 만난다.

세상에 셋 뿐인 인간관계. 그 기묘한 관계 속에서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고 사랑하다가 결국 Zac Hobson 은 지구를 온전히 원 상태로 돌려놓는 도전을 감행한다.

과학맹신주의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보다는 찰튼헤스턴의 ‘혹성탈출’이나 대니보일의 ‘28일 후’ 처럼 인간이라는 존재의 부재에 의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쪽에 더 강조를 한 작품이라는 것이 감상포인트다.

Pink Flamingos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이없음”이다. ‘이런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정말 이렇게까지 막가도 되는 거야?’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기고 야비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디바인, 계란을 너무 너무 좋아하고 아기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뚱뚱이 엄마, 디바인보다 더 못되기 위해 디바인을 처치하려는 악당 부부 등. 어찌 보면 백설 공주 엽기 판이 아닌가도 생각되는 이 영화는 ‘영화의 펑크락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비틀거리고 관객의 시선은 느닷없는 엽기로 인해 혼란스럽다. 파티에서의 스트립쇼(?) 부분에 가서는 드디어 “세상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 이전에 봤던 존워터스의 다른 작품 크라이베이비는 정말 양반이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의 다른 작품을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Slacker 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뽑으라면 이 작품을 뽑을 수 있다. 실력파 감독 Miranda July 의 원맨쇼 성격이 강한 – 주연, 감독, 시나리오 모두 혼자 소화해냄 – Slacker 보다는 더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면서도 잡아내기 쉽지 않은 감성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주인의 실수로 차 지붕에 얹힌 채로 고속도를 주행하는 금붕어, 음란한 채팅으로 백인여자의 맘을 흔들어놓는 흑인꼬마, 음란한 상상을 글로 적어 동네 소녀들이 보게끔 창밖에 붙여놓는 남자, 아이들에게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손을 태우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가 좋아서 주위를 뱅뱅 도는 주인공 등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이면서도 의외로 쉽게 마주칠 법도 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선댄스 필름 페스티발과 칸느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감독의홈페이지 http://mirandajuly.com/
네이버 영화소개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1589

What’s New Pussycat?

Whats new pussycat.jpg
By C@rtelesmix, Fair use, Link

1962년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전사로 올드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피터오툴이 뜻밖에도 1965년 우디알렌이 시나리오를 쓴 What’s New Pussycat?에서 바람둥이 패션에디터 마이클제임스 역에 도전하였다. 아름다운 약혼녀 캐롤(로미슈나이더)을 두고서도 바람기를 잠재울 길없어 이 여자 저 여자의 사이를 방황하는 제임스가 정신과 의사(피터셀레스)에게 요청을 하지만 이 의사 역시 한 바람기하기 때문에 결국 상황은 계속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만 간다. 피터오툴의 천역덕스런 바람둥이 연기도 볼만하지만 가장 뛰어난 코미디언이라는 찬사를 받는 피터셀레스의 과장된 연기가 압권이다.

Double Indemnity

영화의 제목인 이중배상은 보험계약상의 조항으로 보험가입자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두 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조항이 있는지 또는 있다가 폐지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제목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이 영화에서는 주요한 키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다.

레이몬드챈들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명장 빌리와일더가 감독한 이 영화는 한 보험대리인과 아름답지만 야심만만한 여인과의 만남이 어떻게 비극적으로 사태를 몰고 가는지에 대한 집요한 고찰을 통해 이러한 장르의 영화들의 전형을 만든 걸작이다.

백만장자 남편을 죽여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여인 필리스디트릭슨과 그에 협조하는 보험대리인 월터네프의 살인은 완전범죄로 결말내어지는 듯하나 영리한 보험조사관이자 월터의 상관인 바튼이 개입되기 시작하자 그들의 사건은 꼬이기 시작하고 두 공모자는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80년대초 로랜스캐스단에 의해 만들어진 바디히트 역시 이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스릴러다. 두 영화를 비교하여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악녀 역으로는 아무래도 바디히트의 캐더린터너 쪽이 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