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And Lyrics

이런 저런 코드들이 혼합되고 재탕되어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난 모자이크 같은 영화다. 타이틀곡 Pop Goes My Heart 는 제목이 Men Without Hats 가 부른 80년대의 히트곡 Pop Goes The World 가 생각나게 하고, 퇴물스타가 다시 빛을 발한다는 설정은 방화 ‘라디오스타’를 연상시키고, 80년대 노스탤지어와 드류 배리모어의 결합은 Wedding Singer 를 떠오르게 한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소재의 재탕은 그리 욕먹을만한 꺼리가 아니다. 요는 로맨틱코미디의 성공 포인트는 어떻게 관객들을 가슴 졸이게 하고 마침내는 새로운 연인의 탄생에 자연스럽게 박수를 치게끔 만드는 것인가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하였다 할 수 있다. 어느새 로맨틱코미디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의 결합만으로도 이야기꺼리가 충분한 마당에 80년대 퇴물스타의 화려한 복귀라는 설정은 극적긴장감을 더욱 극대화시켜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심심풀이로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극중에서 80년대 가수들끼리 권투시합을 벌이게 해 팝계로의 복귀를 도와준다는 발상은 실제로 영국에서 80년대 가수들의 앨범발매를 상품으로 걸고 방영했다는 리얼리티쇼를 연상시키지만 그 경쟁에 참여한 이들이 새 앨범을 내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ABC를 비롯하여 많은 80년대 밴드들이 여전히 Here N Now 라는 타이틀을 걸고 영국 순회공연을 갖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80년대 노스탤지어의 자극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고 그 노래에 흥겨워하는 관객이 있다면 커다란 상업적 성공은 부차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광경을 1년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목격했다. Obsession 이라는 히트곡으로 한때 차트를 점령했던 Animotion 이라는 밴드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멤버들이 직접 악기들을 나르면서도 소수의 관객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래하던 그들의 모습에서는 충분히 음악인으로서의 충만감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상업적 성공이 따라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당시의 Animotion 의 멤버들에게는 그 장소와 그 시간 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 말았지만 같은 이치로 휴 그랜트라는 배우를 바라본다면 그는 그 나름대로의 현재의 연기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Maurice 라는 야릇하면서도 지적인 영화를 통해 팬들의 인지도를 얻었지만 이후 로맨틱코미디로 노선을 선회한 이 명문대 출신 영국 배우는 좀 더 진지한 작가영화의 배역을 맡기지 않더라도, 또는 극단적으로 차기 007이 되지 않더라도 한번 씩 웃고 말 것 같다. 관객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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