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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Slacker 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뽑으라면 이 작품을 뽑을 수 있다. 실력파 감독 Miranda July 의 원맨쇼 성격이 강한 – 주연, 감독, 시나리오 모두 혼자 소화해냄 – Slacker 보다는 더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면서도 잡아내기 쉽지 않은 감성을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주인의 실수로 차 지붕에 얹힌 채로 고속도를 주행하는 금붕어, 음란한 채팅으로 백인여자의 맘을 흔들어놓는 흑인꼬마, 음란한 상상을 글로 적어 동네 소녀들이 보게끔 창밖에 붙여놓는 남자, 아이들에게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손을 태우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가 좋아서 주위를 뱅뱅 도는 주인공 등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이면서도 의외로 쉽게 마주칠 법도 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선댄스 필름 페스티발과 칸느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감독의홈페이지 http://mirandajuly.com/
네이버 영화소개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1589

Slacker

어렸을 적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자잘한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끝에 건널목에서 그 사람들이 다 모여서 끝을 맺는 그런 영화형식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이런 내 상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영화가 있는데 Richard Linklater 의 1991년 작 “게으름뱅이(Slacker)”가 딱 이런 작품이다. 영화의 고갱이가 되는 플롯은 없다. 카메라는 그저 거리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를 파 헤집고 다닐 뿐이다. 어수룩한 강도, 혁명을 회상하는 노인, 길가는 사람들에게 음모론을 전파하는 룸펜, 유명 연예인의 대변이라며 이를 팔려는 여인(위 사진)등…….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영화로 완성된다. 영화제작비는 2천만 원 약간 넘게 들었다 한다. 물론 8백만 원 들었다는 엘마리아치도 있지만 아무튼 상당히 저렴하게 90년대 독립영화 최고의 문제작을 만들어냈으니 남는 장사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던 감독의 이후 필르모그래피는 줄리델피 주연의 ‘해뜨기 전에(Before Sunrise)’에서부터 잭블랙의 스쿨오브락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