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무방비 도시(Roma, Città Aperta / Open City)

로베르토로셀리니의 1945년 작품인 이 영화는 마치 에릭홉스봄의 20세기 역사를 다룬 명저 ‘극단의 시대’를 영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파시즘과 나찌즘이 극에 달하던 시기 로마에서 저항운동을 펼치던 공산주의자들의 투쟁을 그린 이 영화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식의 사회주의 네오리얼리즘의 큰 축을 이룬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주의 : 이하 스포일러 있음>

극의 줄거리는 크게 반독 항쟁을 벌이고 있는 공산주의자 만프레디, 저항활동을 후원하는 돈피에트로 신부 – 무신론적 공산주의와 보수적 카톨릭 사이의 갈등은 보편적인 현상이었지만 둘 모두 천년왕국에 대한 확신이 있으며 집단윤리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친화성도 무시할 수 없으며 평사제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호의감도 충분한 개연성을 가질 것이다 – , 그리고 만프레디를 사랑하는 배우 마리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는 1928년에 그의 아내가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 결코 그녀와 살지 않았다. 여자를 멀리하는 것은 혁명가의 철칙이다.” – 칼파나 두트

마치 사제서품을 눈앞에 둔 성직자의 각오를 연상케 하는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주장에서 언급되는 혁명가의 연애관은 만프레디와 마리나의 연인관계는 만프레디의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한다. 투사도 인간일진데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쓸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혁명과 욕정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화해할 수 없었나보다.

페데리코 펠리니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이 영화는 이후 “전화의 저편”, “독일 영년”과 함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3대 전쟁 영화이기도 하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