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ty Loops 내한 공연 後記

12월 첫날인 오늘 한해의 마지막달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서울 한복판에 짧은 폭설이 쏟아졌지만, 11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Dirty Loops의 공연이 있었던 홍대 앞에는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렸다. 공연장인 V홀은 홍대의 중심가 상가의 지하3층에 위치해있었다.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장소였다(한국인 특유의 안전 불감증으로 이내 이런 불안감은 사라졌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좁고 길게 스테이지, 스탠딩, 좌석 등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였다. 스탠딩 티켓은 구매 순서대로 입장을 시키겠다는 것이 당초의 약속이었으나 이런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공연장 도착도 공연시간인 6시에 겨우 30분 전인지라 이미 앞쪽은 관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들려오는 음악은 예열 음악은 Steely Dan. 역시 째즈-휴전 계열의 뮤지션의 공연이란 것을 감안한 것일까? 기다리는 와중에 들려오는 두 백인 청년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를 닮은 친구가 Dirty Loops를 모르는 듯한 청년에게 그들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었다. 저커버그는 밴드의 싱어가 “젊은 프레디 머큐리”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친구가 “프레디 머큐리가 누구냐”고 반문했고 놀란 저커버그는 “퀴이이인~~”하고 면박을 주었다. 각설하고 Tenacious D의 내한 공연 소식 등이 스크린에 몇 개 소개된 후, 공연은 거의 정확히 6시에 시작되었다. 밴드의 등장음악은 좀 생뚱맞게 80년대 액션 드라마 맥가이버의 테마 음악. 무대에는 3인조 이외에 추가적으로 신디싸이저 연주자 한 명이 더 있었다.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시작된 공연은 잠깐 동안의 멤버의 인사말과 농담들을 제외하고는 – 보컬 조나 닐슨의 소개에 의하면 어제의 서울 공연이 그들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다고 한다 – 한 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빽빽하게 이어졌다. 그들의 데뷔 앨범 Loopified를 중심으로 한 선곡에 새로운 프로젝트의 신곡도 섞여 있었다. 사운드는 베이스가 강조되는 와중에 간간히 벙벙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보컬이 간혹 묻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맘에 들었다. 연주와 보컬은 스튜디오 앨범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이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물론 이런 상황은 이제는 프로그래밍이라고 표현하며 정당화되는 신디싸이저 등을 활용한 사전녹음도 한몫 할 것이지만).

간간히 들려주는 각각의 멤버들의 즉흥 연주는 역시 세션맨 출신이라는 경력에 어울리게 신기에 가까운 연주들이었다. 애초에 이들의 공연을 기다리며 기대한 즉흥 연주는 Hit Me 뮤직비디오에서 6현의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놀려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베이스 주자 헨릭 린더의 연주였으나 – 물론 그의 현란한 베이스 연주는 아주 맘에 들었다 – 정말 맘에 들었던 즉흥 연주는 드러머 아론 멜러가드의 드럼 연주였다. 통상의 배치와 달리 무대 오른 쪽 상단에 위치한 드럼 키트를 거의 다 박살내버리겠다는 듯이 두드려대는 신명나는 드러밍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역시 드럼머쉰보다는 이러한 드러밍이 더욱 음악을 신명나게 하는 요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안정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진 것에는 당연히 보컬의 역할이 컸다. 키보드와 보컬을 맡은 조나 닐슨은 이번 서울 공연이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막힘없는 놀라운 보컬 실력을 공연 내내 유지했다. 특히 머라이어 캐리의 특기로 유명한 돌고래 소리를 거의 어려움 없이 계속 뽑아낼 정도로 인상적인 성대의 소유자였다(지난 번 머라이어 캐리의 공연에 실망했던 이들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한 시간 정도 공연을 하고 내려간 이들은 관중의 앵콜 연호에 크게 애태우지 않고 1분여 만에 바로 올라와 앵콜곡을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예상대로 그들의 최대 히트곡 Hit Me.

오늘은 당초 어제로 예정되었던 CHVRCHES의 공연이 있을 예정인 만큼 시절이 좋아져서 데뷔 앨범을 내놓은 밴드들이 실시간으로 단독 내한 공연을 가지게 되고 외국에서의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밴드 구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 물론 이럴 수 있는 것은 신디싸이저의 덕택도 크지만 – 한국의 음악 구매력이 어느 정도는 해외 공급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쨌든 당초 처치스와 더티룹스와의 공연 스케줄이 겹칠 때 잠시 고민하다가 더티룹스로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라이브가 더 박력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공연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다. 2집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밴드 중 하나다.


예상대로 누군가 어제 공연의 비디오를 찍어 이미 유투브에 올렸다(신인이라 그런지 비디오 촬영을 전혀 말리지 않았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