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밤의 어느 공연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각종 락페스티벌은 영국팝을 좋아하는 나이든 음악팬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행사였을 것이다. 지산에서는 Radiohead와 Stone Roses, 펜타포트에서는 Manic Street Preachers, 슈퍼소닉에서는 Tears For Fears 와 New Order 등등. 이들의 전성기는 아니지만 직접 해외 공연장을 찾아가지 않는 한, 육안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물들이 남한땅에 속속 투척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었던 이들은 Stone Roses와 New Order. 하지만 노구(!)를 이끌고 모든 공연을 쫓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나 불가피하게 여러 함수를 고려하여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 결과 도심에서 공연하고 단시간 내에 좋은 공연을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슈퍼소닉을 선택했다.(Ian Brown 형 다시 와야 돼!) 이틀에 걸쳐 진행된 페스티벌에서 New Order가 공연을 하는 스테이지는 8월 15일의 슈퍼스테이지.

이 스테이지가 특히 맘에 들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밴드 Tears For Fears와 신진 일렉트로닉 그룹 중 가장 맘에 드는 밴드인 Foster The People을 함께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앞에 고고스타란 밴드와 The Vaccines란 밴드들의 공연이 있었지만 체력안배를 위해 이들 밴드들은 패스하고 5시 20분부터 시작한 Foster The People 공연부터 관람했다.

Foster The People 의 공연은 한마디로 젊은 혈기의 활기참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특히 리드싱어는 타악기, 건반, 기타, 샘플링, 춤 등 보컬 이외에도 다양한 악기들을 직접 연주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의 히트곡 Helena Beat, Houdini 등이 포함된 공연은 역시 또 다른 인기곡 Pumped Up Kicks로 막을 내렸다. 히트곡과 나머지 곡들의 수준편차가 있는 게 흠이었지만 실력이 탄탄한 밴드라는 것을 증명한 공연이었다.

Tears For Fears. Curt Smith가 트위터 활동을 열심히 하는 관계로 괜스레 가깝게 느껴지는 추억의 밴드. 처음에는 약간 빈 듯한 느낌의 퍼포먼스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Roland Orzabal의 압도적인 보컬실력이 무대를 꽉 채워나갔다. 오랜 음악활동만큼이나 많은 히트곡들 덕에 Foster 와는 다른 레벨의 공연이었는데, 특히 새삼 TFF의 멜로디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드라마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마워요 TFF.

체력안배를 위해서 Foster 는 2층의 관람석에서 봤고 TFF는 스탠딩으로 내려왔지만 앞에 커다란 서양친구가 버티고 있는 바람에 그리 시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New Order 공연 전에는 일찌감치 반대편 스탠딩으로 갔는데, 놀란 것이 10대 소녀팬들이 잔뜩 스탠딩의 펜스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생일대의 공연이니만큼 New Order의 골수팬들이 모여들었겠지만 10대 소녀팬들의 존재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느낌이었다.

New Order의 공연은 같이 간 아내도 같은 의견이었지만 이전 두 공연을 압도하는 파워 있는 공연이었다. Bernard Sumner 옹은 공연 내내 기타를 연주하였으며, 그 포지션에 맞게 New Order 의 곡들 중에서도 기타연주가 많이 포함된 초기와 후기 노래를 적절히 섞어 불렀다. 그런 관계로 하우스 음악을 선보였던 Technique앨범에선 선곡이 되지 않았다(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 하지만 명불허전 새질서의 공연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이전의 두 공연을 다음 공연을 의식한 탓인지 1시간 정도의 짧은 공연에 앵콜도 없었다. 하지만 New Order 공연은 1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의 환호에 답하여 두 곡의 앵콜곡을 선물했다. 앵콜곡은 그들의 마음의 고향 Joy Division의 곡들 Transmission과 Love Will Tear Us Apart. 자막에는 “Forever Joy Division”이란 문구가 뜨는가 하면 Ian Curtis의 사진이 떠 변함없는 그들의 우정을 표시했다.

아름다운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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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바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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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ster The People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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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 중 야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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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For Fears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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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Sum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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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장면

아름다운 여름밤의 어느 공연”에 대한 6개의 생각

  1. mikstipe

    Sticky님 역시 오셨었군요…^^;; 저도 2일간 취재땜에 계속 있었어요. 뉴 오더와는 인터뷰도 직접 했구요. ^^ 인터뷰때는 그냥 노쇠한 할아버지같던 버나드가 무대에서는 쌩쌩하게 연주하시고 노래하시니 정말… 인터뷰는 핫트랙스 매거진 9월호 발행 이후에 제 블로그에 포스팅할꼐요. 근데 그 인터뷰 땜에 티어스 포 피어스는 달랑 끝에 3곡밖에 못봤어요…흑…ㅠㅠ

    1. sticky

      mikstipe님이 취재진으로 사진 찍는 동안 뒤에 있었습니다. 인사할까 하다가 일면식도 없는 녀석이 인사하면 뻘쭘할 것 같아 안 했지요. 그나저나 뉴오더 님들을 직접 알현할 수 있는 기횔르 갖게 된다면 그깟 티어스포피어스 공연 놓치는 것쯤이야!

  2. Bernard

    저는 국내 공연이 8/15 였던지라..그날 회사에 꼭 나와야 했었던 관계로, 아예 전주에 일본으로 다녀왔습니다. 거기선 앵콜은 없었습니다. ㅜ.ㅜ 영상은 거의 비슷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이어서인지 일본노래를 한곡 불렀죠. 알수없는 노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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