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ng Of Four 공연 후기

올해로 Gang Of Four의 기념비적 앨범 Entertainment!가 발매된지 30년이 되었다. 갱 오브 포는 이를 기념하여 몇회의 영국 순회 공연을 벌였는데 그중 런던 공연에 다녀왔다.

공연장은 The Forum으로 켄티시 타운에 있다. 이곳은 과거에는 타운 앤 컨트리 클럽이란 이름으로 유명했는데 현재는 이름이 바뀌었다. HMV한테 먹혀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이전에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20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네임드 뮤지션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공연장이다.

문은 7시쯤 열렸고 갱 오브 포의 공연은 9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다. 조명이 꺼지고 기타리스트인 앤디 질과 프론트맨인 존 킹이 차례로 등장했다. 오리지널 멤버는 둘 뿐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핵심멤버가 그 둘이니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존 킹은 키가 겅중하고 크고, 비쩍 마른, 조금 무서운 얼굴을 한 사람이었고, 앤디 질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얼굴이었다.

50줄에 접어든 아저씨들이었지만 에너지만은 엄청났다. 무대에는 3개의 마이크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존과 앤디가 그 사이를 활보하며 노래를 불렀다. 앤디의 포지션은 기타지만 갱 오브 포의 곡 중에는 코러스가 두드러지는 곡이 많고, 존과 앤디가 주거니 받거니 노래하는 곡도 많기 때문에 앤디도 노래를 많이 불렀다.

엔터테인먼트! 앨범의 30주년 기념 공연 답게 엔터테인먼트!의 수록곡을 많이 불렀다. 30년 전 노래를 부르다 보니, 멤버들 마음도 30년 전으로 돌아갔는지, 존 킹은 상당히 격한 (?) 춤사위를 보여주기도 했고, 앤디 질은 기타 연주 중에 현란한 스텝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간엔 존 킹이 노래를 하며 몽둥이로 전자렌지를 부수는 퍼포먼스도 보여줬는데, 아직까지도 이것의 의미를 모르겠다. 심지어 전자렌지는 작동 중인 것이었다. 나는 맨 앞 줄에 서 있었는데, 저거 저러다 터지는 거 아닌가 노심초사하며 그의 퍼포먼스를 지켜보았다. 퍼포먼스는 존 킹이 박살난 전자렌지를 무대와 관객 사이의 빈 공간에 집어던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개인적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밴드가 I Parade Myself와 Anthrax를 부를 때였다. I Parade Myself는 그다지 유명한 곡이 아니라 관객의 반응이 시큰둥해서 조금 속이 상했다. 반대로 Anthrax는 앤디의 기타 인트로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이 신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리듬섹션이 울려퍼질 무렵에서 거의 정신을 놔 버린 것 같다. 이 곡을 듣게될 거란 걸 알았음에도 막상 라이브로 들으니까 더 신이났다. 정말 멋진 곡이다.

Not Great Men이나 At Home He’s A Tourist, I Love A Man In A Uniform, To Hell With Poverty! 같이 유명한 곡을 연주할 때는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떼창을 했는데, 싱어롱용 팝송이 아님에도 관객들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갱 오브 포가 혁신적인 포스트 펑크 밴드로 유명하긴 하지만, 카탈로그의 면면을 살펴보면 캐치하고 댄서블한 곡이 많다. 이건 당시 포스트 펑크 씬의 전반적 분위기이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포스트 펑크란 장르가 이렇게 까지 오래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게 이 때문인 것 같다. 단지 실험적이기만 했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메인세트의 마지막 곡으로 데뷔 싱글인 Damaged Goods를 연주했는데 이때 관객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첫번째 절부터 마지막 백킹 보컬까지 정말 한 소절도 놓치지 않고 따라불렀다. 그동안 가장 유명한 갱 오브 포의 곡이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솔직히 그렇게 기대를 안 했던 공연이었는데, 공연을 보고나서는 마음이 180도 바뀌었다. 왕년의 스타들이 왕년의 히트곡 부르면서 옛날 생각하는 공연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30년된 곡들이 정말 신선하게 들렸고, 존 킹은 열과 성을 다해 노래를 불렀으며, 앤디 질의 카랑카랑한 기타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잠시나마 편견을 가졌던 게 미안할 정도로 공연은 멋졌다. 한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갱 오브 포였는데, 공연을 본 덕분에 다시 팬심에 불이 붙었다. 한동안은 이 공연을 추억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세트리스트:

Return The Gift
Not Great Men
Ether
We Live As We Dream, Alone
I Parade Myself
What We All Want
?
Anthrax
He’d Send In The Army
At Home He’s A Tourist
Hero
Glass
Natural’s Not In It
Damaged Goods
5:45
I Love A Man In A Uniform
Paralysed
I Found That Essence Rare
To Hell With Poverty!

Gang Of Four 공연 후기”에 대한 3개의 생각

    1. schattenjager

      공연보다 좋아서 죽을뻔 했습니다ㅠㅠ*
      그리고 공연본 뒤 필받아서 제가 요즘 하루죙일; 갱옵포 자료를 탐색 중인데 아저씨들 새앨범 작업 중이시라고해요. 작년에 싱글도 발매됐었는데, 들어보니까 여전히 쫀득쫀득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게 정말 좋더군요. 재결성한 밴드 중에는 영 실망스런 결과물을 내놓는 밴드가 많던데, 갱옵포는 여전한 거 같아요. 기대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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