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 80년대의 여성그룹들

이 글은 과거 popi.com 시절 JH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친히 써주신 칼럼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바이다.

The Go-Gos - Belinda Carlisle, Kathy Valentine and Gina Schock.jpg
The Go-Gos – Belinda Carlisle, Kathy Valentine and Gina Schock” by Ron Baker (Kingsnake) from Austin, Texas – The Go-Go’s.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Commons.

’80년대 그룹’이라는 단어만 듣고 여성그룹을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만치 이 시기에 여성 그룹들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았었는데요, 90년대에 모든 장르에 걸쳐 남성 뮤지션들보다 여성 뮤지션들이 더 돋보이는 활약상을 펼쳤던 것과 대조해보면 80년대의 여성 뮤지션들은 (물론 개중에도 그 나름대로 독특한 음악 세계를 선보였던 가수들도 있으나) 남성들과 비교될 만큼 높은 지지도를 확보하진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인기를 얻었던 여성가수들도 상당수가 마돈나를 위시한 미모를 내세운 소모성 댄스가수가 아니면 휘트니 휴스턴으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발라드 가수들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더욱이나 여성 그룹으로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았었죠. 기껏 인기있던 그룹들을 대봐도 당시 남성 그룹들의 인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고, 그나마 그들의 인기는 싱글 히트곡들로 대변될 뿐 (음악적인 수준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앨범 간의 경쟁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남성 뮤지션들처럼 뼈대굵은 음악성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80년대의 물결에서 빼놓으면 안될 좋은 곡들이 많았다는 걸 느끼게 되는군요. 그래서 오늘은 80년대의 여성그룹들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저만 해도 많은 그룹들을 좋아했던 터라 간만에 듣게 되는 정든 노래들이 많네요…

우선 80년대 무수한 남성 록밴드들의 물결에서 처절하게 애썼던 여성 록그룹들을 만나보자면…

1. Go-Go’s – We Got The Beat (1982)
70년대의 전설적인(이 그룹을 소개할 때는 꼭 이 말이 붙더군요) 여성 록밴드 런어웨이스의 추종자임을 과시하며 등장했던 고고스는 80년대 초반 가장 전도유망한 여성그룹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들이 한창 인기있을 80년대 초 당시의 음악들(Beauty and the Beat, Vacation 앨범의 수록곡들)은 록이라고 부르기 다소 민망할 만큼 가볍긴 하지만, 등장 당시만 해도 록을 시도하는 여성 그룹들이 많지 않던 시기라 주목을 끌었었죠. 런어웨이스처럼 강렬하진 않았으나 멤버들이 직접 연주를 하고 여성의 섬세함을 잘 살린 팝스타일의 록(록스타일의 팝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몰이…
그러나 여성그룹들이 지닌 메리트인 동시에 고질적 한계였던 ‘신선함의 고갈’은 곧 인기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팝이나 다름없던 싱글들은 그들을 인기 정상에 올린 동시에 쉽게 끌어내리게 되었죠. 팝/록 밴드로서의 이미지는 70년대 후반 펑크를 들고 등장할 당시보다 약발이 강했으나 그만큼 빨리 떨어졌던 셈… (지금 들어봐도 70년대가 아닌, 80년대 고고스의 음악을 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곤 합니다.) 이들이 등장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들었던 데는 일단 ‘보기 드문 여성 록밴드’라는 희소성과 (90년대의 뮤지션들과 비교해볼 때 한결 강도가 약하지만) 그들이 표방했던 페미니즘적인 가사들이 한몫했을 듯 합니다.
80년대 중반 해체 된 후 벨린다 칼라일은 솔로로 멋지게 재기했고, 제인 위들린 또한 “Rush Hour”란 다소 닭살돋는 곡으로 잠시나마 인기를 얻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고고스 원조 멤버들이 다시 재결합을 시도하기도 했었죠…
“We Got The Beat”은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으로 1982년 싱글차트에서 2위까지 진입하며 성공을 거둔 곡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곡은 런어웨이스 출신이었던 조안 제트의 “I Love Rock And Roll”에 밀려 5주간 2위에만 머물다 하락했다네요…) 곡 전체에 걸쳐 강렬하다기보단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는데 언제 들어도 흥겹긴 합니다.

2. Bangles – Hazy Shade Of Winter (1987)
전에도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지만 전 뱅글스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데 정확히 말하면 수재너 홉스를 싫어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 합니다. 이들의 음악 스타일은 듣기 싫지 않았지만 수재너 홉스의 분위기 없는 보컬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들의 곡들을 일부러 안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In your room”처럼 수재너 홉스의 보컬이 많이 등장하는 곡은 정말 노골적으로 싫어했으며 “Eternal Flame”이라는 감미로운 발라드조차 ‘사만사 폭스가 불러도 저거보단 분위기 있겠다’라며 구박을 했었죠.
그러나 제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뱅글스는 비록 평가면에서는 고고스와 같은 호평을 받지 못했으나, 인기면에서는 그네들을 훨씬 앞질렀습니다. 수재너 홉스를 프론트걸로 내세우고 런어웨이스 출신의 베이시스트까지 영입하며 체계를 갖춘 뱅글스는 고고스보다 더 팝적인 형태의 록음악을 선보였던 ‘무늬만 록’ 밴드였지만 고고스 해체 후 80년대 중반 몇 안되는 인기 여성그룹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승승장구…
“Hazy Shade Of Winter”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을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그들의 곡 중 그나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물론 그 이유는 수재너 홉스의 보컬이 별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인데, 비록 노래 수준은 그리 훌륭한 편이 못 되나 아가씨들의 고운 화음 덕택에 곡의 분위기가 좀 더 밝아지긴 했습니다. 원곡과 비교했을 때 좀 더 강렬해졌고 뱅글스의 화음이 곡의 멜로디를 맛깔스럽게 잘 포장하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이면 종종 생각나는 곡. (그러고 보니 이 곡도 2위까지 올랐다 떨어졌네요…)

3. Vixen – Edge Of A Broken Heart (1988)
고고스와 뱅글스는 그 희소성면에서 80년대의 대표적인 여성 록커들로 손꼽히긴 하나 지정한 록커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들 합니다. 비록 윌슨 자매가 이끄는 하트가 활약하긴 했지만 사실 80년대 중반까지 70년대의 런어웨이스에 비견될 만한 거물 록그룹은 등장하지 않았었죠. 이 시점에서 80년대 후반 등장했던 빅센은 고고스나 뱅글스에 비해 그리 큰 인기를 얻진 못했으나 런어웨이스의 충격을 그리워했던 많은 록팬들에겐 깜짝 선물이나 마찬가지! 메탈의 요소를 양념한 듯한 록/팝(쓰는 사람이 록에 대해 무식하므로 이 이상의 구체적인 표현은 불가) 밴드로서 고고스나 뱅글스보다 한층 강렬해진 사운드를 선보이며 잠시나마 고정 팬들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자넷 가드너라는 보컬리스트의 가창력은 하트의 윌슨 자매처럼 대성할 수 있는 재목감이란 극찬을 받기도…
“Edge Of A Broken Heart”는 이들의 히트곡으로 귀에 쏙 들어오는 대중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연주가 어렵잖게 하트의 곡들을 연상시킵니다. 이색적인 사실은 이 곡의 작곡자가 리차드 막스라는 점… 듣다 보면 정말 신나는 곡…^^

4. Klymaxx – I Miss You (1985)
앞의 세 밴드들이 록그룹으로 분류되는 건 아마도 곡 자체보다는 멤버들이 직접 연주를 담당한다는 데 높은 평가를 둔 결과인 듯 싶습니다. 앞의 밴드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로! 록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나 팝음악을 하면서도 멤버들이 연주를 담당하며 음악적인 토대를 갖추고자 했던 밴드가 있었으니 바로 클라이막스…
6인조로 구성된 클라이막스는 79년 결성되어 80년대 중반 이 곡으로 이름을 알렸던 여성 밴드였습니다. 초창기에는 이들도 록으로 시작했지만 80년대에 들어서자 록적인 요소는 전혀 없이 말 그대로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을 잘 살린 팝발라드로 승부를 걸었죠. 결과는 성공으로 이 곡 “I Miss You”가 싱글차트에서 5위까지, 연말 결산차트에서 3위까지 오르며(이 곡은 히트할 당시의 싱글차트 성적보다 Yearly chart에서의 성적이 더 좋았던 몇 안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름을 알렸죠. 이들의 또다른 히트곡 몇 곡이 있지만 모두 이 곡과 비슷한 풍으로 80년대 후반 성인층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팝발라드풍의 곡들입니다… 오랜만에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데 사실 멜로디도 단순하고, 이렇다할 독특함은 보이지 않지만 듣기엔 참 좋네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비록 80년대 여성그룹 가운데서는 위에 언급한 여성 록밴드들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흑인 그룹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연주가 아닌 보컬에 중점을 둔 그룹들이다 보니 평론가들의 관심면에서 그닥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싱글차트에서는 흑인 여성그룹들도 제법 잘 나갔습니다. 90년대 초반 엔 보그와 TLC를 선봉장으로 밀어닥친 흑인 여성그룹의 붐은 앞세대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5. Pointer Sisters – I’m So Excited (1983)
게이컬처의 대표주자로도 인식되는 댄스 플로어의 스타로 도나 서머와 다이아나 로스가 있었다면 이쪽 동네의 그룹으로서는 단연 포인터 시스터즈를 들 수 있겠죠. 적어도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전반에 걸쳐 이들을 능가할 흑인 여성그룹은 없었습니다. 본래 4인조로 출발했던 포인터 家의 네 자매들은 어린 시절부터 (목사집 딸들답게) 가스펠을 익히며 음악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프로세계에 뛰어들며 디스코와 댄스, R&B 등 끈적하지 않으면서 박력있는 음악들을 혼합해 경쾌한 보컬로 멋지게 불러제꼈죠. 이러한 특징은 이들의 최대 히트곡인 “Jump(For My Love)”에서도 잘 드러나죠…
이들은 80년대 초반 내놓는 곡들마다 R&B 차트에서 빅히트를 거두며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이들의 히트곡 “I’m So Excited”는 본래 싱글차트에서 Top 40권에서 하락했다가 새롭게 리믹스된 버전으로 다시 발표되며 Top 10에 진입했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간간이 들을 수 있는 곡이죠. 빠른 템포에 세 자매(70년대 말 한 명이 솔로 데뷔차 탈퇴)의 박진감 넘치는 보컬에서 남성 못지않은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메인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는 영락없이 인순이 아줌마를 연상하게 하죠.)
그러나 비디오적인 요소나 음악적인 신선함 없이 다소 구태의연하게 기존 히트곡들의 풍을 계속 답습하는 이들의 인기는 80년대 중반 백인들의 팝음악 붐 속에서 서서히 사그라들어 요새는 활동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군요. 노래 참 잘하는 그룹인데… (이들을 보면 노래하는 재주도 타고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한참 잘 나갈 때 탈퇴한 멤버가 재가입을 원했으나 다른 자매들이 저 혼자 먹고 살겠다고 배신때린 주제에 낯짝도 두껍다며 거절했다는 소문…)

6. Sister Sledge – Frankie (1985)
포인터 시스터즈에 관해 얘기하면 으레 라이벌처럼 비교되는 시스터 슬레지… 포인터 시스터즈보다 먼저 데뷔했지만 그만치 빨리 잊혀졌던 시스터 슬레지 또한 70년대 말 디스코의 불꽃 속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보컬그룹입니다. (흑인 여성 4인조) 포인터 시스터즈가 흑인 그룹이면서도 R&B에 댄스를 첨가한 형태의 곡들로 메인스트림 팝 차트에서도 성공을 거둔 그룹이었다면 시스터 슬레지는 그들보다 훨씬 더 흑인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그룹이었죠. 휘트니 휴스턴이 불러 히트시킨 “All The Man That I Need”의 원곡을 부른 것으로도 알려졌다시피 끈적한 R&B 발라드에도 능했고 70년대 말에는 도나 서머 못지않은 순수 디스코의 추종자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떠올리면 80년대보다는 역시 70년대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80년대에도 이들이 두손 놓고 놀고 있었던 건 아니구요, 80년대 이들의 가장 큰 히트곡인 이 곡 “Frankie”와 같은 가벼운 R&B 곡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곡은 1985년 영국 싱글차트에서 4주간 1위 기록.) 보컬면에서 포인터 시스터즈처럼 강렬함이 없는 대신 흑인들 특유의 유연함이 잘 느껴지는 보컬이라 이런 스타일의 곡이 잘 어울리는 듯…. 상큼한 화음과 색소폰 연주가 흥겨움을 배가시키네요. 경쾌하고 리듬감이 잘 살아있는 곡을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

7. Mary Jane Girls – In My House (1985)
앞의 두 그룹만큼 흑인음악을 충실히 계승했다고는 볼 수 없으나 R&B 댄스풍의 곡들과 섹시한 컨셉을 주무기로 80년대 중반 잠시 반짝했던 그룹 메리 제인 걸스. “In My House”라는 Top 10 히트곡으로 반짝 인기를 얻은 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간 그녀들은 탄탄한 보컬 실력이 뒷받침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의 수명차를 가장 현격히 보여줬던 사례가 되어버렸습니다. 후에 테리 루이스와 작업을 시도했으나 수포로 돌아간 뒤 흐지부지…
그러나 다소 유치뽕한 전자음향이 판을 치는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신나네요…^^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상큼함이라니…

8. Salt-N-Peppa – Push It (1986)
흑인 여성그룹이라고 해서 앞에서 언급한 보컬그룹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죠. 특히 솔트 앤 페파는 80년대 흑인음악계에서 당시 유일한 여성 랩그룹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되곤 합니다. 더구나 이들이 했던 돌출 발언들과 가사, 그리고 다소 공격적인 형태의 곡들을 듣다보면 분명 여타의 80년대 여성그룹들과는 (곡 분위기뿐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곡의 가사는 선정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기 보다는 은연중에 성적인 이미지를 노출하고 있는 듯 합니다. 남성가수가 여성의 백치미를 찬양하는 곡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여성이 남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고 약간은 노리개(?)로 취급하는 듯한 이런 가사는 보기 드물죠. 이런 내용은 분명 페미니즘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비난받기도 하겠지만 음악계에서의 여성의 권익 신장에는 한몫 담당했을 듯 합니다. 아울러 “Let’s Talk About Sex” 같은 직설적인 음악들은 90년대 엔 보그, TLC,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계승되며 흑인 여성 뮤지션들의 인기가도를 뒤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죠. 음악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그 존재가치만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그룹인 듯 합니다.

적어도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백인 여성그룹은 록(+팝) 그룹, 흑인 여성그룹은 역시 R&B 보컬 그룹으로 대변되지만 아무래도 역시 ‘여성=미모’라는 공식을 믿는 대중들이 많지요. 어느 시기 어느 곳에나…
사실 위에서 언급했던 그룹들이 제 아무리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사실상 가장 보편적인 여성그룹의 형태는 댄스와 미모를 주무기로 삼는 그룹인 듯 합니다. (다시 말해 솔트 앤 페파가 가장 싫어하는 그룹이겠죠.) 유행에 가장 민감하면서 동시에 어느 때에나 이런 가수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 좋게 볼 순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룹이건 솔로건 이런 여가수들은 ‘욕하면서도 듣는다’는 게 전략이겠죠.

9. Nolans – Sexy Music (1980)
80년대 또 하나의 자매그룹인 놀란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히트쳤던 아라베스크의 “Hello Mr. Monkey”나 둘리스의 “Wanted” 등과 함께 ‘국내용 팝송’으로 사랑받았던 “Sexy Music”… 영락없는 닭장 스타의 전형이었다고 하죠. 놀란스는 영국 출신의 그룹이었지만 일본 동경 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며 알려져 이후 국내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었죠. 1982년 내한공연을 갖기도…
남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금발미녀(그리 미녀라고 생각되진 않으나) 네 명이서 빨강, 파랑 등 원색의 파자마같은 옷 입고 한줄로 서서 단순한 율동(?)을 선보이며 노래하던 뮤직비디오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 섹쒸 섹쒸 뮤직~ 온 더월~~

10. Bananarama – I Heard A Rumor (1987)
놀란스가 국내에서 유독 사랑을 받으며 선전하긴 했지만 역시 80년대 최고의 댄스트리오는 바나나라마일 것 같습니다. 80년대 초 결성된 영국출신의 이 트리오는 몇 년 뒤 무수히 쏟아진 여성 그룹들의 물결에도 끄떡없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 80년대 메인스트림 댄스 차트를 주름잡던 Stock, Aitken & Waterman 트리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내었는데 특히 본국인 영국에선 거의 절대적인 인기를 얻어 1982년 결성된 이후 10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영국 싱글차트 히트곡을 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당시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던 많은 여성 댄스그룹들 가운데서도 유독 바나나라마가 오랜 기간에 걸쳐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유를 추정해보면 아마도 ‘할 거면 확실하게 하자’ 작전이 성공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 댄스그룹의 매력포인트인 신선한, 발랄한, 경쾌한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가장 대놓고 드러낸 경우였죠. 신디사이저 반주와 전자음향을 통해 다른 어떤 그룹들보다도 가장 경쾌한 댄스음악을 선보였고(이들의 곡 중 “Cruel Summer” 같은 곡은 그냥 유로댄스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세 아가씨의 상큼한 목소리와 쉽고 가벼운 멜로디는 분명 가장 신선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었겠죠. 미모야 두말하면 입아프고… 비록 그 덕택에 처음 들으면 신선해도 몇 번 들으면 순식간에 질려버리는 노래들이라는 악평과 함께 차트에서도 ‘fast come fast go’했지만, 몇 달만 지나면 새로운 싱글이 나와서 또 인기를 얻는, 상당히 치밀한 상업적 전략의 승리였죠. 특히나 SAW 트리오가 밀어줬던 릭 애슬리나 카일리 미노그 등이 인기있던 유럽 지역에서는 이들 또한 좋은 반응을 얻는 게 당연지사…
사실 어차피 음악이란 즐거우라고 듣는 것이니 굳이 이렇게 분석하고 어쩌고 할 것 없더라도 이들의 음악은 매력적입니다. 비디오 시대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매력이었구요… (시오팬 파이는 제가 본 가장 예쁜 여가수 중 하나랍니다. ^^) 이 곡 “I Heard A Rumor”도 그런 곡입니다. 코러스의 단순한 멜로디, 곡 전체에 넘쳐 흐르는 무사태평의 발랄한 분위기… 듣다 보면 언제나 즐거워집니다.

11. Expose – Come Go With Me (1986)
미녀 삼총사로 구성된 댄스그룹이라는 점에서 바나나라마와 함께 비교되는 또다른 그룹이 엑스포제… 바나나라마에게 유럽팬들과 보았다 트리오가 있었다면 엑스포제에게는 미국팬들과 루이스 마티니가 있었습니다. 바나나라마는 80년대 내내 유지되었던 그 폭발적인 인기에 비해 미국 차트에서는 그리 많은 싱글을 히트시키진 못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엑스포제는 전세계적으로 그리 높은 인지도를 얻진 못했으나 미국에서만큼은 80년대 후반 어떤 여성그룹보다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물론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죠. 마이애미 출신이니…)
루이스 마티니의 산하에서 결성된 세 명의 클럽스타는 바나나라마보다 좀 더 미국적인 음악, 즉 덜 멜로디컬한 대신 전체적인 곡 분위기에 좀 더 중점을 둔 음악을 선보였는데 특히 이들의 최대 히트작인 데뷔앨범에 그런 곡들이 많이 들어있죠. 라틴팝 분위기가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의 곡을 연상케하는 “Let Me Be The One”이나 약간은 동양적인 블루스풍의 “Seasons Change” 등은 수작…
“Come Go With Me”는 댄스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그들의 데뷔싱글로 엑스포제의 매력을 잘 살린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엑스포제의 곡을 들으면 멜로디보다는 리듬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특히 이  곡 “Come Go With Me”는 다양한 악기들의 반주가 맛있게 잘 버무려진 곡이죠. 전자음향도 마구 남발하는 것이 아닌, 정갈하게 잘 정돈된 느낌이 상당히 깔끔한데 이 점은 분명 바나나라마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되네요. 자넷 주라도의 청량하면서도 힘있는 보컬도 훌륭합니다. 엑스포제는 데뷔앨범 이후 “When I Looked At Him”이나 다이안 워렌이 만들어준 “I’ll Never Get Over You” 등의 발라드로 또다른 면모를 선보였으나 개인적으로는 데뷔앨범에서의 댄스 히트곡들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12. Sweet Sensation – If Wishes Came True (1990)
엑스포제의 성공 이후 등장한 또 하나의 여성그룹 스위트 센세이션. 유사품이 으레 그러하듯 기대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진 못했으나 이 곡 “If Wishes Came True”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르며 인기몰이… 개인적으로 그룹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이쪽동네의 여성그룹 중 가장 쳐지는 미모의 소유자들이라는 게 이유같지 않은 이유) 이 곡은 제법 좋아하고 있습니다. 멜로디는 단순해도 아가씨들의 화음이 듣기 좋아서요…
(참고로 70년대 말에도 스위트 센세이션이란 그룹이 활동했답니다…. 이 그룹은 흑인 남성그룹이더군요. -_-)

13. Cover Girls – Because Of You (1987)
카자나 윈맥스에서 MP3 파일을 검색하다보면 이 동네 그룹들의 곡은 주인이 바뀐 채 돌아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Expose-Wishing On A Star” 뭐 이런식으로 말이지요. 그만치 개성이 없이 빨리 잊혀진다는 말이 될 수 있겠는데 “Wishing On A Star”의 주인공인 진짜 커버 걸스도 음악인들이 아닌 잡지 커버 모델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벌써 돈냄새가 풀풀 납니다.
어쨌거나 그들도 등장 당시엔 한 인기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팝아이에서 여성그룹 인기투표할 때 커버 걸스가 1위를 차지하는 걸 보고는 의외였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본국보다는 일본 열도에서 인기가 높아 “Show Me”라는 그들의 데뷔곡은 일본 팝차트에서 수주간 1위에 오르기도 했다는군요. 이들의 곡은 바나나라마의 멜로디컬함과 엑스포제의 리듬감을 짬뽕한 느낌의 곡들인데 “Show Me”가 바나나라마에 가깝다면 이 곡 “Because Of You”는 엑스포제에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라틴 팝 분위기도 나는 댄스곡…
사실 원곡 자체보다는 여기저기 수도 없이 샘플링된 ‘워 우 워우워~’ 하는 부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샘플링의 대표주자였던 신철은 프로듀서로 활동중인 것 같던데 미애는 요새 모하나..

14. Seduction – Two To Make It Right (1990)
여성 댄스그룹들을 내세운, 정확히 말해 보기에만 잘생기고 예쁜 애들을 내세워 한몫 잡으려는 상업적인 전략이 극에 달했을 때 등장했던 립싱크 그룹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밀리 바닐리를 비롯해, 블랙 박스의 여자 보컬리스트(원주인은 마사 워시던가 로레타 홀웨이던가 이 덩치큰 여자분들은 맨날 헷갈린다는) 그리고 이 곡의 주인공인 시덕션… (이 곡 MP3 찾기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전 당시 이 그룹들을 하나같이 다 좋아했는데요, 특히 시덕션의 이 곡은 발랄한 분위기와 멜로디 때문에 심심찮게 따라부르곤 했던 곡이었습니다. 립싱크 그룹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당삼빠떼루 배신감이 들었지만 어차피 오fot 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에 알게 된 지라 그냥 그렇더군요. 우리 나라에는 걸프렌드라는 애들이 있었죠…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네요… 여성 그룹들의 전성시대는 역시 90년대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엔보그, 윌슨 필립스, SWV, TLC, 스파이스 걸스, 올 세인츠,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등이 길고 짧게 한가닥 했었죠. 여자건 남자건 그룹이건 솔로건 뭐니뭐니해도 실력이 최고인 듯 합니다.
그러나 베이비복스는 정말 질기네요…

테마가 있는 80년대 팝 이야기 – 80년대의 여성그룹들”에 대한 2개의 생각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