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ession

이 영화는 제목 자체가 일종의 눈속임이다. 브라이언드팔머의 1976년작인 이 영화는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이 유괴되어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 한 부동산업자의 과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묘사하며 일종의 심리극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한 순간 초자연적인 장르로 노선전환을 하는 가 싶더니 종국에는 치밀한 음모에 주인공이 희생된 범죄 미스터리로 막을 내린다. 영화의 플롯 자체가 어느 노선으로 향하여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게끔 신축성이 있는지라 결말을 어떻게 꾸며도 나름대로 재밌었을 영화였다. 하지만 “히치콕의 인정받지 못한 아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감독답게 히치콕의 명작 ‘버티고’의 플롯을 고스란히 베껴왔다는 비난을 받은 – 심지어 음악까지도 ‘버티고’의 음악을 맡았던 버나드 허먼이 맡았다고 한다 – 영화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개인적으로는 ‘버티고’의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은 덕에 영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로케이션, 조연들의 호연, 깔끔하게 처리된 음악, 서스펜스를 몰고 가는 연출력 등이 나름 매력 포인트이고 분위기로는 도널드서덜랜드 주연의 ‘Don’t Look Now’가 떠올랐고, 영화의 여러 상징과 설정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Old Boy’, 그리고 범인의 설정에서는 패트릭스웨이즈 주연의 ‘Ghost’ 가 떠올랐다. 흥행 면에서는 같은 해 개봉된 드팔머의 또 다른 작품 Carrie 에 훨씬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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