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s And Fog

어느 사람에게어떤 영화를 싫어하냐고 했더니 ‘어두운 영화가 싫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슬픈 줄거리의 영화인줄 알았더니 그냥 화면이 어두운 영화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는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안개 자욱한 밤거리에서 벌어진 하루 동안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니깐 말이다. 시종일관 주의를 기울여보지 않으면 등장인물이 안보일 정도로 화면이 어둡다.

이유도 모른 채 동네 사람들에 의해 잠이 깬 클라인만(우디 알렌)은 동네 사람들이 계획한 연쇄살인범 체포 작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담하지만 정작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한다. 한편 동네 어귀의 서커스단에서는 칼을 집어 삼키는 여인 아이미(미아 패로우)가 그의 남편과 싸우고 집을 뛰쳐나와 버린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서로 얽히고설키는 관계가 된다.

마틴 스코세스 감독의 1985년작 After Hours, 토드 브라우닝의 Freaks, 그리고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이 한데 합쳐져 카프카의 소설에나 나옴직한 무대 세트에 옮겨 각색된 듯 한 작품으로 예의 우디 알렌의 신경쇠약적인 유머 – 칼을 삼켰을때 딸꾹질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식의 – 와 셀 수 없을 정도의 카메오가 눈요기 거리(일 수도 있고 오히려 보다 지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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